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은 12월 26~3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원회의와 2024년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14기 10차 회의 시정연설을 통하여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이 아니라 “전쟁 중인 적대적 국가”로 재정의하면서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너무나 섬뜩한 위협이지만, 한국의 정치인들이나 심지어 학자들도 이것을 북한의 허풍이나 내부 결속을 위한 메시지로 해석하면서 태평하다. 임진왜란, 정묘/병자호란, 한일합방, 6.25전쟁 등의 경우에도 우리 선조들이 안일하게 생각하여 대비하지 않다가 당하였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더욱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1. 북한의 핵무력 수준: 미국 핵우산 차단 가능
세계 전체와 담을 쌓은 상태로 극도로 고립된 북한이 어느 정도 규모의 핵전력을 확보하였는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경우 북한이 20~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말하지만, 이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 반면에, 미국의 랜드(Rand)와 한국의 아산 연구소는 2023년 말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하여 북한이 약 15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3년 사용 가능한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이후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북한이 집중적으로 핵무력 증강에 노력해온 것은 감안하면 이것에 근사할 가능성은 높다.
북한은 이러한 핵무기로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대륙간탄도탄(ICBM)을 보유하고 있다. 화성-15, 17, 18로서 이 중에서 화성-18은 고체연료로서 언제 어디서든 기습적으로 발사할 수 있다. 또한 북극성-3, 4, 5 등 잠수함발사탄도탄(SLBM)도 보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발사순항탄(SLCM)도 시험 발사하였다. 2021년 1월 김정은이 핵추진/핵무장잠수함(SSBN) 설계 연구를 완료했다고 발표하였고, 최근에도 이의 건조에 대하여 언급한 바가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에 이의 개발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미국 미사일방어를 고려할 필요 없이 언제든지 미 본토의 도시들을 공격할 수 있는 역량을 구비하게 되고, 그러할 경우 미국이 한국에게 약속한 핵우산을 제공하기가 어렵게 될 수 있다.
2. 북한의 핵무력 개발 목적: 적화통일
북한은 다른 어느 나라들보다 분명한 국가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조선의 유일한 합법 정부”이고, 따라서 한반도 전체를 통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북한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1950년 남한을 무력으로 침략하기도 했다. 이 때 미군의 참전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북한은 궁극적 국가목표 달성 이전에 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핵무기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다. 북한은 6.25전쟁의 휴전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핵무기 개발을 결심하여 1952년 원자력 연구소를 설립하였다.
몇몇 학자들은 북한이 정권의 생존을 위하여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 그들은 북한은 통일전쟁을 하기에는 너무 가난하고, 자신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수준이라는 민주사회의 합리주의에 기초하여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북한은 합리주의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국가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최근 핵무기로 남한을 공격하여 합병하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하게 표명하고 있다. 2022년 4월 25일 김정은은 인민군 창설기념일을 맞아서 “두 번째 사명”을 위한 준비를 강조했다. 즉 첫 번째 사명은 미국 핵우산의 차단, 두 번째 사명은 대남 적화통일이다. 북한은 2022년 9월 개정 핵무력전략법에 핵무력의 사명을 “영토완정”이라 표현하였다. 김정은의 영토완정은 1949년 김일성의 국토완정과 같은 의미이며, 1950년 김일성은 6.25 남침을 감행했다. 따라서 김정은의 영토완정은 핵전력은 앞세워 남한 지역을 수복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최근의 북한 위협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수의 미국 전문가들도 남한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2024년 1월 미국의 북핵 전문가인 칼린(Robert L. Carlin)과 헤커(Siegfried S. Hecker)는 현재가 1950년의 상황보다 더욱 불안정하다면서 김정은이 전쟁 수행을 위한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1990년대부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갈루치(Robert Gallucci) 역시 북한의 핵공격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 “2024년에 동북아시아에 핵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하여 국내 전문가들은 대부분 지나친 우려로 일축하고 있지만, 북한 위협의 심각성은 부정한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3. 가능한 시나리오: 수도권에 대한 제한적 공격
