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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 블랙홀이 되고 있다] 통권248호
 
2023-03-13 12: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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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248호 

박종훈 한반도선진화재단 보건의료정책연구회장


주요 명문대의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자퇴를 하는 경우가 속출한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과학계 미래가 우려될 정도다. 서울대 이공대, 카이스트 공대생들이 어느 의대건 상관없이 의대면 O.K라고 한다. 물론 모든 학생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우려될 수준으로 많다고 한다.

 

1. 의대로 몰리는 인재와 부작용

 

한편, 의과대학도 의외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더 폼나는(?) 의대 진학을 위해 지방 의대 학생들은 수도권 의대 진학을 위해, 수도권 의대 학생은 또 더 나은 의대를 진학 하기 위해 중도 포기자가 속출하고 있다. 학교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많게는 20% 이상 적게는 10% 정도의 의대생들이 입학한 학교를 떠나고 있다. 일단 의대 진학은 했으니 그걸 담보로 재도전해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쉽게 설명하자면 서울 공대생도 지방 의대생도 소위 말하는 명문대 의대 진학을 위해 오늘도 열공중이라는 것인데, 이유는 더 비전 있는(?) 의대 진학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니까 의대 진학을 그렇게 열망하는 학생들과 더 폼나는 의대 진학을 위해 명문대 이공대와 의대 정원의 상당수가 결원 상태로 졸업까지 가는 것이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이런 학생들로 인해 오매불망 간절히 입학을 원하던 수많은 차순위 학생들의 입학이 좌절되고 재수를 하는 악순환이 생기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대 졸업 후 전공의 수련을 위해 지방 의대 졸업생들이 수도권을 향해서 KTX를 탄다. 심지어 수도권 의대 졸업생도 대형병원. 소위 말하는 Big 5 병원에서의 수련을 위해 모교를 떠난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인재들이 모두 의대를 향해, 수도권 의대를 향해, 최종적으로는 Big 5 병원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모든 인재가 이렇게 움직이는 나라가 있나? 왜 이러한 현상이 생긴 것일까? 의과학 분야가 매우 비전 있는 분야라서 그럴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소도 아는 사실이다.

 

2.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가 속출하는 이유

 

일전에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병원에 근무하던 간호사가 뇌출혈이 발생했는데 해당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이송하다가 결국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강원도 두메산골에 살던 사람이 어찌어찌하다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서 사망한 것이 아니라 가장 큰 병원의 근무자가 사망한 것이다. 왜냐고? 수술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해당 분야의 의사가 있기는 한데 그날따라 수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고 하니 이것은 또 무슨 일인가 싶은 것이다. 전국의 우수 의대 졸업생이 선호하는 가장 큰 병원에서도 뇌출혈 환자를 수술할 의사가 없다? 그렇다면 의사가 절대적으로 모자란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의사 수는 절대 부족하지 않다고 의료계는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급성기 병상수와 평균 입원일 수는 OECD 평균의 2~3배에 달한다. 2015년 데이터니까 아마도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이 자료만 본다면 우리는 세계에서 으뜸가는 병상수와 여유로운 입원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형병원의 입원과 외래 진료 예약은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쉽지 않다고 하니 도무지 이 상황이 이해하기 어렵다. 누구나 의사가 되고 싶어 하고 병실은 분명 세계에서 가장 많은데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가 속출한다. 지방병원은 필수 의료 인력은 고사하고 존폐 위기를 거론할 정도로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 게다가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지향적인 의료 문화로 인해 환자의 감소세가 뚜렷하다.

 

참 희한한 나라다. 암에 걸렸다고 살던 지역 병원 못 믿겠다고 서울로 서울로 향하는 이런 나라는 없다. 오사카 주민이 암에 걸렸다고 도쿄 병원으로 갔다거나, LA 주민이 뉴욕으로 가는 것이 일상적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사회주의적인 의료를 지향하는 영국이나 유럽 국가들에서는 어지간한 경우 진료와 수술이 기약 없이 늦어진다는데 그 정도면 우리나라에서라면 폭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미국은 사보험 체계라 시원찮은 보험에 가입되었으면 엄청난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그야말로 돈 없으면 죽으라는 것이냐. 라는 소리가 나올 만도 한데 대통령 선거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의료 개혁 이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사회주의형 의료인 유럽이나 사보험 시장형인 미국 등 어느 나라에서도 우리처럼 모든 인재가 의대로, 모든 환자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돌진하는 그런 경우는 없다. 도대체 우리는 왜 그럴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대한민국의 의료제도가 발전해 오는 단계에서 정부가 단 한 번도 대한민국 의료가 지향해야 하는 합리적인 의료를 계획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3 의료시장 왜곡은 건강보험시스템에 기인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건강보험 발전 단계를 보면 시장 친화적인 관점에서의 정책 도입은 없었다. 그저 싼 값에 누구나 부담없이 치료를 받으라는 정치적인 메시지만 있었다. 자연스레 병원 문턱은 낮아졌고 의료계와의 합리적인 논의 없이 정권 유지에 부합하는 용도로 발전하다 보니 그야말로 과잉진료 시장이 자연스레 형성되었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를 받고 치료하라고 하니 박리다매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진료 분야의 급속한 발전이 있었다. 수십 년의 경험을 가진 집도의와 서너 명의 보조 인력이 투입돼서 반나절이나 소요되는 중증의 수술을 해서 받는 수가가 서울의 강남권에서 의사 혼자서 치료하는 간단한 피부 미용 치료비가 더 저렴하니 의료시장의 왜곡은 불을 보듯 뻔했다.

