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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법치주의의 현실과 실현 과제] 통권342호
 
2025-02-13 14:48:44
첨부 : 250213_brief.pdf  

Hansun Brief 통권342호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




                             < 목 차>

 

1. 법치주의와 대한민국의 현실

2. 법치주의란 무엇인가?

3. 우리나라 헌법의 법치주의 규정들

4.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한 전제


 

1. 법치주의와 대한민국의 현실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라고 누구나 말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가 법치국가인가? 우리는 법치국가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지도 못하면서 헌법과 법률 등 법체계가 구축되어 있고 현실에서 법이 효력을 발생하고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즉 국회가 법률을 제정하고 정부가 법률을 집행하고 법률분쟁이 벌어지면 법원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면 법치주의가 실현된다고 보는 것이다.

법치주의는 법이 있어야 실현되는 것이니까 겉으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이다. 그런데 현실은 우리가 평범하게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상식으로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적법하게 공권력을 행사해야 하는 국가기관이 자의적인 해석으로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는 일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법치주의라는 용어는 19세기 중반 독일의 법치국가로부터 출발하였다. 그리고 영미법에서 말하는 법의 지배는 19세기 말 영국의 법학자가 언급하면서 시작된 용어이다. 독일이 법치국가를 만들려고 한 것은 자의적인 정치를 법으로 규율하여 국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법치국가는 법이란 형식에만 치우치다 보니 오히려 법이 정치의 도구로 변하는 형식적 법치국가로 전락하게 되었다.

쓰라린 역사를 오랫동안 경험한 법치국가는 법이란 존재 자체보다는 법의 내용이 정당하고 정의를 추구해야만 실질적 법치국가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1919년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은 법치국가를 지향했지만 국민을 선동한 나치에 의하여 붕괴하고 말았다. 이는 법치국가가 정치에 지배를 받으면 손쉽게 붕괴하고 만다는 것을 보여준 역사적 실례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혼란이 온다.

2024년 12월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우리나라의 법치주의는 진면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먼저 야당은 국회에서 비상계엄이 내란을 획책한 것이라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였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첫 번째 탄핵소추 발의는 여당의 불참으로 무산되었다. 당시 탄핵소추를 위한 의사정족수는 충족되었고 본회의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투표를 마쳤다고 한다. 그런데 국회의장은 투표불성립을 선언하였다.

국회의장은 투표불성립을 선언했지만 불참도 투표에 대한 의사표현의 한 방법이라고 할 때, 이는 문제가 있다. 그다음 국회는 탄핵소추가 의결된 후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을 청구했지만, 차후 탄핵소추의결서의 내용을 변경하여 내란 혐의를 삭제하였다.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청구서에 중요한 부분의 변경이 있었지만 각하하지 않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의 심리절차에서 피청구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는 내란혐의가 빠졌지만, 내란혐의에 대한 형사사법절차는 별도 진행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가 아니면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가지고 있어서 소추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는 경찰에 있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를 진행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수사를 강행했고, 위법적인 체포·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현직 대통령이 체포·구속되고 기소되어 구치소에 수감된 사건은 세계사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통령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면 이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탄핵심판, 체포·구속·기소 등 일련의 형사 사법절차는 대부분 위법적이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가 과연 법치국가인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법치주의란 무엇인가?

2. 법치주의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법치주의가 실현되고 있는지 또는 실현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먼저 법치주의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치주의는 근대 시민사회가 만들어지면서 국가권력 또는 정치권력에 의한 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법에 따라 국가를 운영하려는 것을 말한다. 현대에 오면서 법치주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평등 등 정의의 구체적 실현을 위하여 국가가 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작동되어야 한다는 국가의 구조적 원리가 되었다.

법치주의는 동적이고 감성적인 정치를 정적이고 이성적인 법으로 규율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이런 법치주의는 영미식의 법의 지배와 독일식의 법치국가 원리로 구분하기도 한다. 영국의 법의 지배는 관습법과 판례법으로 형성된 법체계에 실정법을 보완한 실무 중심의 적법절차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독일의 법치국가 원리는 헌법을 중심으로 한 실정법의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은 19세기부터 법치국가 원리를 만들고 발전시켰지만, 20세기 중반까지 형식적 법치국가 원리에 매몰되어 이념과 목적을 배제한 형식에만 치중하다가, 독일의 법치국가는 나치에 의한 불법국가(Unrechtsstaat)라는 오명을 쓰면서 실패를 맛보았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실질적인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1949년 독일연방 국가 헌법인 기본법은 헌법현실을 고려하여 실질적 법치국가 원리를 명문화하였다.

독일 기본법은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면서 모든 국가권력이 헌법에 기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법치국가 원리의 핵심 요소로 하였다. 그리고 기본법은 헌법 우위의 원칙을 명문화하였다. 이와 함께 기본법은 입법?행정?사법을 기본권에 기속시키고 국가권력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있음을 선언하였다. 나아가 독일 기본법은 제28조 제1항에 명문으로 법치국가를 언급함으로써 법치국가 원리가 헌법상 기본 원리임을 확인하고 있다.

독일 기본법은 실질적 법치국가를 실현하기 위하여 기본권 보장을 위한 권리구제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기본법은 효과적·효율적인 권리구제를 위하여 사법제도와 헌법재판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기본법은 자유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실현을 위하여 법률유보 원칙을 통하여 기본권의 최대한 보장과 최소한 제한을 지향하면서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금지를 통하여 국가권력 행사를 제한한다. 이외에도 행정권 행사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법치행정을 내용으로 한다.

