
Hansun Brief 통권376호
1. 헌정 질서의 위기
2. 법치 분야의 반헌법적 노선
3. 대북 분야의 반헌법적 노선
4. 헌법에 기초한 국가전략의 복원
1. 헌정 질서의 위기
이재명 정부의 국정 이념은 이제 그 실체적 윤곽을 점차 드러내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후보가 내세웠던 중도 실용주의 노선은 집권과 동시에 빠르게 퇴색하였고, 그 자리를 민주당의 오랜 이념적 토대인 진보좌파적 기조가 채워가고 있다. 이념적으로 본다면 자유·성장·시장 가치를 중시하는 보수 진영보다 평등·분배·정부 개입을 중시하는 진보 진영을 국민이 지난 대선에서 선택한 결과이므로 민주주의의 정상적 선택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보수에 대응하는 진보의 역할과 미션이 존재하기에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이다. 민주당 정당사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전체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반(反)헌법적 성격이 정권의 운영 기조 속에서 빠르게 드러나고 있다. 아직까지 계엄과 탄핵의 정치적 소용돌이를 벗어나지 못한 정국 상황에서 일정 부분 예견된 바였지만, 실제로 드러난 방식은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과격하고, 안하무인(眼下無人)격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이다. 그 속도와 강도는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을 자아내며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의 근본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2. 법치 분야의 반헌법적 노선
노심초사 헌법 질서를 지켜야 할 집권 세력이 오히려 법치주의의 안전장치를 허물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계엄 사태가 민주주의에 대한 자해였다면, 정권 교체 이후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독주는 또 다른 방식의 반헌법적 위기를 만들고 있다. 민주당 정권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인 삼권분립과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면서 정치적 필요에 따라 법과 제도를 재구성하고 있다. 경쟁 정당을 정치적 파트너가 아닌 ‘내란 세력’으로 낙인찍으며 민주주의의 기본 규범인 상호 관용과 포용을 파괴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을 국가 전복 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정적을 헌정 공동체 바깥으로 내모는 위험한 선전 선동이다. 이것은 정치적 경쟁 세력을 정책 대결이 아니라 적대적 제거의 제로섬 투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민주당 정권은 거대 의석을 기반으로 법과 제도를 동원해 장기 집권을 위한 권위주의적 통치를 제도화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내란 특별재판부’ 추진이다. 입법부가 주도해서 특정 사건의 재판부를 직접 구성한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독립성과 권력분립 원칙을 정면으로 침해한다.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와 탄핵 압박, 대법관 증원, 사법부 평가 및 징계 도입 등 일련의 조치들은 서로 연결된 하나의 흐름이다. 모두 사법부를 입법부 영향권 아래 두려는 독재적 의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조치를 두고 “위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조계 다수와 국민의 법 상식은 이를 명백한 위헌으로 인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행태는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성을 부정하고 헌법재판소를 포함한 사법기관 전반을 정치화할 위험성을 내포한다.
민주당 정권은 ‘국민주권’을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다수결 만능주의에 기대어 입법 폭주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민주당 정권의 장기 집권과 독재적 통치를 제도적으로 공고화하려는 시도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화주의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과 함께 소수권 보장, 권력분립, 법치주의라는 보호막을 통해 균형을 유지한다. 그러나 현 정권은 제도적 자제 없이 다수 의석을 무기 삼아 법률을 교묘하게 유린하고 있다는 점에서 합법의 외피를 두른 채 헌법 정신을 잠식하는 때로는 합법적으로 때로는 비합법적인 권위주의 독재로 치닫고 있다.