 

1990년대 후반 그리고 2000년에 들어서면서 의료계는 맹목적인 양적 성장의 시대에 돌입한다. 어지간하면 1,000병상이 넘는 시대로 들어왔는데 수가는 턱없이 낮으니 공룡처럼 커진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과잉진료와 저렴한 인건비 정책을 고수하게 된다. 의대 입학정원이 고작 40명인 대학에 2,000병상 이상의 병원 인가를 내줬으니 전국의 신규 의사들의 블랙홀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대학병원의 외래 대기실이 시장처럼 환자와 그 가족으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고, 수술실과 검사실 역시 온갖 질환의 환자들로 북새통이다. 이렇게 저렴한 비용으로 엄청난 규모의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니, , 위대한 대한민국 의료여. 위정자들에 대한 용비어천가가 절로 나온다. 동네 작은 의원에서 경증 질환을 보고 암이나 뇌혈관 질환 같은 중증의 질환의 환자들이 대학병원으로 가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대학병원도 경증 질환의 환자 그 누구건 마음껏 방문할 수 있다. 아니 대학병원이 오히려 그 어떤 환자든지 간에 유치하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지역마다 나름 인정받고 운영되던 2차 병원, 소위 말하는 중소병원은 대형병원의 폭식으로 인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고 그 자리를 특수 목적의 전문병원들이 채우고 있다. 말이 특수 목적의 병원이라지만 알고 보면 대학병원에서 하기 애매한 그러나 돈 되는(?) 질환만 보는 병원들이다.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 모를 비급여 치료는 도를 넘고 있다. 진료비가 만만치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 그 점은 걱정말라고 한다. 왜냐하면 비장의 카드인 실손 보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수익이 최고의 가치가 된 의료. 그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의료의 민낯이다.

 

4. 정부 규제가 의료 혼란을 유발

 

필자는 대학병원장이던 코로나 이전의 시기부터 왠지 모를 불안감이 있었다. 그 불안감은 바로 대한민국 의료가 비정상적인 곳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대학병원들이 사상 유례없는 수익을 올리던 그 시절에 그런 불안감을 토로하곤 했으니 제대로 귀 기울이는 이가 없었음은 당연했다. 이러다 공멸한다는 필자의 말은 그냥 그럴듯한 농담 정도로 치부되곤 했다. 그리고 이제 그런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영국에서는 의대 정원이 갑자기 두 배로 늘어나는 일이 있었다. 10년 뒤 전공의 근무 시간 조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설이 있었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서 실제로 영국에서는 훗날 전공의 근무 시간 조정에 따른 의료의 혼란은 없었다. 우리는 어떠했을까? 전공의 근무는 어떠한 규정도 없이 당직을 밥 먹듯이 하던 시절에서 급작스레 주 80시간을 넘지 못하는 전공의 근무 규정이 법으로 제정됐다. 근무 시간이 반 토막 났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가뜩이나 공룡처럼 커진 대학병원들로서는 난리가 난 것이다. 대학 교수들이 전공의 근무 시간 준수로 인해 발생 된 공백을 메꾸기 시작하면서 소위 말하는 돈 안 되고 힘든 비인기과의 스텝들이 대학을 떠나기 시작했다. 당연히 비인기과 그러나 필수적인 과들의 신규 지원자는 아예 씨가 마르기 시작했다. 악순환의 연속이 시작된 것이다.

 

과거 의사들의 선망과 존경을 받던 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는 이제 전공자 유치에 나서도 지원자가 없다. 소아청소년과는 출생률 저하와 맘카페에 찍히면 앉은 자리에서 망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지원자가 아예 없다. 이 영향으로 대형병원의 응급실은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닫았다. 의사가 없어서 할 수 없다는 것, 아 몰랑 그 자체다. 어차피 죽어가는 과에 누가 발을 들이겠는가? 개업하기도 어렵고, 저수가에 고비용의 과들은 대학병원에서조차 냉대받기 시작했으니 자연스레 사고도 적고 수입도 좋은 그러면서 삶의 질이 좋은 과로 전공자가 쏠리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오해하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사례를 들어보면 어느 병원이나 상위 졸업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과는 피부과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피부과를 전공하는 전공의는 상위 5% 안에 든 인재들이다. 재미난 현상은 피부과 전공자도 피부과 개업하고 전공자가 아닌 다른 과 전공자나 일반의도 피부과로 개업한다. 모든 직장인이 결국은 치킨집을 하더라는 것과 비슷하다. 그야말로 피부, 미용 공화국이고 이 시장을 향해 대한민국의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로 몰려들고 있다. 의과학 발전을 위해 의대에 진학하고 싶습니다? 이제 수험생의 이런 멘트를 믿는 의대 입시 면접 평가자는 없다. 슈바이처 박사와 같은 박애를 실천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멘트는 아예 들어본 적이 없다. 슈바이처 박사님의 이름은 박물관에 들어간 지 오래다.

 

5. 최소 10년 뒤 인구 변화를 고려한 의료정책을 수립해야

 

10년 전에 우연히 미국의 의대 정책 계획서를 본 적이 있다. 10년 뒤 20년 뒤 미국 사회의 인구 변화를 예측하고 의사 수 조정을 의대 정책에 반영한다는 것이었는데, 대한민국은 어떠했을까? 단 한 번도 우리 사회의 변화 추이에 따른 합리적이고 건강한 의료정책을 세워본 적이 없다. 당장 내년에 우리의 의료정책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하루살이 의료다. 소아청소년과 지원자가 없어서 응급진료가 어렵다고 하니 급하게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돈 좀 더 벌 수 있는 대책을 세우겠다는 것이 대한민국 의료정책의 모습이다. 대한민국의 이공계 미래는 의료로 인해 망가지고 있다. 필자는 분명 10년 전부터 경고했다. 의료와 교육은 수요자의 needs가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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