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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조씨 부부의 ‘자녀살해 후 자살’은 비난받아야 마땅한가? ] 통권232호
 
2022-07-11 16: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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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232호 

손숙미 한반도선진화재단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



얼마 전 전남 완도에서 발생했던 자녀살해 후 자살 사건에 온 나라가 한동안 들끓었다.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보이는 가족이 아우디 승용차와 함께 실종되었다고 보도된 것이다. 그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밀항 같은 위법을 해서라도 그 가족이 살아있길 간절히 바랐다. 그렇지만 수색 끝에 10m 바다 수심으로부터 아우디 승용차가 끌어 올려졌고, 차 내부에서 세 사람의 시신이 발견되자 실낱같은 희망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1. 가족동반 자살이 아니라 자녀살해 후 자살로 정의해야


조양도 부모와 함께 숨진 것을 보면서, 그 가족에 대해 가졌던 안타까운 마음은 분노로 바뀌었다. 아마 아이는 체험 학습을 하는 것으로 알고 즐겁게 부모를 따라나섰을 것이다. 열 살짜리 아이가 과연 부모의 극단적 선택을 이해하고 그에 동의했을까? 부모도 아이를 설득할 자신이 없어 체험 학습으로 아이를 유인한 것으로 보인다.


부모는 조양이 죽음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깊은 잠에 빠뜨렸고, 잠을 잤던 아이는 죽음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아이는 죽음에 동의한 적도 선택한 적도 없었다. 부모에 의해 그 아이는 살해당한 것이다. 그 가족의 죽음은 가족동반 자살이 아니라 자녀살해 후 자살이란 용어로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졌다.

 

자녀살해 후 자살은 동양권의 한국과 일본에서 주로 일어나고, 서구사회에서는 흔하지 않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구사회에서는 자녀를 독립된 개체로 인정하기 때문에 부모가 마음대로 자녀의 생명권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 또 사회적 안전망이 발달하여 남겨진 자녀가 잘 자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강하다. 따라서 비슷한 자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서구사회에서는 부모를 끔찍한 살인자로 간주한다.


반면에 전통적으로 유교 사상이 강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아직도 부모와 자식 간에 자아 분리가 되어 있지 않고 동질성이 강하다. 따라서 자녀를 독립된 생명체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에게 종속된 인격체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또 미흡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부모 사망 후에 남겨질 자녀가 독립적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부족하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독립적인 인격체로서의 삶의 권리를 망각한 채 자녀의 생존권까지도 본인이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남겨진 자녀가 세상에서 당할 고통까지도 내가 미리 제거한다는 마음으로, 자녀살해 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 같다.

 

그동안 가족동반 자살로 불려왔던 일련의 사건들은, 이제는 자녀살해에 초점을 맞춘 자녀살해 후 자살로 정의되어야 한다. 그동안 사용했던 가족동반 자살이라는 용어에서는 자칫하면 가족들이 합의해서 자살한 것처럼 보여, 부모에 의한 자녀살해의 비윤리성이 덮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 위계 추락의 불안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그동안 알려진 바에 의하면 조양 가족의 경우 상당한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남편과 아내의 실직, 코인 투자 실패, 카드빚들로 보아 생활고로 인한 불안감과 무력감에 시달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그들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외제차인 아우디를 타고, 20평대의 아파트에 사는 평범한 가정으로 보였다. 사채로 쓴 빚이나 루나 코인의 폭락 등 다른 손실이 있었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실제 카드빚이 1억원 정도였고 코인 투자 실패로 인해 드러난 손실의 절대 액수도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다. 그들은 생활보호대상자도 아니었고 심지어 차상위계층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왜 그 부부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힘든 상황에서도 조씨 부부는 재취업을 하지 않았고 파산신청을 하지도 않았다. 최근에는 친척이나 이웃과도 왕래가 거의 없어 그들에게 도움을 청한 것 같지도 않다. 그들은 끝까지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우디라는 외제차를 포기하지 않았다.

