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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밸류업(value-up) 역행하는 반(反)시장적 상법개정안] 통권364호
 
2025-07-10 10: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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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364호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 목 차>

 

1. 코스피 3천 돌파를 최대 치적으로 평가하는 민주당

2. 경제민주화 망령에 갇힌 상법개정

3. 이사의 주주로의 충실의무 확대는 법치에 반하는 것

4. 대주주 3% 의결권 제한은 경영권 위협하는 자충수

5.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자본다수결 원칙 훼손




상법은 영리 기업에 적용되는 일반법이다.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 모두 상법의 규율에 따른다. 이처럼 상법 개정은 기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상법개정이 부지불식간에 이재명과 민주당의 대표적인 정책 상품이 돼버렸다. 그리고 지난 4일 민주당 주도의 상법 개정()이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의 정책 행태는 자신감을 넘어 급하고 거칠기까지 하다. 민노총 위원장 출신을 고용노동부 장관에, 방위 출신을 국방부 장관에 지명한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농단해서는 안 된다.


1. 코스피 3천 돌파를 최대 치적으로 평가하는 민주당

 

민주당은 겸손하고 진중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과 민주당은 집권 후 짧은 시간에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돌파한 것을 최대의 업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의 증시 랠리는 이재명 정권의 작품인가? 그렇다고 주장하면 견강부회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선거일 직전(62)과 직후(64) 코스피 지수는 2,770~2,780이었다. 선거 이후 65~627일 사이 지수가 급격히 상승해 3,108~3,116에 도달했고, 7월 초엔 3,100선을 넘어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피가 상승세를 보인 것은 사실(fact)이지만 이재명, 민주당의 성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코스피 3000 직전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5조 원 이상 순매수한 것이 코스피 3000 돌파의 결정적 트리거(trigger)로 작용했다. 이를 이해하려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을 해독해야 한다.

 

2025년 들어 미국의 노동시장 지표가 악화되고 인플레이션도 둔화 추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하반기 연준(Fed)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파월 연준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종용했다. 그렇게 해서 달러 가치는 10% 이상 하락했고 주요 통화 대비 달러인덱스는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달러 약세 국면에서는 투자자들이 약세 통화를 피하려 하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아시아·신흥국 주식 시장은 매력적인 대체투자처가 되었다. 한국주식의 비중을 확대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자. 달러가 약해지면 상대적으로 국내 자산의 매력이 커지고 환차익(달러가치 하락) 기대로 외국인들 입장에서도 한국주식에 대한 투자유인이 커진다. 여기에 새정부의 증시 부양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증권 섹터 전반에 자금이 유입되었던 것이다. 한국 증시는 오를 수밖에 없었다.

 

글로벌 유동성 이외에 코스피 3000 돌파의 실질적 핵심동력은 우리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신장이었다. AI 시대의 삼성·SK하이닉스 반도체, 원전 부문의 두산에너빌리티, 방산 분야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차전지 색터의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테마기업의 경쟁력이 코스피 3000을 돌파하게 한 것이다. 이들 기업은 모두 이재명·민주당 이전에 만들어진 기업들이다. 이재명과 민주당이 이들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것은 없다.

 

2. 경제민주화 망령에 갇힌 상법개정

 

우리나라 주요 기업의 상당수는 저평가돼 있다. 주택의 경우 거래되는 집값이 감정가보다 낮으면집값이 저평가되었다고 한다. 기업의 내재가치 또는 청산가치보다 기업의 시가총액이 낮으면 기업이 저평가된 것이다. 주가순자산비율 (PBR, price book value ratio)기업의 저평가 여부를 나타내는 지표다. PBR1.0 미만이면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것으로 해석된다. 예컨대 0.9, 기업 내재가치의 90%만이 시가에 반영되었다는 의미다.


2023년 기준, 한국거래소(KRX) 국내 전체 상장사의 평균 PBR1.05배이다. 코스피2000.8배 수준이다. 이는 한국 상장사는 역사적으로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반복적으로 거래돼왔다는 의미다. 그간 정부는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을 통해 PBR 상승을 유도하려 했지만, 평균 PBR은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재명과 민주당도 상법개정을 통해 밸류업을 꾀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표방한다고 정책목표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상법개정에는 경제민주화 망령이 드리워져 있다. 기업의 사업구조 개편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수주주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 자체가 주주를 지배주주와 소액주주로 갈라치기하고 있는 것이다. 상법개정의 목적이 오너경영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 혁파로 귀결되는 순간 상법 개정은 좌파 프레임에 복속(服屬)된다.

 

물론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는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물적분할이 그 범주에 속한다. 그러면 부족하지 않게 방어수단을 설계하면 된다. 2022년에 제도화된 주식매수청구권과 물적분할과 관련된 상장심사·공시 강화등이 안전장치이다.

 

따라서 소액주주 우대취지는 첫 단추를 잘못끼운 것이다. 소수주주와 지배주주의 이익이 별개일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상법, 자본시장법 등의 촘촘한 규제로 지배주주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탈할 여지는 없다. 그렇다면 소수주주가 지배주주보다 더 보호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이는 11의결권의 주주평등주의에 위배되는 것이다.

