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sun Brief 통권368호
1. 6.27 부동산 대책: 규제로 시작된 주거정책의 개편
2. 희망을 지운 정책, 누구를 위한 대출 규제인가?
3. 주거 안정 정책을 다시 생각한다
4. ‘주거 안정’의 본질로 돌아가자
1. 6.27 부동산 대책: 규제로 시작된 주거정책의 재편
새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었다. 6.27 대책이다. 이 대책의 핵심은 대출 규제다. 대책이 발표된 이유는 4월부터 주택거래량 증가로 수도권 중심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계 대출은 올해 1월 9,000억 원 감소했지만, 2월부터 4조 2,000억 원, 3월 7,000억 원, 4월 5조 3,000억 원, 5월 6조 원으로 매달 증가폭이 커지는 추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계대출 총량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향의 규제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실수요자까지 막아선 대책, 주거사다리 끊기다
첫 집이 아니라 한번 구매해 본 이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특히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 70% 기준에 따라 10억 원 집을 7억 원까지, 15억 원 집은 10억 5천만 원을 대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주택가격과 무관하게 최대 6억 원까지만 대출이 허용된다. 또한 다주택자의 대출은 전면 차단되었다. 2주택 이상을 소유한 사람은 3번째 주택 구입 시 대출을 받을 수 없으며,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부과된다. 이 실거주 의무는 정책대출 여부와 무관하게 강제 적용되며, 위반 시 대출 회수 및 최대 3년간 대출 금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1주택자가 추가 주택을 구입할 경우, 기존 주택을 6개월 내 처분해야 한다.
생애 첫 집을 구매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6.27 대책은 강력한 규제다. 원래 정책대출은 신용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 등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한 장치였다. 그러나 6.27 대책은 이들 조차 규제의 대상으로 삼았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의 경우, 대출 한도는 80%에서 70%로 강화되어 첫 집 마련의 부담이 커졌다. 신혼부부 대출은 특례가 축소되어 4억 원에서 3억 2천만 원으로, 신생아 특례대출은 5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생애 최초 대출은 3억 원에서 2억 4천만 원으로 한도가 축소되었다.
정부는 대출을 줄였지만, 국민은 기회를 잃었다
가계부채 급증과 집값 상승을 억제한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보호 대상이었던 정책대출 수요자들마저 규제한 6.27 대책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이는 정책의 본래 취지인 ‘주거 안정’과는 거리가 멀고, 실수요자들에게조차 기회를 닫아버리는 조치라고 하겠다.
2. 희망을 지운 정책, 누구를 위한 대출 규제인가?
이 강력한 대출 규제는 일시적으로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둔화시키고, 거래절벽을 통해 주택 가격 상승세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계부채 수치가 낮아지고, 가격이 주춤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정책이 성공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득보다 실이 크다면, 그 정책은 실패에 가깝다. 이번 대책으로 인해 기존에 한 차례 주택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실수요자들은 주택 구매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어쩌면 더 넓은 공간으로 가족을 이사시키려던 가장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현금 부자에게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그의 좌절은 ‘금수저 부모를 두지 못한 죄’로 ‘스스로’를 자책하는 방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정책은 실수요자 여부가 아닌, ‘현금을 보유했는가’를 기준으로 주택 구매 자격을 가른 셈이다. 대출 상환 능력 여부는 고려되지 않았다. 한 번도 집을 구입해보지 못한 사회 초년생들은 더 절망적이다. 그들에게 정책금융은 신용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그러나 대출 한도 축소로 인해 부족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내 집 마련의 희망이 없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현금을 가진 일부 계층만이 주택을 가질 수 있는 사회에서, 나머지 국민들의 의욕과 동력이 소진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런 나라에서 대한민국이 무엇으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정책적으로 반드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영역은 정책금융이었다. 특히 서울 중위가격 이하의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신혼부부 및 생애최초 구입자에 대한 대출 한도는 줄이기보다 오히려 확대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번 대책이 ‘전국민 무주택화 정책’이라는 비판이나 오해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3. 주거 안정 정책을 다시 생각한다
부동산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언제나 ‘주거 안정’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는 소득계층에 따라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 저소득층에게는 자력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핵심 대안이 된다.
- 중산층 이상에게는 임대에서 자가로의 이행을 가능하게 하는 ‘주거 사다리’ 제공이 중요하다.
