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sun Brief 통권351호
1. 생활동반자관계에 동성 커플을 포함할 것인가?
2. 생활동반자관계 등록은 가정법원보다는 지자체에서 할 수 있어야
3. 생활동반자관계를 해소할 때는 부부 별산제를 기본으로 해야
용혜인 의원이 2023년 발의했던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이하 생활동반자법)’이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가 22대 총선에서 당선이 되어 국회에 재입성했고 생활동반자법이 재발의되면 국회를 통과할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그가 발의했던 생활동반자법은 다양한 가족공동체를 인정하는 것으로 출발했지만 동성애 문제와 재산분할 등 예민한 사회적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남성들은 동거 계약 해지 시에 발생할 수도 있는 재산분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생활동반자법은 일종의 결혼 대안으로 생활동반자관계를 맺는 커플에게 결혼에 준하는 세제와 복지 혜택을 주기 위해 시작했으나, 그 의도와는 달리 일부 규정 때문에 오히려 생활동반자관계(동거)를 기피하게 만들 수도 있다.
1. 생활 동반자관계에 동성 커플을 포함할 것인가?
용혜인 의원이 발의했던 생활동반자법에서는 ‘“생활동반자관계”란 대한민국 국적 또는 영주권을 가진 성년이 된 두 사람이 상호 합의에 따라 일상생활, 가사 등을 공유하고 서로 돌보고 부양하는 관계를 말한다’라고 규명했다. 즉 생활동반자관계는 성년의 두 사람이 상호합의에 따라 생활을 공유하는 동반관계로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가 부여된다. 즉 동거 및 부양, 협조의 의무, 일상가사대리권, 가사로 인한 채무의 연대책임 등이다. 또 소득세법상 인적공제, 건강보험의 피부양자 자격, 가족 돌봄 휴가 등 다양한 사회적 보호를 제공한다.
용의원의 생활동반자법에서는 다양한 가족의 한 형태인 생활동반자관계를 남녀가 아닌 단순히 성년이 된 두 사람의 관계로 규명하여 동성을 포함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시행하는 팍스(PACS: 시민연대계약)도 동성 및 이성 커플 모두에게 적용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허락하고 있지 않아 생활동반자관계의 동성 커플에게 결혼에 준하는 각종 혜택을 준다는 것은 상당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생활동반자관계(동거)로 시작해서 얼마든지 결혼으로 옮겨 갈 수도 있어 사실상 동성 결혼을 허락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은 동거 남녀 이성 커플에게 생활동반자관계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향후 동성을 포함할지는 폭넓은 사회적 공론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다음에 결정하는 것이 보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길이다. 차제에 법명도 생활동반자법 보다는 ‘동거보호법’이라고 하는 것이 근본 취지를 잘 살리는 길이라고 본다.
2. 생활동반자관계 등록은 가정법원보다는 지자체에서 할 수 있어야
생활동반자법에서는 생활동반자관계의 성립과 해소에 관한 등록과 그 증명에 관한 사무는 대법원이 관장하며 대법원장은 등록 사무의 처리에 관한 권한을 가정법원장에게 위임하고 있다. 따라서 생활동반자관계를 등록하거나 해소하려면 가정법원(지원)을 방문하도록 하고 있어 마치 혼인이나 이혼을 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생활동반자관계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고비용이면서 과정이 복잡하여 접근하기가 힘들거나 결혼에 대한 트라우마 등으로 기피를 하는 사람들이 간편하게 동거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다. 따라서 생활동반자관계 등록이나 해소는 가정법원보다는 구청 혹은 시청 등의 지자체에서 하는 것이 심적 부담이 적다고 본다.
프랑스 팍스 제도에서는 예약된 날짜에 시청을 방문하여 서류를 제출하고 팍스를 체결하게 된다. 또 계약을 해지하려면 한쪽 파트너가 시청이나 공증인에게 해지를 신청하면 된다. 팍스는 결혼과는 달리 법적 인정을 받는 동거 관계로, 결혼과 같은 이혼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팍스는 결혼보다 간단하게 체결하고 해지할 수 있으며, 법적 책임과 권리가 다르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Domestic Partnership을 통해 프랑스의 팍스와 유사하게 법적 인정을 받는 동거 관계를 제공하고 있고, 등록은 일반적으로 시청이나 주 정부 기관에서 이루어진다.