 

3. 이사의 주주로의 충실의무 확대는 법치에 반하는 것

 

상법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주주의 이익을 비례적으로 보호하라는 것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맞다면 논리적으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넘어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까지 보호해야 한다. 이처럼 민주당의 상법개정 논의는 포퓰리즘에 경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로까지 확대되면 대표소송이나 업무상배임죄 처벌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회사 성장을 위한 구조조정이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소액주주가 이사들이 내린 의사결정이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결정이었다고 소송(訴訟)을 제기하면 이사는 이를 피할 수 없다. 이사는 법정에서 모든 의사결정에 대해 소수주주를 포함한 일반주주에의 영향을 검토했고 보완책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사의 과다한 입증책임 부담은 그 자체가 희소한 경영자원의 낭비이다.

 

기업에 투자하는 주체는 장기투자자, 단기투자자,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 국내외 행동주의펀드 및 경영권 공격세력, 일반투자자등 다양하다. 각각 다른 동기와 이유로 주식을 보유하는 모든 주주의 이익을 동시에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주주의 이익을 비례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상법개정안 대로라면 엘리엇 펀드 등 기업사냥꾼의 이익도 보호해야 한다. 그 자체가 블랙 코미디다.

 

현행 상법에서의 이사 충실의무 원천은 민법의 위임규정과 이를 준용한 상법 규정에 따른 회사와 이사간에 맺은 계약이다. 따라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계약 관계 당사자인 회사로 한정돼야 논리에 맞다. 상법상 이사는 회사의 대리인으로 주주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사의 주주로의 충실의무 확대는 법적 근거가 없는, 법치에 반한 것이다.

 

예컨대 투자자가 삼성계열사 주식을 증시에서 취득할 때, 삼성계열사 이사와 상의하지 않는다. 월가의 규칙은 주주는 언제든지 원하면 주식을 팔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주주에게 이사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인가?

 

밸류업은 주가순자산비율1미만인 저평가된 주식이 제값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상속세 완화 금융투자소득 면제 및 분리과세는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추가하는 상법개정논의투자결정과 신산업 진출 주체인 기업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것이다. 밸류업을 위해서는 명문화된 경영판단원칙을 허용해 기업가정신을 북돋아 주고 이현령 비현령의 배임죄 적용을 막아줘야 한다. 개연적 피해 방지를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치명적 정책 과용이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휘두르는 격이다.

 

4. 대주주 3% 의결권 제한은 경영권 위협하는 자충수

 

민주당 상법개정안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특수관계인 포함 대주주 의결권 3% 제한(rule)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우리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협하는 자승자박이 아닐 수 없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03년 행동주의 펀드 소버린의 공격으로 SK()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1조 원의 수업료를 지불했다. 막대한 수업료를 지불하고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당시 상황을 복기(復碁) 한다. 2003년 행동주의 펀드 소버린은 5개 자회사를 동원해 1개 자회사마다 지분 쪼개기로 각 2.99%씩 총 SK()의 주식 14.99%를 구매했다. 당시 SK는 주총에서 소버린 자회사 측 이사 선임을 막기 위해 위임장 확보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다. 소버린은 2005년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오르자, 9,495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두로 철수했다. 소버린의 시세차익이 경영권 방어비용인 것이다.

 

상법이 개정되면 주총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는 다른 이사와 분리선출되며,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 의결권 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경영권을 공격하는 투기자본은 지분 쪼개기를 통해 모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감사위원은 이사로서 중요 사항에 대한 결정 권한과 동시에 기업 감사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경쟁기업, 해외 투기자본이 지지하는 인사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면 해당 기업의 주요 정보 등이 유출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의결권 제한(3% )은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논의를 재고해야 한다.

 

5.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자본다수결 원칙 훼손

 

현행 상법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원칙으로 하되, 정관으로 배제가 가능한 Opt-out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정관을 통해 배제하는 것을 금지시키겠다는 것이다.

 

집중투표제도는 2인 이상 이사 선임 시 1주당 선임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주주는 특정 이사 후보에 대해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다. 그렇게 되며 자본다수결 원칙 훼손된다. 최대주주가 아닌 23대 주주 연합 세력이 미는 후보가 이사가 될 수 있다. 이는 1대 주주의 힘을 빼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경영권 경쟁은 공수(攻守)간에 무기대등원칙(equal footing)이 지켜져야 한다.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수단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집중투표제까지 의무화하는 것은 기업경영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

 

에필로그: 역대급 공매도 대기 물량의 의미

 

코스피 3000을 돌파했지만 공매도 대기 물량으로 불리는 대차잔고가 94조 원을 돌파하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리고 공매도 잔고도 3개월 사이 12조 원을 넘었다고 한다. 앞으로 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투자가가 판단한다면 공매도는 일종의 자해행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주가상승이 실물적인 생산성 향상을 반영한 진정한 상승이 아닌 금융 장세 내지,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면, 공매도는 더 쌓일 것이다. 진정한 기업 밸류업은 기업하기 좋은 제도적 환경이 만들어져, 자금과 기술이 증시와 기업에 몰릴 때 이뤄질 것이다. 혹여 밸류업에 역행하는 반()시장적 상법개정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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