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un Brief 통권331호
1. 들어가며
2. AI 기반 맞춤형 교육으로 교육의 질 개선
3. 전통적 학교 수업의 문제점
4. AI 디지털교과서가 바꿀 미래
1. 들어가며
우리 사회는 지속적인 출산율 하락과 인구 고령화에 직면해 있다. 특히 6-21세에 해당하는 학령인구는 1980년 1,440만명을 정점으로 이후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학령인구는 1980년 전체 인구의 37.8%를 차지하였으나 2015년 17.5%로 감소하였고, 2060년에는 11.1%까지 감소할 전망이다(최율, 김두섭, 2016). 교육부가 올해 1월 발표한 ‘2024~2029년 학생 수 추계 보정 결과’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등학교 학생 수는 올해 513만 명에서 2026년 483만 명으로 줄어들어 500만 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세가 더욱 뚜렷이 나타나는데, 초등학교 1학년에 취학하는 아동의 수가 올해 들어 30만 명대로 떨어진 뒤 2029년에는 24만 명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교원 수급이나 학교의 존폐와 직결되어 있다. 학생 수 감소는 지역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빈집과 폐교 문제를 발생시키며 종국적으로 지역소멸을 불러오게 된다. 2025년부터 국내의 고령인구 비중이 20.6%에 이르게 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저출산과 함께 급격한 고령화도 동시에 진행된다. 2021년 행정안전부가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지역소멸 위기가 대두되고 있는 지역으로 전국 시군구 기초 지방자치단체 228곳 중 89곳을 인구감소 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지역의 청년층이 일자리나 교통, 교육 등 인프라가 갖추어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지역은 소멸 위기에 직면하고 있고, 청년들은 대도시의 주거비 부담 등으로 삶의 질이 저하되어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면서 총인구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2. AI 기반 맞춤형 교육으로 교육의 질 개선
하지만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가 않다. 기업을 유치하거나 학교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지역 내 인구 유입을 늘리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안이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아래에서는 자동화 등으로 인해 대기업의 고용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대규모 기업들의 고용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이다(고영선, 2024).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첨단 반도체, 바이오, 항공우주 등 새로운 산업을 지역에 유치하거나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의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 중인 유니콘 기업들을 유치하는 방법 외에 별다른 대안을 생각하기 어렵다. 좋은 일자리와 질 높은 교육은 서로 연계되어 있다. 교육의 질을 높임으로써 학령인구의 유출을 막고 신규 인구 유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역 소재 학교들의 수업을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어떻게, 지금의 학교 교육의 질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 단편적인 처방으로는 어렵다. 교육과정, 수업방식, 평가 및 기록방식 등 학교 교육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들을 함께 바꾸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기술의 발전은 사회변화를 추동한다. 그중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단연 돋보인다. 대규모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s)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의 등장으로 교육 분야에서도 에듀테크 기술의 급속한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학습자데이터, 학습콘텐츠데이터, 학습활동데이터 등 학습데이터의 축적은 인공지능에 의한 분석, 예측, 추천 등 다양한 교육용 부가서비스를 가능케 해 학교 교육의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박승재, 2024a). 교육 분야 글로벌 인공지능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성장세의 주요 요인의 하나는 교육에서 개별화된 학습 경험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교육기관이 학습자의 능력, 학습 양식, 관심사 등을 고려하여 맞춤형 학습 경로를 제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 능력에 상응하는 학습 속도와 방식에 최적화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인공지능이 교육에 사용된다는 것은 교육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이다(M. Chi et al, 2011). 데이터를 이용한 학습자의 지식수준 측정과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은 학생들이 학습하는 동안 남긴 디지털 흔적을 분석함으로써 실시간 학생들의 학습 상태와 지식수준을 파악해 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학습활동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그 분석 결과는 더욱 정확해진다. 데이터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패턴을 분석할 수 있게 되면 학생들이 취약한 분야, 틀린 문제의 유형, 문제 푸는 습관, 공부하는 행태 등을 파악하고 교정할 수 있다(임예린, 박승재, 박수진, 최다인, 2022). 