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상의 정상화 시리즈 ①>
Hansun Brief 통권353호
1. 들어가며
2. 과잉규제가 초래한 시장 왜곡
3. 비교심리와 감정적 정책의 연결
4. 정책정상화를 위한 방향
5. 결론
1. 들어가며
최근 수년간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형평성과 조세 정의를 기치로 내세워, 다주택자 및 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징벌적 세제와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추진되어 왔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강화, 양도소득세 중과,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 등은 '정의 구현'이라는 명분 아래 대중의 감정적 지지를 확보하며 제도화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실제로 시장 안정과 주거복지에 기여했는지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오히려 이러한 규제가 중산층과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가로막고, 민간 임대 공급을 위축시켜 시장 전반의 왜곡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본 글에서는 최근 부동산 정책의 감정 중심적 성격을 검토하고, 시장 원칙에 기반한 정책 정상화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2. 과잉 규제가 초래한 시장 왜곡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정부는 총 26차례에 걸친 부동산 관련 규제를 시행하였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 양도소득세 강화,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등이 포함되었으며, 이는 다주택 보유를 투기로 간주하고 시장에서 배제하려는 일련의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의도와 다르게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2017년 6억 원 수준에서 2022년 13억 원을 넘어섰고, 강북 지역의 상승률은 강남을 웃돌았다. 종부세 대상 주택 역시 강남보다 강북 지역에서 더 빠르게 증가하였다. 가격 상승을 억제하려던 정책이 오히려 시장 기대를 자극하여 가격을 밀어 올리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특히, 2020년 시행된 임대차 3법은 전세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정수연 외(2022)의 중단된 시계열 분석(Interrupted Time Series Analysis) 결과에 따르면, 임대차 3법이라는 정책 개입 후 전세가격은 폭등했고, 그 개입이 없었다면 전세 가격은 완만했을 것이다. 다음 그림의 파란선은 정책개입 이후 실제 전세가격을 나타내며, 빨간 선은 정책개입이 없었다면 완만했을 가상의 전세가격선, 반사실적 추세를 나타낸다.
이 분석은 임대차3법이라는 정책개입이 없었다면 전세가격이 지금 수준까지 상승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그림 1> 임대차 3법이라는 정책개입이 없었다면, 폭등하지 않았을 전세가격
출처 :정수연, 외(2023). 주택정책이 전세가격에 미치는 영향: 주택시장 변동성 및 주택정책효과분석을 이용하여.
감정평가학 논집, 22(2), 83-113.
임대차 3법 도입 이후 전세 물량은 급감하고, 임대인들은 가격을 단기적으로 높이거나 반전세·월세로 전환하며 시장이 급격히 불안정해졌다.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커졌을 뿐 아니라, 전세자금 대출 의존도가 높아져 가계부채 증가로도 연결되었다.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의도로 설계된 정책이 오히려 임차인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든 이 모순적인 결과는, 감정이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때 얼마나 쉽게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또한 대중의 정서에 휘둘려 수립된 정책이 얼마나 비효율적이며,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3. 비교심리와 감정적 정책의 연결
이러한 정책 기조의 이면에는 '상대적 박탈감'또는 '비교 심리'가 자리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경제학자 제임스 듀센베리는 1949년 상대소득가설을 통해 “사람들은 절대적 소득보다 타인과의 비교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하였다. 이 이론은 원래 소비 행태를 설명하는 경제학적 개념이지만, 정치사회적 맥락에서는 공정성에 대한 감정적 요구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는 ‘왜 저 사람은 집을 여러 채나 가졌는가’라는 비교 정서에서 출발하여, 불로소득에 대한 환수라는 감정적 명분으로 강화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세금은 감정이 아닌 원칙에 따라 부과되어야 하며, 조세 정책은 시장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을 고려한 정합적 설계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감정적 정당화가 오히려 실수요자의 주거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데 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기자본이 부족한 중산층과 청년층은 자력으로 내 집 마련을 시도할 수 없게 되었고, 시장에서는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고소득층만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정의’라는 이름 아래 설계된 정책이 결과적으로는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구조를 강화한 셈이다.
4. 정책 정상화를 위한 방향
해외 사례를 통해 우리는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미국은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이 아닌 임대주택 공급자로 인식하며, 다양한 세제 혜택을 통해 민간 임대시장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경우, 저렴한 임대료를 유지하는 7세대 이상 주택 소유자에게 재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임대료 안정을 유도하고, 지역 공동체 내 주거복지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 이는 민간의 공급 역량을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활용하는 정책 모델로, 한국도 차등적 접근이 요구된다.
또한, 공시가격 제도의 전면적 재정비가 시급하다. 현행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와 괴리가 클 뿐만 아니라, 동일한 자산이라 하더라도 지역과 유형에 따라 현실화율의 격차가 크게 나타난다. 이로 인해 조세 부담의 예측 가능성이 저하되고, 조세 정의에 대한 국민 신뢰가 약화된다. 더욱이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반하는 성격을 지닌 기본주택 정책은, 그 재원 조달을 위해 증세를 전제로 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공시가격 제도는 과세 기반으로 활용되면서 국가의 자의적 개입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국토보유세(토지이익배당제)는 "국가가 통제 가능한 공시가격"을 실현 수단으로 삼을 여지가 크기 때문에, 공시가격 제도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일은 시급한 정책 과제라 할 수 있다.
공공의 역할도 ‘직접 공급자’에서 ‘시장 조정자’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가 모든 유형의 주택을 공급하는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민간 건설사의 공급 여력을 촉진하고, 금융·세제 정책을 통해 중산층의 주택 접근성을 회복하는 것이 핵심이다.
5. 결론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는 감정적 정서를 기반으로 한 단기 규제가 아니라, 시장 원칙과 예측 가능성에 기반한 중장기 전략을 통해 가능하다. 감정은 정책의 설계 기준이 될 수 없으며, 비교 심리나 질투심은 정치적 동력으로 활용될 수 있어도 정책의 정당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지금은 시장 참여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합리적 제도 설계를 통해, 왜곡된 시장을 복원하고 중산층의 주거 사다리를 회복해야 할 시점이다. 감정이 아닌 원칙으로 돌아갈 때, 부동산 시장은 비로소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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