이 ‘주거 사다리’의 대표적 수단이 바로 정책 금융이다. 선진국에서는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에게 주택 가격의 70~80%를 장기·저리로 대출해 주고, 나머지 자기자본 20%도 지방정부가 무이자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를 위해 일정 조건(예: 지역 중위소득 50% 이하, 중위가격 이하 주택 등)이 부과된다. 이는 자가주택 마련을 통해 주거비를 절감하고, 그로 인해 가처분 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또한 정부가 주거 안정을 위해 해야 할 또 하나의 정책은 바로 집값 안정이다. 소득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집값은 내 집 마련의 문턱을 높이며, 국민의 주거 불안을 가중시킨다. 그렇기에 정부는 시장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많은 연구에서도, 월세를 내며 남의 집에 거주하는 것보다 자기 집에 살며 세금과 이자를 부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낮은 주거비용을 발생시킨다는 결과가 존재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정부가 유독 ‘집값 안정’에만 집중한다는 점이다. 국민이 집을 소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에는 소극적이며, 가격 억제와 대출 규제 같은 수단에만 매몰되어 있다.
‘주거 안정’은 없고 ‘총량 관리’만 남았다
이번 6.27 대책 역시 그 연장선이다. 예컨대, 주택담보대출 6억 원 이상 금지와 같은 조치는 정책의 목적이 ‘주거 안정’이 아니라 ‘가계부채 축소’에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정책의 목표는 숫자로 표현되는 가계부채 총량이 아니라 국민의 “주거 안정 실현”이어야 한다.
대출을 막아서 부채가 줄었다고 해도, 그 결과가 내 집 마련의 포기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정책의 실패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전 국민을 무주택자로 만드는 셈이다.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현금 자산이 없는 국민이 여전히 집을 살 수 없으면, 이는 시장 왜곡과 정책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뿐이다.
이러한 접근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더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산소가 부족한 방에 갇힌 사람에게 산소를 공급하기보다 숨을 참으라고 하는 격이다.
집값을 올리는 건 시장이 아니라 불신이다
왜 집값이 오르고 있는가? 그 이유는 시장이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사지 않으면 영영 내 집은 없다”는 불안이 시장에 팽배해 있다. 정부는 늘 공급계획을 외치지만, 정작 실제 착공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국민들은 “말뿐인 공급”에 학습되어 있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희소성”은 가격을 밀어 올린다.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가 비싼 이유도 바로 이 희소성 때문이다. 공급 확대를 위해 세제를 완화하거나, 기존 주택을 시장에 유도하는 등의 정책이 있었어야 하나, 이번 대책에서는 그 신호조차 없었다.
4. ‘주거안정’의 본질로 돌아가자
지금 필요한 것은 대출총량을 억제하는 기계적 수치 조절이 아니라, 국민이 다시 주거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정부는 ‘가격 안정’이라는 수단에 몰입한 나머지, ‘주거 안정’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놓치고 있다. 정책의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
첫째, 정책금융은 철저히 보호되어야 한다.
정책금융은 단순한 대출이 아니라, 계층 이동의 사다리이자 실수요자를 위한 안전망이다. 생애최초 구입자,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 등 시장 접근성이 낮은 계층에게는 여전히 주택금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들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 순간, 정책은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둘째, 공급은 “계획”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야 한다.
공급 신호는 말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수년간 반복된 “수십만 호 공급”이라는 선언은 국민의 불신만 키웠다. 이제는 착공률, 입주 가능 시점, 공급 대상과 유형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이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급이 있어야 시장이 안정되고, 희소성에 대한 공포심도 가라앉는다.
셋째, 정책의 기준은 ‘현금’이 아니라 ‘상환 능력’이어야 한다.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갚을 수 없는 사람에게만 제한을 두는 정교한 규제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처럼 현금 여부를 기준으로 주택 구입 여부를 가르는 구조는 자산 격차를 고착화하고, 세대 간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이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목표를 재정의해야 한다.
가계부채가 정책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통제 대상일 수는 있어도, 지향점이 될 수는 없다. 국민의 주거 안정, 삶의 안정, 그리고 미래에 대한 신뢰야말로 정부가 추구해야 할 진짜 목표다. 그래야 성과가 난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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