헌법재판소는 “오늘날의 법치주의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써 정해야 한다는 형식적 법치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법률의 목적과 내용 또한 기본권 보장의 헌법 이념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실질적 적법절차를 요구하는 법치주의를 의미”한다고 하여 법치주의를 헌법상 기본원리의 하나로 보고 있다(헌재 1999. 5. 27. 98헌바70; 헌재 2010. 2. 25. 2008헌바160). 이렇게 헌법재판소도 실질적 법치주의를 언급하며,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목적과 내용이 헌법에 합치되어야 한다는 점을 계속하여 강조하고 있다.

3. 우리나라 헌법의 법치주의 규정들

현행 헌법은 독일 기본법과 달리 법치국가를 명문화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법치국가에 관하여 해석하고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법치국가의 요소나 내용에 해당하는 것에 관한 규정을 찾아서 포섭할 수밖에 없다. 법치국가 원리는 명문화되지 않은 헌법상 기본원리로서 적용되고 있다. 법치국가 원리는 단지 규범에 대한 국가권력의 기속성만 규정하는 법질서가 아니다. 그래서 전체국가 같은 개념이 헌법에 규정된다면 법치국가 개념 속에서 용인될 수 없다. 이런 국가는 국가권력이 법률에 구속된다고 하여도 단지 형식적 법치국가일 뿐 진정한 의미의 법치국가는 아니다.

법치국가는 헌법 국가를 전제로 하여 자유를 보장하고 정의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 법치국가에서 법은 이성·정당성·정의에서 도출된 내용을 담고 있어서 법 우선의 원칙이 국가를 지배한다. 법의 지배나 법률의 지배는 인간의 자의적 권력 행사를 막는다. 국가공권력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보장을 목표로 행사되어야 한다. 법치국가는 기본권 보장과 권력분립 원칙에 의하여 자유와 평등, 정의를 보호한다.

헌법은 개별 조항으로 법치국가를 구성한다. 헌법은 제40조에 입법권, 제66조 제4항에 행정권과 제100조 제1항에 사법권, 그리고 제111조에 헌법재판소 등을 규정하여 권력분립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권력인 입법·행정·사법은 헌법의 관련 조항에 따라 기속된다. 이와 함께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재판청구권과 함께 사법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법치국가 원리의 근거인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권력분립 원칙, 국가권력의 헌법과 법률에 대한 기속 등 규정들은 헌법의 개정 대상이 아니다.

4.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한 전제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하여 중요한 것은 권력분립 원칙이다. 우리나라 헌법도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입법·행정·사법 등 국가권력을 3권으로 나누고 있다. 법치주의에서 권력분립 원칙이 중요한 이유는 집중된 권력이 독재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권력은 분리하여 정립되어야 하고 권력 상호 간에 견제를 통하여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국가권력 간의 균형이 깨지면 권력은 집중되고 독재화한다.

권력분립 원칙에서 또 다른 중요한 것은 서로 분리되어 독립된 국가의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들의 권한 배분과 인적 구성에서 기본적으로 한 국가권력의 조직에 속한 구성원이 다른 조직에 속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국가권력의 구성원이 바로 다른 국가권력의 구성원이 되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국가권력 간의 견제는 유명무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견제와 균형의 논리 속에서도 국가 기능의 활성화를 위하여 아주 예외적으로 구성원의 교류와 권한의 통합이 허용될 수는 있다.

이런 관점에서 국회의원이 행정부의 국무위원이나 장관을 겸직하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을 위배하게 된다. 더구나 대의제민주주의에서 선거를 통하여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또 다른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의 명령·지시를 받는 행정공무원을 겸직하는 것은 대의제에도 위배될 수 있다. 그리고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를 차등화함으로써 국민의 정당성 부여에도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권력분립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을 금지해야 하고, 국가권력 간에 구성원들의 이동을 규율해야 한다. 이는 대통령 선거 5년, 국회의원 선거 4년을 고려하여 5년간의 이동 유예기간을 두어 국가권력 간의 야합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헌법재판관은 헌법심을 담당하는 헌법재판소의 구성원으로 헌법은 입법?행정?사법에서 각 3명을 분배하고 있다. 헌법재판관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자격의 기준을 구체화하고 이를 심사할 위원회를 구성하여 추천한 후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후보는 대법관 중에서 뽑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각 지역선거관리위원회를 포함하여 위원장을 법관으로 겸직하게 하는 것을 고쳐야 한다. 사법부의 구성원인 법관이 선거관리위원장을 비상임으로 겸직하게 하는 것도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된다고 본다. 이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을 해하는 것이다.

법치국가는 기본권 보장과 권력분립 원칙만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법치국가는 권리보호를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절차를 구축해야 한다. 법치주의에서 절차적 정의가 중요한 이유는 절차가 헌법과 법률의 내용을 구체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하여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의 준법정신이다. 이는 단지 국민이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만이 아니라 국가공권력이 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도 포함한다. 독일의 세계적인 헌법학자이자 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이었던 콘라드 헤세 교수는 국민의 헌법 수호 의지가 법치국가의 초석이라고 하였다. 법치주의가 실현되려면 무엇보다도 국민의 헌법 질서를 수호하려는 의지가 중요하고 필요하다.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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