3. 생활동반자관계를 해소할 때는 부부 별산제를 기본으로 해야
용의원의 생활동반자법에서는 ‘생활동반자관계를 해소한 당사자 일방은 상대자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명하고 있다. 그런데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경우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라고 명시하여 민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에서 규명한 이혼 시의 재산분할 방법과 거의 유사하다.
우리나라 민법에서는 부부가 이혼 시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않을 때는 당 사자 쌍방이 협력하여 이룩한 재산은 재판에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됨을 명백히 하고 있다. 하지만 1993년의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부부 중 한 사람(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남성)의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배우자가 경제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그 감소를 방지하거나 그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특유재산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다. 이 대법원 판례로 이혼 시 특유재산 분할 가능성의 법적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여기에서 특유재산은 결혼 전부터 배우자가 보유하고 있었던 재산이나 혼인 중 제3자로부터 증여를 받거나 상속받은 재산을 말한다.
1994년의 대법원판결에서는 배우자가 상대방의 특유재산의 증식에 구체적이고 가시 적인 기여(예를 들어 특유재산을 담보로 한 대출 이자 변제, 혹은 특유재산의 리모델링 등)를 했다는 사실이 없이 가사노동과 가정경제관리만을 한 경우에도 특유재산의 분할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1997)는 ‘이혼 시의 재산분할 제도는 본질적으로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의 청산이라는 성격도 있지만,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성격이 보충적으로 가미된 제도’라고 보았다.
최근에는 결혼 기간이 길어질 경우 이혼 시에 특유재산을 재산분할 대상에 넣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혼전 계약서가 이혼 후 재산분할에 관한 법적인 효력이 없어, 자산이 많은 남성들은 혹시나 있을 이혼 시의 재산분할 리스크 때문에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생활동반자법에서 남성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동거 해지 시에도 이혼에서처럼 예외를 인정하면서 특유재산까지도 분할될 수 있다는 불안을 느낀다는 것이다. 용혜인 의원이 발의했던 생활동반자법에서는 ‘생활동반자관계 당사자는 그 특유재산을 각자 관리, 사용, 수익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생횔동반자관계를 해소할 때 재산분할에 특유재산을 포함할지는 불분명하다.
프랑스의 팍스(PACS) 제도에서는 계약 해지 시의 재산분할은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이루어진다. 팍스 관계에서는 ‘분리재산제도’가 기본적으로 적용된다. 각 파트너는 각자의 재산을 독립적으로 관리하며 상대방의 동의 없이 본인 명의의 재산 처분이 가능하다. 계약 해지 시에도 각자의 재산은 별도로 유지된다. 팍스가 민사 계약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팍스 해지 시에도 결혼에서처럼 기존 재산에 대한 분할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PACS 체결 이후 형성된 공동명의 재산이 있다면 파트너들은 서로의 동의하에 재산을 분할할 수 있으며 이는 법적 강제가 아닌 자발적인 과정으로, 법적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만약 파트너 간에 공동재산의 분할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법적 조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이는 판사의 개입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결혼 전 동거가 많이 늘어나고 있으며 보통은 여성이 남성이 거주하는 집으로 들어가 생활하면서 동거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동거를 시작할 때 계약서를 쓰지 않으며 기관에 등록도 하지 않으니 헤어지더라도 법적인 기록이 남지 않는다. 생활동반자법은 동거에 법적인 보호기능이 있고 결혼에 준하는 혜택도 있지만, 재산분할을 이혼과 비슷하게 까다롭게 할 경우 오히려 동거를 기피하게 만들 수도 있다.
생활동반자법이 아직 제정이 되지는 않았지만 2023년에 발의되었던 법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자, 일부 동거 중 혹은 동거했던 여성들이 변호사 사무실에 재산분할 여부를 문의하는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생활동반자관계는 결혼보다 더 쉽게 접근하도록 하여 궁극적으로는 결혼하지 않고도 출산율을 높이는 것에 의미가 있다. 하지만 2023년 발의되었던 생활동반자법은 결혼과는 다른 법적인 동거임에도 불구하고 이혼에 준하는 재산분할을 명시하여 청년(특히 남성)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22대 국회에서 새롭게 발의될 생활동반자법에서는 프랑스 팍스처럼 계약 해지 시에는 부부 별산제(분리재산제)를 기본으로 하고 재산분할 대상에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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