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sun Brief 통권356호
1. 첫 번째 과제: 기업 거버넌스 개혁
2. 두 번째 과제: 노동 개혁
3. 세 번째 과제: 공공 개혁
4. 위기의 한국에 필요한 대통령 리더십
현재 한국 사회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그 중심에는 저출산 문제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 저하는 공통된 현상이지만, 한국은 그 심각성이 유독 두드러진다. 2024년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당 0.75명으로, 두 세대가 지나면 전체 인구가 현재의 14%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는 중세 유럽의 흑사병 시기보다도 더 극심한 인구 감소로 평가되고 있다.
저출산의 주요 원인은 지방의 일자리 부족과 수도권 집중, 이에 따른 주거비 상승에 있다. 한국은행은 수도권 인구 집중도를 낮추면 OECD 평균과의 출산율 격차를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역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들이 불안정한 아르바이트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취업과 결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 첫 번째 과제: 기업 거버넌스 개혁
저출산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이 중요하다. 정작 한국은 대기업 고용 비중이 14%에 불과하며, 이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신화는 자주 인용되지만, 실제로는 이들 기업의 75% 이상이 한국 기준으로는 대기업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대기업에 대한 국민 정서는 복잡하다. 내 자식은 대기업에 취직해야 하지만, 대기업의 성장에는 부정적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재벌의 전횡, 불투명한 경영, 총수 리스크 등이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고, 이후 등장한 신흥 대기업들조차 기존 재벌과 유사한 행태를 반복하면서 불신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런 인식 속에서 대기업의 성장보다는 중소기업 보호와 육성을 우선시하고 있다. 정작 현실은 다르다. 중소기업은 낮은 기술력, 인력 부족, 해외 수출 한계 등의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산업 경쟁력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면 규제와 공정거래 감시가 집중되면서, 중소기업이 성장을 기피하는 이른바 ‘피터팬 신드롬’이 심화하고 있다. 이는 청년이 원하는 대기업 일자리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왜곡된 구조 속에서 한국 기업은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동일한 수익성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이라도 한국에 상장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낮게 형성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겠다며 민주당은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액주주들은 적극 호응하고 있지만, 기대했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 책임을 져야 할 이사회의 권한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경영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대주주의 뜻을 형식적으로 추인하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책임을 강화해도 실질적 개혁은 어렵다. 상법 개정은 우수 인재가 이사로 승진하는 것을 기피하는 등 오히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보다 대주주의 권한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문제이다. 한편에서는 대주주의 월권을 비판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그들에게 주식 소유 비율 이상으로 책임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국회는 계열사 등기이사가 아닌 지주회사 대주주에게 출석을 요구한다. 야당 대표는 AI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공식 대표인 등기이사는 제쳐두고 ‘회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대주주를 만나 협조를 구한다.
2. 두 번째: 노동 개혁
직장은 삶의 터전이다. IMF가 가져온 가장 큰 공포는 ‘직장을 잃으면 가정이 무너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온 말이 “해고는 살인이다” 이다. 이후 고용 규제는 계속 강화되었다. 결국 이미 기업에 들어간 세대는 해고의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지만, 아직 취업하지 못한 세대는 점점더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또한 기업의 관료화가 발생하면서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이 약화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연봉체계다. 청년 세대의 눈높이는 미국 수준의 성과주의인데, 현실은 90년대식 연공서열이다. 결국 실망하는 청년은 열심히 일하기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꿈을 찾아 해외로 떠난다. 2025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높아진 것은 세대 갈등을 더욱 높아졌다. 청년들은 “있는 세대가 더 해. 이제 그만 좀 하지”라고 말한다.
근로시간을 둘러싼 논의도 본말이 전도되었다. 정치권은 주 4일제를 주장하는데, 정작 생산성 향상 논의는 없다. 한국 기업의 경쟁상대는 996 근무제(아침 9시 출근, 밤 9시 퇴근, 주6일)를 하는 중국기업이다. 미국도 대표적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 팀장급 이상이면 퇴근과 근무의 경계가 없고, 주말에도 일한다. 정책은 국내 생태계만 보면서 기업은 경쟁하는 글로벌 생태계를 외면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근무시간을 늘리기만 할 일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이다. 시간 단위 노동 생산성을 높일수록 적은 시간 일하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앞으로 닥칠 위험은 더욱 크다. AI 로봇은 과거처럼 사람의 일을 보조하는 게 아니라, 사람 자체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현대차 미국 공장은 자동화율이 다른 공장의 4배에 달한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는 곧 생산인력 대부분을 대체할 것이다. 이런 변화에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인력의 빠른 재배치가 가능해야 한다. 지금처럼 경직된 노동 제도로는 대처할 수 없다.
3. 세 번째 과제: 공공 개혁
한국은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공공 분야 종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기형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공공은 부가가치 창출의 한계가 있으며, 수출 중심 국가에서 핵심은 민간 부문이다. 그러나 IMF 이후 우수 인재는 의대와 공공기관으로 몰렸고, 기업은 인재를 잃었다. 이로 인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었고, 성장률도 하락했다.
문제의 핵심은 ‘규제 만능주의’이다.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개입해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었다. 이슈가 생기면 국회는 법부터 만든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을 불문하고 관계자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만든다. 실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신산업을 육성한다며 제정한 진흥법은 국가 보조금에 의존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오히려 혁신을 방해한다.
‘재정 만능주의’ 폐해도 만만치 않다. “돈을 풀면 해결된다”는 착각은 현실에서 계속 반복된다. R&D 예산은 확대되었지만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투자는 계 늘어난다. 삼성전자가 돈이 없어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혁신 중심 기업 문화의 약화 때문인데도, 정부는 AI 대책으로 예산 지원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물가를 끌어올려 어려운 사람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정작 코로나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는 제대로 지원받지 못했다.
재정 만능주의는 이제 민간영역까지 확산하면서 민간 금융기관까지 공공기관화하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이 망하지 않게 하겠다며 저리 대출을 강제하고,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며 대출을 완화하도록 지시한다. 그 결과 한국의 시중 유동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혁신기업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 돈은 결국 기업이 아니라 부동산으로 흘러가 부동산 가격 폭등을 초래했다.
4. 위기의 한국에 필요한 대통령 리더십
지금 한국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단순히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게 문제가 아니다. IMF를 계기로 공동체 정신은 사라졌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국가부채 확대가 미래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이 없다. 오직 내 자식과 재산이 중요한 시대다. 이런 흐름을 바꾸지 못하면 미국 패권전쟁 속에서 급변하는 세상의 흐름에 대응하지 못한다. 어쩌면 한국이란 공동체가 붕괴할지 모른다.
현재 한국에 필요한 국가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용기’이다. 윈스턴 처칠의 손녀는 2009년 세계지식포럼에서 처칠 리더십의 핵심으로 용기, 성실성, 비전, 의사소통 능력 네 가지를 꼽으며, 특히 용기를 모든 덕목을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했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정직함이다.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여론이 맞으면 맞다고, 틀리면 틀리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선거 지상주의를 내세우며 “국민이 정했으니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 리더는 위험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민주주의와 함께, 국회·행정부·사법부의 권한이 분산된 공화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민주주의만 강조하면서 공화주의를 무력화시키는 리더는 헌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헌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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