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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경제민주주의의 실험과 실패] 통권189호
 
2021-06-14 17:40:57
첨부 : 210614_brief.pdf  

Hansun Brief 통권189호 


<경제민주화 기획시리즈3>

우리나라에서는 경제민주화가 정치 및 경제부문에서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원조인 독일의 사회민주당은 이를 폐기했는데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경제민주화' 부작용과 잘못된 담론을 바로 잡기 위한 기획시리즈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김상철 한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반도선진화재단 국가전략연구회 부회장


독일 이외의 나라에서도 경제민주주의는 다양한 형태로 실험되었다. 예를 들면 집단 농업 공동체인 이스라엘의 키부츠(Kibbutz), () 유고 티토 정권의 자주관리사회주의’, 체코의 오타 식(Ota ?ik)이 주장한 인본주의적 경제민주주의’, 1960-70년대 등장한 프랑스의 자주관리(autogestion), 1976년 스웨덴 노총(LO) 총회에서 마이드너(Meidner)가 제안하여 통과된 임노동자기금’, 스페인의 협동조합 형태인 몬드라곤 공동체 등이 있다. 이들 모델은 한결같이 자본주의 혹은 시장경제의 대안으로 노동자가 주인이 되어 자치적으로 경영하는 노동자자주관리 혹은 이를 통한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추구하고 있다.

 

1. 이스라엘의 키부츠

 

이스라엘의 경제민주주의 모델은 키부츠이다. 키부츠는 사회주의와 시오니즘(Zionism)을 이념적 기반으로 하여 유대인 농업노동자들로 구성된 자급자족 농업 공동체이다. 키부츠는 공동생산·공동소유를 표방하며 구성원의 수입은 키부츠에 귀속된다. 하지만 키부츠의 전성기는 1970년대 말 이스라엘의 신자유주의 부상과 함께 끝이 났다.

많은 수의 키부츠는 경쟁력 저하로 사라졌고, 사회주의 구조에서 개인의 소유가 허용되는 방식으로 변했다. 또한 많은 키부츠는 비회원인 아랍 노동자를 고용하였다. 다른 키부츠는 관광 산업 등 여타 산업으로 전환되어 활용되기도 했다. 키부츠 모델은 1980년대 이후 좌파에게 미래의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종언을 고하게 되었다.

 

2. 유고의 노동자 자주관리

 

노동자평의회를 통한 노동자자주관리는 이미 1910~1920년대에 혁명적 노동운동으로 시도된 바 있다. 노동자를 중심으로 조직된 자치조직인 노동자평의회는 1905년 러시아에서 시작하여 독일과 이탈리아 등에 전파되었다. 러시아에서는 소비에트 자체가 평의회라는 의미이며, 1917년 혁명 당시 노동자평의회가 큰 역할을 했다. 10월 혁명 후에는 공산당이 권력을 독점하면서 중앙집권화의 도구로 변하였고, 평의회의 고유 의미도 상실하였다.

 

1919~1920년 사이 이탈리아에서는 마르크스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의 영향으로 토리노와 밀라노를 중심으로 노동자평의회가 설치되어 공장점거와 노동자자주관리가 시도되었다. 독일에서는 191811월 혁명이 발발하여, (Kiel)에서 시작한 노동자·군사 평의회가 독일 전역으로 퍼져갔다.

 

요시프 티토가 집권했던 구()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에는 1950년대 노동자자주관리제도가 도입되었다. 유고의 사회주의적 노동자자주관리와 자본주의 국가에서 노동자들이 자생적으로 조직한 자주관리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유고의 노동자자주관리 모델은 유고 공산당과 국가의 공식적 지원을 받고 전국적인 차원에서 조직되고 발전했다는 점이다. 생산수단을 사회적 소유로 한다는 사회적 소유라는 불분명한 개념을 내세운 노동자자주관리제는 기업에 속한 노동자들이 기업을 위탁받아 스스로 관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유고에서는 노동자는 주인이기 때문에 고용이라는 용어도 없고, 임금이라는 용어도 받아들일 수 없는 개념이고, 수입이라는 용어만 사용되었다. 노동자자주관리제는 노동자평의회를 주된 제도로, 노동자평의회와 기업구성원이 경제적 결정권을 가진다. 노동자 수가 5인 이상인 모든 기업에서 기업 내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조직된 노동자평의회가 경영위원회 위원의 선출과 해임, 노동자의 해고 및 기업경영과 관련된 기본 정책을 결정한다. 소련의 중앙계획경제와 달리 생산, 투자, 수입 분배가 국가의 통제에 의하지 않고 기업 내의 노동자평의회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유고의 노동자자주관리제는 11표라는 조합원의 동등한 권리를 기초로 하는 오늘날의 협동조합과 유사한 기업조직이다.