3. 대북 분야의 반헌법적 노선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Sunshine Policy)’은 북한의 논리로 북한을 이해한다는 ‘내재적 접근법’을 토대로 대결보다는 포용을, 압박보다는 대화를 강조해 왔다. 북한의 체제 안정을 인정하고 경제적 지원과 교류를 통해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뜻대로 됐다면 위대한 정책이었지만, 상호주의의 원칙이 결여된 일방적 유화정책으로 귀결되었다. 북한의 인권 문제는 외면되었고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지 못했으며 핵개발 자금의 간접적 지원 통로로 결과했다는 역사적 비판을 받았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의 뿌리는 이러한 햇볕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그 추진 방식의 강도와 속도, 정책의 지향점에서 과거보다 한층 더 급진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남북 관계의 개선을 넘어 한반도 질서 전환과 동북아 세력균형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것은 ‘민족 공조’라는 자주파적 접근으로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와 동맹 구조를 재편하여 한미동맹의 균열과 안보 불안정의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정원장 등 대표적인 자주파 인사들이 있다. 정 장관이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이 원장은 치밀한 논리와 이론을 제공한다. 원내 민주당 다수도 자주파의 입장에 동조한다. 이들은 한미동맹보다 민족 공조와 자율성을 강조하며, 대북 문제를 외교 안보의 틀보다는 민족 내부의 과제로 접근한다. 반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은 이른바 동맹파 인사들이다, 원내 민주당에도 동맹파는 존재하겠지만, 그 속내를 대놓고 드러내지는 못한다.
표면적으로는 자주파와 동맹파 간의 균형도 유지되고 일부 충돌도 드러나는 듯 보이지만 착시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자주파가 정책 결정의 방향타를 주도하고 동맹파는 대외 메시지 관리와 외교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보완적 역할로 기능하고 있다. 주(主)와 객(客)이 존재한다. 이것은 정권 내부의 권력 구도가 재편되는 동적인 현상이 아니라, 정권 출범 단계부터 의도적으로 설계된 역할 분담의 산물이다. 최근의 주요 발언과 정책 행보는 이 같은 권력 구도의 의도성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은 ‘3대 원칙’과 ‘END 이니셔티브’로 요약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측 체제를 존중하고, 어떤 경우에도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세 가지 원칙을 천명했다. 이는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유화적 평화 메시지이지만, 비핵화를 비롯한 북한의 근본적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1946년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라는 사실상의 정부 수립 이후 80여 년 동안 북한의 권력 구조와 통치 이념은 단 한 번도 근본적 변화를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엔총회에서 제시된 ‘END 이니셔티브’는 이러한 세 가지 원칙을 구체화한 전략적 로드맵이다.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통해 한반도의 냉전 구조를 종식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관계 정상화’가 국가 간 수교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천명한 ‘두 국가론’을 실질적으로 수용한다는 발상이다. 여기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은 사실상의 두 국가’라고 명시적으로 못 박는 발언까지 했다. 이것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규정한 “남북관계는 통일될 때까지의 잠정적 특수관계”라는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또한 헌법 제3조의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영토조항 및 통일조항과도 충돌한다. 따라서 ‘END 이니셔티브’는 명목상 평화 구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한반도 분단을 제도화하고 헌법 질서를 잠식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뉴욕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로드맵으로 ‘3단계 비핵화(중단→축소→폐기)’를 공식화했다. 이어서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한 핵을 충분히 확보했으며, 추가 생산만 막아도 안보 이익이다”라고 발언했다. ‘중단’은 IAEA의 공식적 용어인 ‘동결(freeze)’과 다르다. 로드맵 전 과정은 반드시 사찰과 검증 절차가 필요한데도,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한낱 공허한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베를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은 이미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3대 국가의 하나가 됐다”며, 북한이 스스로 언급한 ‘전략국가’ 지위를 사실상 인정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은 이미 2017년 제5차 조선노동당 세포위원장대회 개막사에서 “미국에 실제적인 핵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전략국가’로 급부상한 우리 공화국의 실체를 이 세상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결국 북한이 스스로 설정한 ‘전략국가’ 지위를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재확인해 준 셈이다. 