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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독일의 대 러시아 정책이 우리의 대북정책에 주는 시사점] 통권231호
 
2022-07-05 16: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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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231호 

박상봉 전 통일교육원장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유가, 식량 등 가격이 폭등하고 미국은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폭풍전야, 피해를 가늠하기 조차 두렵다.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독일에 대해 푸틴은 노드스트림1 파이프라인을 60% 잠갔다. 숄츠 총리도 이에 맞서 지난 2월 개통을 얼마 남기지 않은 노드스트림2 마무리 공사를 중단시켰다.

 

전문가들은 독일이 전후 최대의 경제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진단이다. 통일 때 감당해야 했던 부담은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문제는 독일 에너지가 러시아에 종속된 상태라는데 있다. 산업계 전반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는 평균 20%를 상회한다. 화학, 철강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자동차 부품인 알루미늄과 경금속을 생산하는 200개 주물산업 용광로의 에너지원은 100% 러시아 천연가스다. 만약 러시아가 가스공급을 완전 차단하면 독일 자동차 산업은 생산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하베크 경제성장관의 푸틴이 독일을 파멸시키려 한다는 발언은 이런 독일의 경제상황을 잘 대변한다.

 

사태가 심각하자 언론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푸틴은 물론 독일의 전임 메르켈(기독민주연합, 약칭 기민련’) 총리의 에너지 정책을 도마에 올렸다. 슈피겔은 625일 이 문제를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제1공영방송 ARD 등 다수의 언론이 가세했다. 슈피겔의 제목은 살인마(Der Kaltmacher), 표지는 뿔 달린 악마의 모습을 한 푸틴이다. 산업계는 경기침체, 가정은 추운 겨울을 피할 수 없다.

 

비판의 또 한 축은 독일의 에너지 정책, “정부가 왜 에너지 정책의 다변화를 모색하기보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높여 왔느냐는 질책이다. 현 숄츠 정부의 하베크(녹색당) 경제성장관은 메르켈을 향해 당시 에너지 정책이 저주로 돌아오고 있다는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베크는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 소속으로 메르켈의 에너지 정책에 관여한 바가 없다. 반면에 숄츠(사회민주당, 약칭 사민당’) 총리나 슈타인마이어(사민당) 대통령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숄츠는 메르켈 정권에서 기민련-사민당 대연정 파트너로 재정장관, 슈타인마이어는 외교장관을 역임하며 기민련과 호흡을 맞췄다.

 

 

1. 독일의 오판: 주범 사민당, 공범 기민련


 

메르켈 총리 집권 후반기 푸틴의 야욕이 서서히 마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국제사회는 합병을 인정하지 않지만 푸틴은 크림에서 흑해함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2015년에는 푸틴의 마수가 독일까지 뻗쳤다. 러시아 해커 그룹이 독일 연방하원 전산망을 해킹해 의원들의 신상정보와 2만 개에 달하는 계정을 털었다. 2019년 체첸계 조지아인에 대한 테러 살해도 러시아 비밀정보국 FSB의 소행이었다. 백주 대낮에 베를린 중심에 위치한 동물원에서 독일에 망명해 살고 있는 반러 망명인사를 살해한 것이다.

 

이런 사건은 초기부터 러시아에 대한 불신을 낳았고, 에너지 정책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우려를 불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드스트림2 사업 등을 확대하려는 독일에 대해 미국은 물론 동유럽 국가들의 경고가 이어졌다. 하지만 메르켈은 천연가스는 정치적 무기가 될 수 없으며 정치와 경제는 완전히 분리된 영역이라고 입장을 견지했다. 결과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는 55%, 석유 의존도는 35%까지 높아졌다.

 

전통적으로 독일은 소련을 하나의 유럽에 포함시켜야 평화가 담보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러시아와 경제적 협력을 유지하고 개혁 개방을 밀어붙였던 고르바초프를 정치적 경제적 재정적으로 지원한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 고르바초프는 동독 무혈혁명 당시 인민들의 편에 서서 호네커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모든 유럽 국가들이 독일통일을 반대하는 상황에서도 콜과의 코카서스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통일의 문을 활짝 열어준 것도 고르바초프였다.

 

1998년 콜의 4번째 임기가 끝나며 사민당의 슈뢰더가 연방총리로 선출됐다. 2005년까지 재임한 슈뢰더는 임기 마지막 해인 2005411일 푸틴과 노드스트림 파이프라인 사업을 체결했다. 러시아 천연가스를 동해(Ostsee)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독일에 공급하는 사업으로 비용이 74억 유로에 달했다. (슈뢰더는 퇴임 후 현재까지 제1 사업자인 러시아 가스프롬(Gazprom)의 자문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 정권을 되찾은 기민련 메르켈 총리 역시 노드스트림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2018년에는 두 번째 파이프라인 사업인 노드스트림2를 허가했다.

 

결국 독일 언론은 정치권이 푸틴을 오판했다는 비판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크림을 병합했을 때부터 푸틴이 과거 소련 제국의 위상을 회복하려는 야망이 있었음을 몰랐고 독일의 최애 정치인 고르바초프가 러시아에서는 제국을 해체한 나약한 인물로 평가된다는 점을 간과했다.

 

독일 언론의 비판적 보도의 근저에는 오랫동안 정치권에 광범위하게 깔려 있는 기능주의적 접근에 대한 비판이 담겨져 있다. '접근을 통한 변화'로 교류협력 및 경협을 통해 신뢰를 쌓으면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이론에 대한 반격이다.

