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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미래가족부는 여성가족부의 대체재인가?] 통권220호
 
2022-04-14 15:58:26
첨부 : 220414_brief.pdf  
Hansun Brief 통권220호 

손숙미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여성위원회 위원장


윤석열 당선인은 그동안 국민을 성별로 나누는 듯한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를 없애는 대신, 심각한 저출산과 인구문제에 더 집중하는 조직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에서는 새로운 대안으로 미래가족부를 제시했다. 미래가족부에 가족, 인구 관련 업무를 맡기고, 대통령 직속인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업무도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인수위에서는 심각한 인구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가칭 지속가능인구TF(이하 인구TF)를 만들고, 인구TF의 활동결과를 토대로 여성가족부의 개편을 논의한다고 한다.

 

이러한 발표에 대해 일각에서는 인수위가 여가부를 폐지하고 저출산 인구정책을 중심으로 한 미래가족부신설을 구상하는 것은 여성의 권익을 뺀 자리에 저출산과 인구를 장착하는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본다는 것이다.

     

      1.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미래가족부 정체성에 관한 기대

 

그동안 인수위에서 발표된 내용에 의하면 미래가족부가 가족, 인구, 저출산 등의 임무를 맡는 것 외에는 부처의 정확한 성격을 알기가 힘들다. 실제로 여성가족부 개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인구TF 의 구성을 보면 산업공학, 건축, 국방, 복지, 보건, 교육, 가족 등 각계각층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관계자에게 확인 결과 인구TF는 단순한 저출산대응보다는, 인구감소로 인해 다가올 혼란을 미리 진단하고 대응 정책을 마련해서 미래를 준비하는 기구라고 이야기한다. 인구TF 팀은 인구문제를 가족 문제뿐 아니라 거시적 시각으로 접근해서, 인구에 영향을 끼치는 영역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롭게 만들어질 미래가족부는 단순히 기존의 여가부를 저출산이나 인구 위주로 이름만 바꾸는 것으로 개편하는 것이 아닌, 전혀 다른 부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만약 세간의 우려대로 미래가족부가 여가부의 성격을 지닌 채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업무 등을 얹어 이름만 바꾸어 만들어지는 부처라면, 저출산과 인구문제를 여성으로 대상화하고, 여성 문제로 만들어 오히려 저출산 문제를 더 풀기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인구문제의 근간이 되는 저출산 문제를, 기혼여성을 중심으로 한 출산과 보육문제에 중점을 두고 개선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했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무상보육, 아동수당 등 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계속 더 떨어졌다. 2021년 합계 출산율이 0.84, 전쟁 중이 아니면 도저히 나타날 수 없는 수치까지 떨어졌다. 그렇다면 출산율이 계속 떨어진 것이 기혼여성들이 독박 육아와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워 자녀 출산을 포기한 탓일까?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기혼여성들의 기대 자녀 수(이미 낳은 자녀 수+추가 계획 자녀 수)20101.96명에서 20201.68명으로 소폭 줄었을 뿐이며, 실제로 가임(15~49) 기혼여성들의 무자녀 비중은 14.5%였다. 난임을 제외하면, 대부분 여성이 결혼 후 힘든 환경에서도 자녀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나라 출산율이 극도로 떨어진 것은 여성의 출산이나 보육문제보다는 미혼이나 만혼의 증가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치열한 경쟁으로 연결되는 일자리문제, 치솟는 부동산가격으로 인한 주거문제 등으로 결혼의 진입장벽이 높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모임 자체가 어려워 결혼 건수는 더 감소했다. 우리 사회는 결혼을 통한 출산만을 사회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어, 혼인율을 높이지 않고 출산율을 높이기가 대단히 어렵다.


 2. ‘양성평등위원회신설되어야

 

엄밀하게 말해 저출산 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요인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인구문제는 저출산 외에도 인구의 수도권집중, 교통, 연금문제 등 더 광범위한 영역을 포함한다. 따라서 미래가족부는 여성가족부의 여성, 성평등 정책을 온전하게 흡수하기가 어려우며, 저출산이나 인구문제를 여성 문제화하면 할수록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출산의 도구로서, 인구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서 여성 문제를 바라본다면 여성정책과 인구정책 모두가 실패할 수 있다.

 

여성 정책은 미래가족부가 아닌 다른 전담부서를 두어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아직은 높은 유리천장지수, 경력단절 여성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 구조적인 성차별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성 정책 전담부서에 꼭 여성이란 단어가 들어갈 필요는 없다. 여성이라는 단어가 여성만을 위하는 곳이라는 인상을 주어 용어 자체가 갈등유발의 소지가 있다. 또 그동안 여성가족부가 여성 이슈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남성을 성범죄의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하는 등의 남녀갈등을 유발함으로써, 많은 남성이 여성여성 우월 혹은 남성 혐오로 읽으면서 역차별을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 정책 전담부서를 양성평등위원회로 설치하여 여성의 권익증진뿐 아니라 독박 병역등의 남성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 젠더 이슈의 일부인 혐오를 없애기 위한 정책을 실천해야 한다. 젊은 남녀 사이에 적대감이 아닌 케미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양성평등위원회는 여가부의 영문명인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 에도 더 맞는다. UN세계여성회의OECD여성정책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여성 담당 국가기구는 대상으로서의 여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양성평등이라는 목표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는 행동강령에도 더 부합한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양성평등위원회는 전담사무국이 꼭 수반되어야 한다. 전담사무국 없이 단순히 민관합동위원회로 구성하여 일 년에 몇 번의 회의로 끝나면 유명무실한 위원회가 되기 쉽다. 양성평등위원회는 총리실 산하에 두는 것을 권장한다. 그렇게 하면 각 정부 부처에서 쓰이고 있는 성인지 예산을 좀 더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또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정책이 성평등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성별영향평가제도를 더 세심하게 운영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미래가족부는 여가부를 단순히 재편성한 부처가 아니라, 저출산이나 인구 문제를 공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새롭게 접근하는 완전한 새로운 부처로 태어나야 한다. 여가부의 이름만 바꾸는 식으로의 대체재가 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여가부의 여성 정책은 총리실 산하에 전담부서인 양성평등위원회를 따로 설치하여 지속가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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