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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윤미향의 죄와 벌] 통권273호
 
2023-09-11 16: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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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273호 

손광주 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1. 윤미향의 죄

 

죄와 벌은 평등하다. 지은 죄의 크기만큼 벌을 받아야 한다. 인류가 사회공동체를 이루고 살아오면서 오랫동안 형성된 보편적 관습법의 기준이다. 먼저 죄를 특정해야 한다. 죄를 특정하지 못하면 벌을 줄 수 없다. 죄를 특정하지 못하는 동안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그래서 정당하다. 죄를 특정할 때까지는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말에는 사실도 있고 거짓도 있다. 사실과 거짓에 거품도 끼어있다. 이 거품들을 걷어내면서 사실과 거짓을 갈라내야 한다.

 

정직하지 못한 사람, 잔머리가 발달한 사람은 말의 거품을 잘 만들어낸다. 거품 속에 사실과 진실을 감추기 위해서다. 스컹크가 가스를 먼저 방출하는 것과 같다. 자신의 말에 거품을 만들고 거품에 거품을 또 만들어낸다. 거품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면, 또 사실을 추적하는 언론과 수사당국이 이런 거품들을 제거하느라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가면, 어느덧 사실을 밝혀내는 일도, 죄를 특정하는 일도 유야무야하는 경우도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이와 같은 답답하고 구태의연한 방식을 허용해선 안 된다. 선진화 사회(Smart Society)란 사실과 진실이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드러나고, 이에 기초하여 죄와 벌이 평등한 사회를 말한다. 이는 높은 수준의 신뢰 사회로 가기 위한 필수 코스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그 토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윤미향 의원(무소속)은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 주최한 간토(關東) 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년행사에 다녀온 직후 말의 거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윤 의원은 조총련 행사 참석을 비판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98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 이용 의원, 태영호 의원을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명예훼손, 모욕죄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강민국 의원은 93일 윤 의원을 겨냥해 전 국민 분노유발자’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이 없다는 논평을 냈다. 이용 의원은 남조선 괴뢰도당 대표자격으로 북한 측 행사에 참여했나? 라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태영호 의원은 9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미향 의원과 남편은 2016년 중국에서 자유를 찾아서 대한민국에 온 탈북민에게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회유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3인의 발언이 모욕성이 있으며,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여기에 덧붙여 거품에 거품을 또 피워 올린다. 그의 새 거품은 이렇다. 국민의힘은 일본과의 관계를 위해 윤미향의 발목을 잡아 간토학살 이슈를 덮으려 한다. 이것이 조선인 6천여 명이 학살당한 간토학살 100주기를 기리는 국민의힘의 방식이다.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민족의 비극을 자신들의 정치적 장삿속에 이용하기 위한 종북몰이를 멈추고, 희생자들 영령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

 

온 국민이 공동 인식하는 윤미향의 는 윤 의원이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으로, 대한민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 무슨 목적으로 일본의 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 주최한 관동 대지진 조선인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고, 조총련 행사에 갔느냐? 하는 것이다. 민단과 조총련은 91일 같은 날 행사를 열었다. 윤미향은 민단을 외면하고 조총련 등이 주최한 행사에 갔다.

 

윤미향은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이와 같은 자신의 를 교묘하게 회피하는 방식으로 두 가지 거품을 사용했다. 첫째, 상대방에게 도리어 죄를 덮어씌우면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 둘째, 국민의힘이 일본과의 관계를 위해 윤미향의 발목을 잡아 간토 학살이슈를 덮으려 한다는 기괴한 논리다. 나아가 국민의힘이 민족의 비극을 정치적 장삿속에 이용하기 위해 윤미향에게 종북몰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압축하면, 국민의힘은 친일 행각, 윤미향은 민족주의자프레임을 세운 뒤, 윤미향에 대한 종북몰이를 그만두라는 주장이다. 기가 막힌 수법이다. 이러한 수법은 지난 70여년 간 지하당 간첩과 종북세력이 사용해온 전가(傳家)의 보도(寶刀), 고전 중의 고전(classic of classics) 수법이다. 클래식 음악에 비유하면 베토벤 교향곡 9(합창)이나 후기 현악 4중주 급()에 해당하는 것이다. 과거 1980년대에 뭘 모르는 대한민국 지식인들 70, 80%가 이 수법에 속절없이 넘어갔다.