 

원래 접근을 통한 변화는 브란트의 동방정책의 실천방안이며 기민련도 동의해 콜 역시 사민당의 대외정책을 이어갔다. (물론 사민당은 동독 정권에 초점을 맞춘 반면, 기민련은 동독 인민에 초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사통당(사회주의 통일당)이 개혁의 주체가 되길 원했던 것이 사민당이었다면 동독주민들이 개혁세력으로 등장하기를 바라고 지원했던 것이 기민련이다.)

 

실제로 서독은 다양한 교류 협력으로 동독의 변화를 이끌었다. 1989년 동독 호네커 정권을 몰락시킨 라이프치히 무혈혁명은 그 열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련의 개혁 개방을 이끌었던 고르바초프의 등장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최근 슈피겔을 비롯한 여러 언론은 일제히 이런 기조가 오류였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소련 제국주의의 부활이라는 망상에 빠진 독재권력 중독자에게 이런 접근은 순진무구, 희망바라기, 채무콤플렉스 등등 이라는 지적이다. 노드스트림 사업은 애당초 푸틴의 함정이었고 이제 그 복수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노드스트림은 동해(ostsee) 해저를 관통해 러시아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 사업이다. 사민당 슈뢰더 총리 때 시작되어 2011년 완공된 후 현재 노드스트림2가 거의 마무리되던 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나자 숄츠 총리는 지난 2월 사업을 중단시켰다.

 

전문가들은 숄츠 정부를 향해 서둘러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는 조치와 함께 푸틴의 행태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현재의 위기를 진단하고 개방된 국제사회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중 정책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렇듯 독일이 겪고 있는 작금의 위기는 정치권이 스스로 자초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주범은 사민당, 기민련 역시 공범이라는 비판을 떨쳐낼 수 없다.

 

 

2. 통합 - 평화 - 통일 구도는 허구

 


문재인 정부의 통일방안은 소위 12체제, 남과 북이 체제를 강요하지 않고 비정치적 분야에서부터 교류 및 경제협력을 강화해 신뢰를 쌓고 정치적 통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대북 정책과 남북경협에 좌우이념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한 사회과학자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이상주의요, 희망고문이다.

 

남북 경협을 통해 신뢰가 쌓이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북한 경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바람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북한은 봉건적 전체주의, 공산 독재체제, 권력이 늘 민생에 앞서는 체제다. 이런 사실은 이미 과거 역사 속에서 헤아리기 어려운 정도로 많이 확인되고 있다.

 

개성공단은 명실공히 남북 경협의 모범사례로 꼽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정치인 시절 개성공단을 2천 만 평으로 확대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모범적인 경협사업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핵 실험으로 완전 중단되었다. 사업 초기 선두에서 이 사업을 지휘하던 정주영 회장의 적자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은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금강산 관광사업도 북한에 엄청난 현금을 쥐어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하지만 김정일 정권은 비무장 관광객 박왕자 씨를 조준 사격해 사망케 했고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는 남한 정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 중단되고 말았다.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전체주의 독재체제가 아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얼마 전 숄츠, 마크롱 등 유럽의 주요 지도자들이 신속한 EU 가입을 약속한 우크라이나는 20161,320개의 레닌 동상을 철거하며 사회주의 체제로부터의 탈피를 가속화한 바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EU의 최종목표는 정치적 통합체다. 회원국 사이에 경제공동체를 경유하며 정치적 통합을 이룬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유럽국가가 자동적으로 회원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아닌 국가는 가입이 불가능하다.

 

동유럽 및 중부유럽 국가들의 EU 가입은 소련이 붕괴하고 냉전이 끝난 1990년대가 아니라 그 후에도 10년 이상이 지난 후인 2004년부터 가능했다. 체제전환을 이루고 경제적 지표들이 구체적으로 개선된 후에나 신청자격이 주어졌다. 이유는 체제가 상이한 나라와 경제적 불량국가의 회원국 진입은 경제공동체 전체를 망가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4년 체제전환 속도가 빠르고 경제적 체질 개선이 상대적으로 빨랐던 발트 3,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말타, 키프로스 등의 가입이 이루어졌다.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과 같은 나라의 가입은 3년이 지난 2007년에나 가능했다. 이렇듯 경제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당국가의 체제와 이념이 절대적인 조건이다.

 

남북 경협론자들에게 묻고 싶다. 역사적으로 체제가 다른 나라 사이에 경제통합이 성공한 사례가 한 건이라도 있는지? 국가안보에 대한 희망고문은 자칫 나라를 파멸로 이끌 수 있음에 솔직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최근에도 여전히 통합을 통해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고문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이들은 독일통일도 자기 식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맹인 코끼리 만지기로 자기가 획득한 정보로 독일통일 전체를 재단하는 실수다. 30년 가까이 독일통일을 연구해도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인데도 그렇다.

 

평생 북한을 연구한 김대중 전()대통령은 북한은 핵을 개발할 이유도 능력도 없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핵 개발 노선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평화와 번영의 의지를 밝혔다라고 말하며 국제사회를 향해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이 올바른 판단임을 확인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판단이 틀렸다. 그런데도 소속 정당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들이 만들어온 김정은과의 평화 프레임은 쉽사리 지우려 하지 않는다. 이런 북한에 대한 오판과 희망고문은 푸틴을 오판해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독일보다 더 큰 위기(적화통일)로 귀결될 수 있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대미문의 혼란의 시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숙하고 정직한 시민의식과 순수한 애국심이다. 과거의 실수는 인정하고 고치면 될 일이다. 그리고 이런 기준으로 윤석열의 북한의 핵 보유 야욕보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의자가 더 강해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때다. 김정은은 푸틴보다 더 폭력적이고, 더 잔혹한 권력 중독자임은 허구도 프레임도 아닌 팩트다.

 

오늘날 독일 사회는 공범에 불과한 기민련의 메르켈에게 사민당 보다 더 큰 책임을 묻고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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