 

사회심리학자인 김태형은 그의 저서 풍요중독사회에서 한국처럼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양극화가 심한 풍요 중독사회에서는 연봉이나 재산 같은 돈뿐만 아니라 직업, 자가용, 외모 등 물질이 상징하는 것에 따라 사람의 등급(위계)이 매겨지게 된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끝없는 비교를 통해 남이 어떻게 자기를 평가할까 하는 평가불안과 자기 연출을 해야만 하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위계를 드러내는 소유물의 중요성이 크기에 라면 먹고 월세에 살면서도 외제차를 끌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겉으로는 중산층 삶을 살았던 조씨 부부는 경제적 위기 상황에 부딪히자 극도의 생존불안과 평가불안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 특히 남편 조씨는 소득하락과 카드빚으로 인한 위계 추락의 불안을 코인 투자를 통해 메꾸고 싶었으나, 그마저 상당한 손실로 나타나자 엄청난 자존감의 손상이 왔고, 이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연결되었다고 본다.

 

 

    3. 조씨 부인은 왜 동반자살과 자녀살해에 동조했을까?


보통의 한국 엄마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심적인 이유 등으로 결혼생활을 계속하기가 도저히 어렵다고 생각되면, 이혼 후 본인이 아이를 키우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이번 사건에서 부인 이씨는 동반자살과 딸을 죽이는 데 동조했다.

 

그는 CCTV에서 축 늘어진 조양을 업고 나왔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아이를 보내기 전 안쓰러운 마음에 엄마가 업었을 수도 있겠지만, 보통 그런 상황에서는 힘이 센 남자가 아이를 업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남편은 태연히 부인의 힘든 모습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이 보였고, 비닐봉지 하나만 달랑 든 채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장면에서 부인은 상당히 위축되고 남편의 권위에 눌러져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남편과 비슷한 시기에 직장을 그만두었고 재취업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여행을 떠나기 전 그가 받은 처방전에서 불면증과 공황장애 진료 내역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그 자신도 상당한 불안과 공포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했고 위축되어 보였던 그가, 정서적 주권을 가지고 재출발하자고 남편을 설득할 수 있었을까? 그 역시 남편과의 동반자살을 거부하기가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조씨 부부는 지난 2년간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고 알려졌다. 부부간에 위로를 주고받았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울감이 서로에게 전염되면서 가중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부모 친척과도 담을 쌓고 철저히 고립되어 살면서 심적으로 힘들었던 부인으로서는 본인의 삶도 계속 이어갈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또 딸과 함께 살아남아도 억척스럽게 살 수 있는 자신감의 상실로 아이마저 떠나보내는 것에 동조하지 않았을까?



    4. 물질적 풍요 욕구에 사라져가는 가족의 가치


퓨리서치센터에서 202117개 선진국 19,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한국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제1순위에 유일하게 물질적 풍요를 꼽았다. 17개국 중 14개국이 가족을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1순위로 꼽은 데 비해, 한국은 가족을 3순위로 꼽았다. 한국은 파트너, 친구나 이웃과의 관계를 중요한 삶의 가치로 꼽은 사람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부모나 형제,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한 만족감, 가족들의 성취에서 얻는 자부심, 자녀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열망 등에 크게 가치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와 돈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준이 되다 보니, 조양 가족처럼 경제적 타격이 왔을 때 가족 간의 따뜻한 관계와 배려로 극복하기보다는 쉽게 삶의 의미를 잃고 좌절하게 되는 것 같다.


조씨 부부는 아우디 승용차로 분수에 맞지 않는 과시욕을 드러냈고, 코인 같은 투기성 투자에 거액을 걸었으며, 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적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자녀살해 후 자살을 했다는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렇지만 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데 일조했던 것으로 보이는 한국사회의 위계적 구조와 지나친 물질지향 가치체계에 대해서 우리는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해야 한다. 리처드 윌킨슨은 물질주의는 불평등으로 인해 심화된 위계에 따라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기이한 소통형태이며, 사회에 의해 강요당하는 병적인 욕구라고 하였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자산가격의 폭락으로 앞으로도 빚에 허덕이는 가족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조양 가족 사건은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위기상황에서도 가족의 극단선택을 막을 수 있는 응급 사회안전망과 복지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가족동반 자살이 실제는 자녀살해 후 자살이라는 엄청난 범죄라는 인식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한국사회가 지나치게 물질 지향적이고 가족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떨어져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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