 

윤미향과 종북세력은 이 고전적 수법에서 아직도 떠나지 못한다. 지금 이 시대에 일본과의 관계를 위해 윤미향의 발목을 잡아 100년 전에 일어난 간토 학살이슈를 덮으려 한다, 이 엽기적인 논리를 과연 누가 인정해줄까? 그럼에도 이들은 이 고전 프레임에서 못 떠난다. ? 북한 정권이 친일 대 반일, 민족 대 외세프레임에서 떠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종북세력이 달리 종북(從北)인가. 맹종(盲從)이란 이런 것이다.

 

윤미향의 는 간단명료하다. 사실관계(facts)만 적시하면 윤곽이 선명해진다. 윤미향은 830일 오후 10시 도쿄 하네다 공항을 통해 개인 자격이 아닌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으로 입국했다. 국회 사무처를 통해 외교부에 공문을 보내고 일본 입국 협조를 요청했다. 주일 한국대사관은 협조 요청에 따라 윤 의원의 입국 수속을 지원하고 호텔까지 차량을 제공했다. 대사관 직원이 입국장 안까지 들어가 수속을 도왔고, 외교관들이 공무로 입국할 때 이용하는 우대 창구(priority lane)를 통해 수속했다. 91일 윤미향은 조총련 등이 주최한 간토 학살 100주년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 허종만 조총련 의장, 박구호 제1부의장 등이 참석했다. 허 의장은 2020년 노동당으로부터 노력 영웅칭호와 국기훈장 1급을 받았다. 이날 추도사에서 고덕우 조총련 도쿄본부위원장은 한국 정부를 남조선 괴뢰 도당으로 지칭했다. 이상이 팩트다.

 

1955년 창설된 조총련은 단순 친북단체가 아니다. 조선노동당의 외곽 조직으로 일본에서 북한대표부 역할을 한다. 대한민국 헌법상 반()국가단체다. 조총련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및 국제부의 지시를 받는다. 조선노동당의 내정을 받아야 조총련 의장 등 간부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윤미향은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으로, 대한민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반국가단체 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따라서 윤미향은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이 세운 한국 정부를 괴뢰 도당이라는 행사에, 현직 국회의원의 자격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며 왜, 무슨 목적으로 참석했는지, 본인 스스로 국민 앞에 정직하게 밝히고 책임을 지는 행동을 하든가, 아니면 수사당국이 그의 행위를 헌법과 관련 법률에 따라 수사를 해야 한다. 이것이 자유민주주의 법치 국가에서 원인에 따른 결과 및 죄에 따른 벌에 합당한 조치가 된다.

 

2. 윤미향의 벌

 

윤미향이 재일본 한국 교포 단체인 민단행사를 외면하고 조총련 등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행동을 비유적으로 형상화한다면,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을 쑥 내밀면서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를 향해 엿 먹어라!하는 행위와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엿 먹임만으로 죄를 특정할 수는 없다.

 

윤미향은 자신이 이번에 무슨 를 지었는지 스스로 인지하고 있을까? 알 수 없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들을 명예훼손으로 선제 고소한 행동을 보면, 자신이 고소·고발당할 사유가 충분하며, 따라서 후일 여야 쌍방 간 고소 취하까지 염두에 두었을 것으로 추지(推知)해볼 수 있다. 이 사건을 법률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몰아간 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정치적 타협의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잔머리 계산도 보이긴 한다.

 

우선 관련 법률과 전문가의 견해를 빌려 윤미향의 죄를 특정해보자.

 

첫째,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가능성이다.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르면 북측과 접촉할 경우 정부당국에 사전 신고할 의무가 있다. 국회사무처가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에 전달한 견해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회와 한일의원연맹이 조총련 행사에 참석한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윤미향 의원이 처음이라는 말이다. 97일 정부는 윤 의원에게 사전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부는 윤 의원이 조총련 행사에 참석했기 때문에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한 혐의와 관련한 경위서를 요청하고 과태료 부과 절차를 시작했다. 경위서를 제출하면 과태료 부과 여부 및 액수를 결정하기 위한 과태료 심사위원회 회의가 열리게 되는데, 윤 의원이 경위서 제출을 할지는 알 수 없다.