상용화된 지능형 튜터링 시스템(ITS)과 같이 B2C 모델에서는 일반적으로 이 단계까지 반영한 개별화된 학습 과정을 제공한다. 하지만 AI 디지털교과서와 같이 공교육기관에서 수업용으로 사용하려고 할 때는 B2B 모델을 취하게 된다. 즉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는 학습 환경에 교사의 역할이 주요하게 설계된다. 교사는 수업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를 판단하여 수업 설계를 한 후 교육과정 내에서 AI를 활용한 개별화된 맞춤형 학습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따라서 AI 디지털교과서를 학교에 도입하는 경우, 수업모델이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학교 교육에 도입되면 인간-AI 상호작용(Human-AI Interaction)이나 사회·정서적 학습(Social-Emotional Learning: SEL)이 중요해진다. 인공지능이 일상화되는 시대의 새로운 변화이다. 특히 학교 수업에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교사는 주입식 혹은 지식 전달형 수업에서 탈피하여 AI가 제공하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학생의 수준에 상응하는 말하기, 글쓰기, 발표하기, 팀 프로젝트 등을 통해 생각을 끄집어내는 교육으로 수업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교육부, 2023, 2024). 인공지능 시대에는 지식 전달형 혹은 지식 주입형 수업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일방향 교육이 아니라 양방향, 다면적, 심층적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념(concept)을 중심으로 하는 탐구형 학습으로 수업방식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3. 전통적 학교 수업의 문제점
전통적인 학교 수업은 몇 가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한 명의 교사가 다수의 학생을 가르쳐야 하기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지식수준이나 특성, 학습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학급 평균 수준의 난이도로 동일한 내용을 동일한 속도와 방식으로 가르치게 된다. 이러한 수업은 주입식 지식 전달형 수업이 될 수밖에 없다. 교사가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거나 주입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학생이 자신의 학습 과정을 주도하기보다는 교사가 전달하는 지식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대상이 되기 쉽다(이동엽, 2013). 이러한 수업방식으로는 학생 개개인의 창의적인 사고나 문제 해결 능력을 개발하기 어렵다. 학교에서의 수업은 제한된 시간 내에 교육과정에서 정한 순서대로 진도를 나간다. 학생 개개인의 역량과 특성을 고려하여 수업하기가 어렵다. 수학 같은 위계가 있는 과목의 경우 한번 뒤처지기 시작하면 상급 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따라가지 못하고 그 과목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이 문제는 수업에서 학생들의 참여 부족으로 이어진다.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게 배우고, 익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 수업이 학생들에게 수동적인 환경을 제공하여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거나 무언가를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게 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통적 평가 방식은 학생들의 기억력과 지식의 습득 여부를 중시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실제 이해도나 응용 능력을 측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시험을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시험에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되어 다양한 학습 경험을 놓치고, 평가 점수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평가의 늪에 빠지고 만다. 시험 중심의 평가는 수업방식까지 왜곡하는데, 토론이나 발표, 글쓰기, 프로젝트 수업 등 탐구적 방식의 수업을 진행하려 할 경우에도 평가 결과의 유불리에 따라 수업방식이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인 평가방식이 택하고 있는 표준화된 객관식 시험에 의한 평가는 평가 기준이 너무 일괄적이고 유연성이 부족해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능력과 잠재력을 반영하기 어렵다. 이는 학생들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제한하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박승재, 2024b).
또한 전통적인 평가방식은 학생 중심의 평가나 개별화된 학습 경험에 기반한 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 간의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학습 환경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자기 평가나 피드백 시스템이 부재하여 자신의 성장을 이해하고 이에 따른 준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된다는 문제가 있다. 학교에서 학생 개개인의 학습 능력을 고려함이 없이 중간 수준의 난이도로 수업과 평가가 이루어지다 보면 상위권 학생들은 난이도 높은 학원 수업을 찾게 되고, 하위권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학원을 찾게 된다. 상위권 학생들이나 하위권 학생들이 학원을 찾게 되면 중위권 학생들 또한 이에 편승하여 학원을 찾게 되는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곧 사교육비 문제로 되돌아온다.
