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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박세일의 ‘지도자의 길’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통권306호
 
2024-06-05 13:47:22
첨부 : 240605_brief.pdf  

 Hansun Brief 통권306호 


손용우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1. 서론


4.10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와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대패했다. 집권 2년 차에 민심을 잃었다.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앞두고 총선의 결과는 보수우파에게 심각한 상흔을 남겼다. 상처가 아물고 민심을 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뼈저린 노력이 요구된다. 대통령이 지닌 리더십이 가장 큰 난제이자 과제이다. 이러한 상황은 국민의힘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게 만들고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대통령 리더십이 국가 대계뿐만 아니라 선거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다시금 깨닫는 기회였다. 그러나 대가가 너무 컸다. 이러한 의미에서 박세일의 지도자의 길을 회고하고 대통령 리더십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소고(小考)한다.

 

2. 지도자의 길


위공(爲公) 박세일 교수(이하 위공)2016년 미완의 초고이지만 경세(經世)와 안민(安民)의 대강(大綱)을 정리한 지도자의 길: 안민학 서문을 남기고 20171월 타계했다. 이 글에서 위공은 치열한 준비도 고민도 없이 지도자가 되려는 것은 역사와 국민에 대한 죄악임을 강조했다. 위공은 경세와 안민을 위한 지도자의 길을 가려면 적어도 4가지 능력과 덕목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애민(愛民)과 수기(修己)이다. 지도자는 애민정신을 가져야 하고 이는 곧 공동체와 구성원에 대한 사랑이다. 국가 경영은 소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다. 자기 수양을 위해서는 사욕(私慾)과 소아심(小我心)을 줄이고 공심(公心)과 천하심(天下心)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백성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아 백성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대사에 임해야 한다.

 

둘째는 비전과 방략(方略)이다, 지도자는 세계 흐름과 국정운영의 대강을 파악하고 공동체가 나아갈 대()비전과 그 비전을 실현할 대()방략을 강구해야 한다. 지도자는 공동체가 나아갈 역사적 방향과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 그리고 해결 방식에 대하여 확고한 구상이 있어야 한다. 오늘날은 어떠한 시대이며 시대정신은 무엇인가에 대한 판단이 서야 국가 비전과 주요 국정과제를 수립할 수 있다.

 

셋째는 구현(求賢)과 선청(善聽)이다. 천하의 현명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이들의 충언과 지혜와 경륜을 높이 사는 것이다. 유학에서는 국가가 부흥하기 위해서는 인재를 알아보는 눈 밝은 명군(明君)과 현명하고 유능한 현신(賢臣)과의 만남을 강조해 왔다. 상대의 말을 귀담아듣고 민심을 무거운 마음으로 받드는 태도가 바로 선청이다. 지도자는 자신이 말을 많이 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먼저 이야기해서도 안 된다. 한비자(韓非子) 지도자가 입장을 미리 밝히면 신하들의 진정한 충언을 들을 수 없다.고 했다.

 

넷째는 후사(後史)와 회향(回向)이다. 훌륭한 지도자는 자신의 시대가 마무리된 후 다가올 다음 시대를 배려하고 준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이 후사이다. 위공은 후사가 곧 역사의식(historical consciousness)이라고 강조한다. 지도자는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고 다음 세대가 해야 할 일을 알아야 한다. 차세대 인재를 키우고 차세대 정책개발을 돕는 것이 모두 후사에 해당한다. 올바르고 냉철한 역사의식이 없어서는 감당하지 못할 과제들이다. 회향은 자신이 이룩한 성과를 오롯이 국민과 역사에 돌려주는 것이다. 본인은 빈손과 빈 마음으로 대인(大人)과 지도자의 풍모답게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요컨대 위공의 지도자의 길에서 강조하는 것은 국가의 최고 지도자의 사명은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대()리더십을 펼치는 것이다. 지도자로서의 인품과 능력을 충분히 갖춘 자가 대의명분과 시대정신 그리고 공명정대하고 정정당당하게 국사(國事)를 지도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3. 대통령 리더십의 유형


대통령(大統領)은 공화국의 원수로서 크게 거느리고 다스린다는 의미로 국가 리더십의 최정점에 있다. 리더십(leadership)3대 요소가 있다. 목표와 구성원(국민) 그리고 영향력이다. 미국과 한국식의 대통령은 국가가 나아갈 목표를 위해서 국민을 지도하고 설득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영향력이 일방향이면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되고 쌍방향이면 민주적인 리더십이 된다.

 

막스베버(Max Weber)는 리더십을 전통적 지배와 카리스마적 지배 그리고 합법적 지배라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전통적 지배는 혈통과 가문이 리더십의 중요한 배경이 된다. 카리스마적 지배는 비범한 능력과 신비한 영향력을 갖춘 영웅적 면모를 중시한다. 합법적 지배는 법과 제도를 통한 소위 법치 정치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상적인 유형이 있기보다는 실제 지배는 세 가지 유형이 혼합되어 나타난다. 시대와 지도자에 따라서 가중치만 다를 뿐이다.

 

초인적인 이미지를 지닌 카리스마적 지배가 돋보이는 대표적인 지도자는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영국의 윈스턴 처칠 그리고 프랑스의 샤를르 드골이다. 이승만과 박정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모두 국난의 위기에서 구국의 영웅적 서사를 남겼다. 초인적인 능력과 강인한 추진력으로 국정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대전략을 실행하면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의 높은 도덕성과 정직함 그리고 열정은 대중의 신뢰를 얻어내는 필수 불가결한 덕목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미래의 정치에서도 대중들은 카리스마적 리더를 여전히 갈망할 것이다.