 

둘째, 국가보안법 위반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국가보안법 제8(회합?통신)와 제4(목적수행) 위반 여부에 주목한다. 윤 의원이 반국가단체 구성원들과 만났다면 국보법 제8조 회합·통신 위반이 성립한다.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행사에 참석했다면 국보법 제4조 위반이 성립할 수 있다. 회합·통신은 사실관계 확인이 중요하지만 제4조 위반은 수사 사항이다. 황윤덕 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은 윤 의원의 지령 수수 여부와 정보 제공 여부는 수사를 해야 알 수 있지만, 윤 의원이 조총련에 국가기밀이 아닌 단순한 정보를 줬다고 해도 제4조 상 목적수행죄의 구성요건이 성립한다는 견해다.(뉴데일리 9.5.)


4조와 8조에 대한 객관적 입증이 물론 간단치 않다.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이 성립돼야 한다. 예컨대, 두 사람이 똑같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김일성 만세!를 불렀다 해도,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이냐, 북한을 조롱할 목적이냐에 따라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가 달라진다. 사실상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전제 조건이 있다. 이때 () 정황(情況)’ ‘사정(事情)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 자신의 행동이 대한민국의 안보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정황을 알면서라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입증돼야 국가보안법 위반이 성립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제8(회합통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로 표현되어 있다. 따라서 수사를 하는 입장에서 이같은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해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종북세력이 끝까지몰랐다고 오리발을 내밀 경우 확실한 물증(hard evidence)과 분명한 객관적 정황 입증이 매우 중요하다.

 

윤미향의 경우는 어떠할까. 윤미향은 현직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으로서 반국가단체(조총련)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몰랐다고 우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윤 의원의 일본 체류 기간은 831일부터 45일이다. 윤 의원의 출장 일정에는 91일 오후 4시 조선학교에 대한 고등학교 무상화(無償化) 적용을 요구하는 금요행동에 참석하는 일정이 잡혔던 것으로 알려진다. 2013년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가 북한과의 밀접한 관계가 의심되어 무상화 제도에서 배제한 바 있다. 윤 의원이 이 금요행동에 참석했다면 국가보안법 제4, 8조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가 쟁점화될 수 있을 것이다.

 

윤 의원의 조총련 행사 참석이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는 관점도 있다. 재일 민단이 주최하는 간토 대지진 한국인 순난자 추념식에 국회가 공식적으로 참석하고 있는데, 윤 의원이 조총련 행사에 참석한 것은 고의적이라는 견해다. 이에 대해 윤미향은 김어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일본 대사관에서 민단 행사를 알려주지 않았다며 주일 대사관 측에 잘못을 돌리고 있다. 민단 행사를 몰랐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일본 시민사회 어느 곳에 가든 조총련이 있다고 말한다. 국가보안법 상 목적수행도 아니고 회합 통신도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또 다른 거품들을 계속 만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윤미향은 탈북자 출신 태영호 의원을 향해 본인 인권이 중요한 만큼 타인의 인권과 명예의 소중함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 관련 논점을 바꾸려는 인권 타령이다. 이 역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들이 늘 사용해온 비누방울 거품이다.

 

하지만 국민은 아무리 거품이 끼어도 윤미향의 가 간단명료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는 것 같다. 윤 의원은 행사 일주일 전인 825일 국회사무처 국제국에 협조공문을 보내 국회의원 공무국외 여행 시 재외공관 업무협조 지침(외교부 예규 제209)에 의거하여 대한민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반국가단체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 조총련 간부가 남조선 괴뢰도당이라고 했다. 한국 대표자격으로 참석한 윤미향이 이에 대해 항의성 발언이나 제스처를 했다는 그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 판단은 아주 분명하다. 윤미향이 국회의원 신분을 악용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 반국가단체의 행사에 왜, 무슨 목적으로 참석했느냐를 묻고 있는 것이다. 관련 수사당국은 국민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국가정보원·검찰·경찰은 윤미향의 행적을 샅샅이 수사하여 죄를 확실히 밝혀내고 합당한 벌을 주라는 것이다. 오로지 법대로 하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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