통상 ‘전략국가’란 핵무기 보유를 통해 국제정치 질서 속에서 자조적(self-help) 억지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발언은 북한이 핵 보유를 넘어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민주당이 겉으로는 여전히 ‘북핵은 대미 협상용’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실제로는 북한이 주장해 온 ‘전략국가’ 담론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노선은 평화와 대화의 외피를 쓰고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북한 핵의 현실을 ‘내재적 시각’으로 합리화함으로써 대한민국의 헌법적 정체성과 국제 비확산 체제(NPT)의 기본 원칙을 동시에 훼손하는 위험천만한 정책적 전환이다. 또한 ‘평화 담론’으로 포장된 체제 용인과 핵 공존 전략으로, ‘대화와 민족공조’를 내세운 진보좌파적 노선이 본격화된 것이다. 그리고 한미동맹과 자유민주 진영 내에서 한국의 전략적 신뢰는 약화되며 북한이 꿈꾸는 인도 혹은 파키스탄식 비공식 핵보유국 지위를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러한 정책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할 국가안보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반(反)헌법적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4. 헌법에 기초한 국가전략의 복원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은 법치와 안보라는 두 축에서 동시에 헌정 질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법치의 영역에서는 삼권분립과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며 권력기관을 정치화하고 있으며, 안보의 영역에서는 ‘평화’라는 담론 아래 북한의 정권과 핵을 합리화함으로써 국가의 정체성과 생존의 기반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이 두 흐름이 맞물릴 때 민주주의는 제도적 외형만 남은 채 실질적 자유를 잃게 된다. 법치 분야에서 민주당 정권은 거대 의석을 기반으로 입법권을 독점하고 사법부를 유린하면서 법의 권위는 권력의 도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고 헌법 정신은 서서히 침식되고 있다. 이것은 민주당이 틈만 나면 외치는 헌법 제1조의 ‘국민주권’과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역설적으로 훼손하는 합법적 혹은 비합법적이 혼재된 권위주의의 제도화라 할 수 있다.
대북 분야에서 이재명 정부는 확성기 중단, 군사훈련 연기, 9·19 군사합의 복원 시도, 북한인권재단의 장기 방치와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보류 등 일련의 조치를 긴장 완화라는 명분 아래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북한의 전략적 요구에 부합하는 유화적 결과로 귀결되고 있다. 통일부 폐지론 또한 ‘두 국가론’을 제도화하려는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자주파가 주도하는 국정 운영의 일관된 흐름으로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와 국가전략의 축을 민족 중심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려는 정치적 의도이다. 그 결과 북한의 도발 억제력은 약화 되고, 한미동맹의 신뢰는 흔들리며, 국제 비확산 체제의 원칙은 훼손되는 삼중의 구조적 위험이 심화되고 있다. 이것은 헌법이 규정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근본 책무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재명 정부의 한미동맹은 지금 시험대에 서 있다. 중국과의 협력 강화, 러시아와의 교류 복원, 북한과의 대화 우선 기조를 병행하는 한 한미동맹은 불가피하게 균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행보는 북중러 협력이 심화되고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모호하게 만들며 자유 진영 내에서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전례 없이 약탈적 성향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인상, 대미 투자 확대,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전방위 압박 정책을 강화할 경우, 한국 내 진보좌파 진영의 반미 정서가 급속히 자극될 가능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재명 정부가 이를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해 ‘자주’와 ‘민족’을 내세운 대미 견제 구도로 전환한다면 한미동맹은 불협화음을 넘어 전략적 파국을 맞을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허구적 평화가 아니라 법치의 복원과 현실적 억지력에 기반한 평화 전략의 재정립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자주적 이상주의가 아니라 자강의 확립과 동맹의 신뢰, 법치의 복원, 국민 안전이라는 냉철한 국가이성 위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결코 북한의 ‘핵 공존’과 ‘두 국가 체제’를 인정할 수 없으며, 그것은 헌법과 국가 정체성의 근간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국가가 스스로 헌법의 울타리를 허물고 핵무장한 적대 세력과의 비굴한 공존을 전략으로 택하는 순간 그 나라는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 국가일 수 없다. 따라서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자유민주주의와 공화주의에 기반을 둔 국가전략의 복원이 필요하다. 지금의 위기는 이재명 정부의 독주만이 아니라, 집권당이었던 국민의힘의 수많은 실책과 무기력에서 비롯된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울 통찰과 전략, 그리고 기세와 믿음을 과연 국민의힘은 가지고 있는가. 그것마저 없다면 자유와 법치의 깃발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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