 

카리스마적 지배와 일부 유사하지만, 또 다른 유형이 존재한다. 보스형 지배이다. 권위주의형 지배와 연결되는 보스형은 유아독존(唯我獨尊)적 입장에서 인적 관계를 가장 중시한다. 그래서 의리와 충성이 지배의 척도가 된다. 자신의 역린(逆鱗)과 허물을 건드리는 직언과 간언은 불충이자 해아(害我) 행위로 간주한다. 보스형은 역대 전두환이 가장 강했고 다음은 김영삼과 김대중 순이다. 박근혜도 보스형이 강하게 혼재한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보스형 지배에 가깝다. 현 대통령은 구원(舊怨)의 악연을 풀고자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감내하고 자숙해야 할 박근혜의 핵심 참모까지 기용하는 기이한 인적 양태를 보이기도 한다.

 

4. 윤석열 대통령 리더십 과제


그러면 윤석열 대통령 리더십의 문제를 좀 더 살펴보자. 첫째, 지도자 개인의 고유한 특성에 초점을 맞추는 자질론(traits theory)과 지도자의 행동 양태를 관찰하는 행동이론(behavioral theory)으로 볼 때, 그는 리더형보다는 보스형에 가깝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초년생답게 정치적 경험이 전무했다. 정치적 지도자의 수업도 매우 부족했다. 검찰에서의 오랜 경력은 그를 정치적 지도력보다는 행정가적 자질을 연마하는 데 이바지했다. 대통령의 직무는 국민과의 소통이 필수적인데, 대국민 담화(4.1)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일방적인 국정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이러한 행태는 소통 부재와 독선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으로 나타났다. 국민은 실망했고 고스란히 총선의 결과로 이어졌다.

 

둘째, 대통령의 말과 참모들의 메시지가 불신과 실망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의의 사도라는 단순한 이미지로 국민의 기대를 받고 당선됐다. 막스베버의 지배 유형 중 법과 제도를 중시하는 합법적 지배 유형을 선택한 결과였다. 그래서 헌법과 법률을 유린하고 자유민주 사회의 기강을 해하는 불의하고 무도한 세력들을 헌법정신과 법의 이름으로 단죄하고 응징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이러한 민심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공명정대하게 법과 제도를 일차적으로 자신과 가족 그리고 측근들에게 가장 가혹하게 적용했어야 했지만 그러질 못했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진실하고 용기 있게 말해야 할 때 말하지 못했다. 그러한 우유부단한 입장을 참모들은 감싸기에 급급했다. 국민은 대통령과 용산 참모들의 메시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정직하지 못한 모습으로 간주했다. 대통령의 말은 국정운영의 시작이자 끝인데도 말이다. 위공은 정치가는 정직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라고 늘 강조했다. 이러한 불신이 총선 참패에 기름을 부었다. 지금도 이러한 양태는 지속되고 있는 듯 보인다. 담대하고 과감한 변화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1%, 부정 평가는 70%로 나타났다. 민심은 이미 떠났고 보수우파의 절반도 대통령 리더십을 불신한다는 증좌이다. 20% 대도 붕괴한다면 국정 동력의 상실을 의미한다. 한번 떠난 민심을 다시 붙들기는 10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 수기와 구현 그리고 선청을 통해서 국정운영 스타일의 대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둘째, 비전과 방략 그리고 후사를 위한 리더십 역량을 배가하는 것이다. 집권당과 대통령 참모들 그리고 정부와 국민이 다시 한번 혼연일체가 되는 것이다.

 

셋째, 윤석열 정부는 창업은 됐으나 수성(총선)을 못했기 때문에 사즉생의 각오로 경장의 단계 즉 개혁의 단계를 실천해야 한다. 개혁적이고 변혁적인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된다. 기존체제의 근간은 유지하되 낡은 제도와 관행을 혁파하고 기득권 구조를 재구축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래서 국가의 기강(紀綱)을 다시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정착되어야 한다. 공정한 상벌 없이 그 사회에 기강은 서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유능하고 유덕한 인재를 부하로 간주하지 말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주는 스승과 같은 마음으로 모셔야 한다. 이상은 위공의 말이다.

 

5. 결론


4.10 총선 참패의 또 다른 큰 원인은 국민의힘이다. 무엇보다 대통령 리더십과 용산 참모들의 실책에 대해서 어떠한 쓴소리도 직언도 하지 못했다. 당정관계가 동반자여야 되는데 주인과 머슴의 관계였다. 국민은 이러한 모습을 비굴하고 비겁함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더하여 국민의힘은 무능하고 무력했다. 자유와 창의, 민주와 법치, 공동체라는 중도 보수우파의 값진 가치와 비전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공천에 눈이 멀어 개혁과 혁신은 한칼에 뭉갰다. 선거의 표심을 결정하는 중도 스윙보터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선거의 대전략은 고사하고 소()전략도 펼치질 못했다. 당내 리더십은 완전히 실종되고 선거를 지휘한 단 한 사람에게 팔로워십만 돋보였다. 한 마디로 정치와 선거에 대한 직무유기였다.

 

앞으로 국가의 지도자는 다음의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자를 선택해야 한다. 지도자의 길을 걸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과 품격을 갖췄는가? 세상과 역사를 보는 안목과 식견 그리고 정관(正觀)을 지녔는가? 국정을 이끌 능력과 역량을 갖췄는가?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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