제한된 국력으로 인하여 남한에 대한 대규모 전면공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감행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시나리오는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으로 위협하면서 수도 서울에 대한 제한적인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다. 서울은 휴전선으로부터 4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상태이고, 다양한 자동차 전용도로가 남북으로 발달되어 있어서 북한이 마음을 먹을 경우 밤 사이에도 서울까지 진출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정치, 경제, 사회의 중심지인 서울만 점령할 경우 남한을 통합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철원지역에는 6.25전쟁으로 인한 유해발굴 명분으로 지뢰를 제거한 후 12미터 폭의 도로를 개설해 둔 상태이고, 김포 지역의 경우에도 남북한 간 민간인에 의한 공동활용을 명분으로 한강하구에 대한 사항을 조사하여 북한에게 그 정보를 전달해 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이 두 지역을 활용한 북한의 서울 포위도 우려할 수밖에 없다. 파주-문산 지역의 한국군에게는 비지속성 화학작용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한은 서울 점령 이후에는 군사적 활동을 중지한 후 일방적 휴전을 선언하면서 협상을 요구하고, 협상이 시작되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한 바 그대로 대부분의 서울 시민들이 북한과의 합병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들의 의사를 묻는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하고, 실제로 합병 여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한 후 그 투표 결과에 근거하여 합병을 선언하고, 서울이 북한의 영토라고 주장할 수 있다.
4. 우리의 자세
영세중립국이면서도 스위스가 상당한 규모의 군대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핵대피 시설을 보유하고 있듯이 국가안보와 국방의 요체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이다. 이는 개인의 경우 보험을 드는 것과 유사하다. 이런 차원에서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현재의 한국만큼 심각한 안보위협 하에 놓여있는 국가는 없다. 다행히 현재의 한국 정부와 군대는 북핵 위협을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한미동맹 강화와 삼축체계 능력 확충 등 필요한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국민들의 안일함은 우려되는 수준이다. 특히 일부 정치인과 선동가들은 북한의 위협을 평가절하면서 “평화냐 전쟁이냐”의 논리를 오히려 안보 불안을 그들의 정치적 이익의 기회로 활용하려고 한다. 그리고 일부 국민들도 이에 선동당하여 안보에 무심해진 부분이 적지 않아 매우 걱정스럽다.
안보를 걱정할 때 우리는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 조선(朝鮮)의 지도자들이 가졌던 무사안일의 태도를 자주 거론한다. 일본의 침략 가능성이 농후했음에도 대비를 계속 미루다가 2년 전인 1590년에야 황윤길 등 통신사를 보내어 일본의 실정을 살펴보도록 하였고, 1591년 봄에 이순신을 발탁하여 전라 좌수사로 보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조선의 전쟁 준비는 매우 미흡하였고, 이것을 파악한 일본은 침략을 감행하였으며, 일본이 침략하자 형편없이 패배하여 국민들을 살육의 현장에 무방비로 노출시켰다. 이러한 행태는 몇 십년 뒤의 정묘 및 병자호란은 물론, 한일합방, 6.25 남침전쟁과 관련해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국민들이 달라져야 우리의 역사가 달라진다. 과거 임진왜란, 병자 및 정묘호란, 6.25전쟁의 교훈을 되살려서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대비하라”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정부와 군대가 추진하고 있는 “힘에 의한 평화”를 적극적으로 지지 및 지원해야 한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투표하는 기준 중에서 중요한 사항으로 해당 후보의 안보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고려해야 한다. 북핵 위협으로부터 적극적으로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사람들을 대표로 선출해야 안보 입법과 예산이 보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에서 북한의 선의와 한국의 대화 노력만을 강조해 온 인사들이 국정을 주도한 결과 남한은 북한의 핵무력 증강을 방치했고, 북한에게 얕보였으며, 안보불감증에 감염된 상태이다. 이제는 ‘힘에 의한 평화’ ‘한미동맹’ ‘국방의무의 신성성’에 동의하는 인사들을 지도자로 선출해야 한다. 안보를 경시하는 대표들을 선출해 놓고 나중에 잘못되었을 때 후회해 봐야 소용이 없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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