4. AI 디지털교과서가 바꿀 미래
AI 디지털교과서를 수업에 사용한다는 것은 자동차를 운전할 때 운전자가 내비게이터를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목적지에 최단 시간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인공위성에서 운행경로를 안내해 주는 것처럼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들이 목적하는 학습을 효과적으로 끝마칠 수 있도록 최적 경로를 안내해 주도록 설계되어 있다. 학생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교사는 대시보드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학습 과정을 파악하여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학생들의 능동적 참여가 필요한 개념기반 탐구수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이 AI 디지털교과서로 기본적인 학습을 해오고, 수업에서는 개념을 중심으로 학생 각자가 이해하고 있는 것을 동료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고, 토론하고, 탐구하는 수업을 해야 한다.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 거꾸로 수업)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업은 기본적인 개념(concept)을 숙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이(transfer)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보편화되는 시대에 필요한 미래 교육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Holmes et al., 2019). 개념 기반 탐구수업은 역량 중심 교육을 중시하는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학교들도 채택하고 있다(Erickson et al., 2017). 전통적인 학교 수업방식이 지식과 기능을 전달하거나 설명하는 수업이었다면, 개념 기반 탐구 수업은 개념을 기반으로 질문하고, 새로운 것을 찾거나 응용하고 구성하는 탐구형 수업방식이다(Erickson, 2012). 방대한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강의식 수업에서 탈피한 것이다. 물론 필요한 경우에는 강의식 수업도 해야 한다. 그러나 가능하면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동일한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아닌 한 탐구적 방법을 통해 질문하고, 토론하고, 자기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수업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의식 교수법은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동일한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적합하다. 창의적인 사고와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 AI 디지털교과서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수업 모습은 지식전달형 강의식 수업을 대폭 줄이고, 학생들의 생각을 꺼집어내는 교육, 무엇인가를 만드는 교육, 발표하고, 토론하고, 글로 표현하는 교육을 하려는 것이다.
AI 시대에는 학생들이 스스로 지식과 정보를 찾아 활용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교사는 학생들의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사회·정서적 멘토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특성과 자질을 살려 수업 시간에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마치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이 선수들을 대하는 것처럼 학생을 분석하고, 지원하고,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 변화되어야 한다. 종래에는 수업 진도를 나가기 위해 교과서 내용을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전달하는 강의식 수업의 주체였다면 AI 디지털교과서로 변화되는 교실 환경에서는 학생들의 학습을 설계하고, 지원하는 학습의 설계자이자 멘토, 페이스메이커로 역할이 변화되어야 한다. 학생들은 글쓰기, 토론, 발표, 팀웍을 발휘하는 능력을 학교 수업을 통해 길러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협력과 인내, 디지털 윤리와 리터러시를 일깨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정서적 학습(Social-Emotional Learning)이 학교 수업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것이다(박승재, 2024b).
인공지능이 일상생활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대학의 교육과정에 반영된 것도 불과 최근의 일이다. 대다수 교사는 인공지능의 교육적 활용에 대해 교육을 받은 적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학교에 도입되기 시작한 초기 단계에 가장 중요한 것이 교사들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이다. 학교 수업에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수업모델을 제시하고 세밀한 교사 연수가 이루어져야 한다. 항간에는 AI 디지털교과서 연수가 교육 프로그램도 없이 이루어진다는 얘기가 있다. 개념기반 탐구수업을 하라고 해놓고 정작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연수는 없다고 볼멘 소리를 하는 이도 있다. 잘 경청하고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많은 국가가 인공지능의 교육적 활용에 대해 명확한 포지션을 취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는 인공지능의 교육적 활용에 매우 적극적이고 호의적이다. 세계 최초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결정하고 이미 실행단계에 들어서 있다. 국회가 나서서 교육부의 특별교부금 비율을 상향 조정해 교사들의 AI 디지털 연수 재원을 마련해 준 것도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로 변화될 교실의 모습이 기대된다. 2025년 봄학기가 정말 기대된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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