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sun Brief 통권363호
1. 미국의 대이란 최대 압박 캠페인
2. 북한 문제에 대한 시사점
지난 6월 21일 미국은 미드나잇 해머 작전(Operation Midnight Hammer)을 통해 포르도(Fordow), 나탄즈(Natanz), 이스파한(Isfahan)에 위치한 이란의 핵시설 세 곳에 대해 공습을 단행했다. 애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지역에서의 ‘영원한 전쟁(forever wars)’을 종식하겠다고 공언하며 2024년 대통령 선거 캠페인을 진행했기에, 이번 공습은 우라늄 농축시설 파괴 목적에 국한되었다며 지상군 파병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다만 ‘평화 중재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며 이를 외교정책 업적으로 치환하려 하고 있으나, 지지율 회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소위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지지자들의 다수는 미국의 대외적 개입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2001년부터 20여 년간 지속된 미국의 중동 전쟁은 MAGA 지지자들에게 있어 최우선 순위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며, 실제로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이 시작되자 미국이 이에 연루되지 말아야 한다는 MAGA 지지자들 내부의 요구가 높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제한적인 공습으로 이번 대(對) 이란 군사작전을 마무리한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번 대(對)이란 공습이 성공적이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달리 이란은 여전히 핵농축 역량을 보유하고자 한다. 또한 이란 당국은 기존의 농축 우라늄 비축량은 대부분 안전한 장소에 보관되어 있다며 미국의 군사작전 성과를 애써 깎아내리려 했다. 실제로 이란원자력기구는 포르도, 이스파한, 나탄즈 인근 지역에 어떠한 핵물질 오염 및 위험 징후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이란과의 비핵화 협상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재개하면 주저 없이 폭격할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향후 협상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또한 그러한 협상이 장기화할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 간의 분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는 정책 동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집권 이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남중국해, 대만 문제 등 주요 외교 현안에서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한 상황 속에서 미국이 중동 지역에 다시 한번 군사적으로 연루되는 상황은 최대한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 중 어떤 현안도 쉽게 해결되긴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이번 미국의 이란 공습은 미국의 비확산 원칙에 대한 강력한 공약을 전세계에 보여주었고, 더욱이 이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군사력 사용도 가능함을 보여주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인해 ‘외교를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오래된 관습에 균열이 생겼을 뿐 아니라 미국의 오랜 대외정책 전통이었던 자제(restraint)에 대한 공약은 약화했다.
궁극적으로 이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함의를 제공한다. 애초 북한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과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기에, 북한 비핵화가 아닌 미북 협상 자체에 좀 더 무게를 두고 대북 정책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특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실질적으로 단기간에 달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군축 협상을 통해 위협을 감소 및 관리하는 수준에서 대통령 임기 내 협상을 마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이란 공습을 통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비확산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다만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군사적 수단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는 북한의 핵문제를 과연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다룰 것인지, 이와 관련해 한미 양국 간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1. 미국의 대이란 최대 압박 캠페인
이번 미국의 공습은 이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불거졌다. 2025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자는 서한을 이란에 전달했고, 이후 오만, 이탈리아 등지에서 여러 차례 협상이 진행되었다. 다만 미국의 요구와는 달리 이란은 우라늄 농축 능력 포기 불가의 입장을 보여 협상이 난항을 겪어왔다. 이후 6월 12일 이란은 새로운 농축시설을 설립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였고, 이에 이스라엘은 즉시 이란 주요 군부 지도자와 핵과학자, 그리고 주요 시설에 대한 공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미국 역시 이러한 이란의 군사작전에 암묵적으로 동의하였으며 정보 지원을 제공하였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포괄적공동행동계획 (JCPOA)에 비판적인 입장이었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캠페인을 재개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은 포괄적공동행동계획이 대이란 제재해제를 의미하는 일몰조항을 포함하고 있고, 우라늄 비축 단속에 대한 규제 조항이 허술하며, 탄도미사일에 대한 규제 조항도 없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최대 압박 캠페인의 일환으로 다수의 대이란 경제·군사 제재를 단행하였을 뿐 아니라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드론 타격을 통해 제거하기도 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공습은 이러한 1기 행정부의 정책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비단 이란의 비핵화뿐만 아니라 이란과 연계되어 있는 중동 내 테러단체, 예컨대 헤즈볼라 및 하마스에 대한 지원을 차단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요컨대 미국은 금번 대이란 공습을 통해 비핵화뿐만 아니라 역내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를 약화시켜 역내 세력균형을 재편하고자 하는 첫 단 추를 끼웠다고 볼 수 있다. 즉, 이란 비핵화는 단순히 이란만의 변화에 국한되지 않고 역내 지정학적 변화를 염두에 둔 정책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이란이 비핵화 협상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진 않을 것이지만, 미국은 이란의 비핵화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지정학적 이익을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2. 북한 문제에 대한 시사점
이번 대이란 공습은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지형에도 많은 함의를 줄 수 있다. 특히 북한은 이번 미국의 대이란 공습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북한은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에서 벌어진 전쟁을 통해 핵 보유의 의미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사례에서와 같이 핵 보유를 포기했을 시 나타날 수 있는 결과, 혹은 이란의 사례와 같이 미국의 비핵화 협상에 응하지 않을 때 맞닥뜨릴 결과 등에서 핵 보유가 반드시 정권 유지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크라이나 참전 이후 돈독해진 북러 관계를 활용하여 정권 유지와 대미 레버리지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북러 양국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에 기반하여 러시아는 북한에게 병력, 무기지원 및 기술이전을 이어가고 있으며, 북한은 조만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추가적으로 군을 파병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애초 북미협상을 통해 얻고자 했던 외교적 고립 타파, 경제 및 군사 지원을 러시아와의 제휴로부터 얻고 있기에, 북한은 당장 한국 및 미국과의 대화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의 북한에 대한 관여는 효과를 내기 어려우며,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대북 관여 스탠스는 적극적인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유럽 파트너 국가들은 직접적으로 러시아로부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재무장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의 대북 유화 정책은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접근법에 대해서도 서둘러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이란 공습에서 알 수 있듯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대외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군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았다. 비핵화 협상 과정 도중에 군사력을 사용하였고, 사용 이후에도 협상을 이어 나가는 강압외교를 수행하고 있다. 비록 이란과 북한의 핵능력은 매우 다르며, 주변 지정학적 조건도 다르다. 그러나 미국은 대이란 ‘최대 압박’ 캠페인 차원에서 비핵화 문제와 지역 세력균형 문제를 동시에 고려하며 제재와 외교적 고립 등과 관련해 역내 국가들의 협조를 이끌어냈다. 미국이 이 동북아 지역의 지정학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그리고 그러한 인식이 북한 문제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한국은 미국과 시급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미중 경쟁에서 우위를 달성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러한 목표 달성 과정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북한 비핵화의 로드맵과 한국과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상정하고 있는지, 이에 대해 서둘러 미국 및 주변 파트너 국가들과의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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