 

그런데 기업 소속 노동자들 모두가 주인이라는 말은 아무도 주인이 아니라는 의미와 같고,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노동자자주관리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갔고, 새로운 부유층이 생겨났다. 노동자들은 기업의 이윤을 투자가 아닌 소득으로 배분하기를 원했다. 이 결과 과도한 소비가 일어났고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발생과 투자의 감소는 경제를 위축시켰다. 한편 개별 기업의 성과에 따른 소득 배분으로 인해 소득 불평등도 점점 심해졌다. 노동자자주관리 기업은 신규채용을 꺼려하여 높은 실업률을 유발했다. 결국 유고의 노동자자주관리는 구()소련의 중앙통제적 제도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경제의 비효율에 높은 물가, 빈부격차의 확대, 고실업과 같은 자본주의 문제점이 겹쳐 사라졌다. 이는 독일 질서자유주의의 창안자인 오이켄(Walter Eucken)이 자주관리는 결국 중앙행정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 바와 같다.

 

3. 스웨덴의 노동자임금기금

 

스웨덴의 경제민주주의는 임금노동자기금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임금노동자기금은 비그포르스를 계승한 마이드너(Meidner)1976년 스웨덴 노총(LO)에서 제안하여 통과된 스웨덴식 경제민주주의로 노동자자주관리를 추구한 정책이다. 임금노동자기금의 목적은 자본 소유의 집중에 대항하는 집합적 저축과 투자자본조성으로, 권력과 소유의 변화를 통한 진정한 경제민주주의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그라이체 플랜(Gleitze Plan)1957년에 발표되었다. 이에 따르면 노동자들이 법적 통제를 통해 기업 자본의 형성에 참여하고, 대기업은 매년 발생하는 총수익 가운데 20% 이상을 사회자본기금(Sozialkapitalfonds)’에 양도한다. 이 기금은 전() 노동자에게 무상으로 배분된다.

 

기업은 수익의 할당된 부분을 현금 대신에 신규 주식이나 채권의 형태로 양도하고, 장기적으로는 노동조합이 민간 대기업의 지배주주로 등장한다는 계획이다. 그라이체의 제안에 대해서 기업은 재산을 강제수용(Enteignung)하는 것이라고 비판하였고, 당시 기독교민주당(CDU)정부는 노조국가(Gewerkschaftsstaat)’의 성립이라고 반발하면서 이를 거부하였다. 또한, 당시의 사회민주당(SPD)과 대부분의 노조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금속노조(IG-Metall)는 사회자본기금이 노동자를 소자본가로 만드는 행위라고 반대하였다.

 

임금노동자기금으로 노조와 노동자는 기업의 소유권을 가지며, 당시의 집권당이었던 사회민주당은 장기적으로는 소유권의 사회화, 즉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통한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실현하려 하였다. 한편, 임금노동자기금의 아이디어는 '기금사회주의(fund socialism)'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임금노동자기금은 1938년의 사회 코프라티즘 타협인 살트요바덴협약의 정신에 어긋나는 스웨덴 모델의 급진적 좌경화에 의한 본격적인 사회주의 실험이었다. 임금노동자기금은 자본가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고, 일반 시민들의 여론도 부정적인 의견이 높았다. 1983년 사회민주당이 제출하여 의회에서 통과된 임금노동자기금 법안은 처음의 급진적인 성격이 완화되어 시장 중심적인 기금 운영방식으로 변화하였으나, 결국 1991년 집권한 보수정당에 의해 폐기되었다.

 

4.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합은 로버트 오웬(Robert Owen), 생시몽(Henri de Saint-Simon)과 프루동(Pierre-Joseph Proudhon) 등의 사회주의자들이 이미 산업사회 초기인 19세기에 자본주의의 경쟁과 착취를 해결할 수 있는 정의로운 조직으로 제시한 바 있다. 나프탈리는 경제민주주의와 관련하여 노동자협동조합이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조직 운영, 소유관계, 재화와 잉여의 배분 등과 다른 특징에 주목했다. 오늘날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새로운 대안 경제를 모색하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21세기형 사회주의의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몬드라곤은 1956년에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 몬드라곤에 호세 마리아 가톨릭 신부가 설립한 협동조합 복합체이다. 노동자 생산협동조합 울고(Ulgor)에서 시작하여 제조, 유통, 금융, 교육 연구 등 4개 부문의 260여개 조직으로 이뤄진 2018년 기준 매출 15조원, 스페인 재계 10위 기업이다. 그런데 몬드라곤의 대표적인 가전회사 파고르(Fagor)2013년 국제 경쟁에 밀려 파산했다.

 

파고르는 울고에서 출발한 회사로, 세탁기와 식기세척기 등을 생산하는 가전 부문은 유럽 5대 가전업체에 들 정도의 규모이다. 그룹 내에서의 비중도 상당하다. 파고르의 근본적인 문제는 국제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해외 사업장을 일반 영리기업과 같은 형태로 운영한 때문이다. 파고르가 2005년 프랑스의 가전업체인 브란트(Brandt)를 인수 합병하는 과정에서 140명의 구조조정이 있었다. 그리고 1976년 전체 직원 중 90%였던 조합원 비율이 점차 하락하여 2006년 이후에는 50% 정도로 줄었다. 집단지배구조에 기인하는 느린 의사결정 과정도 파고르의 파산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이렇게 파고르는 세계화의 과정에서 매우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노동자의 고용과 경영참가를 통해 모든 조합원이 동등한 권리를 갖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국제 경쟁에서 어려운 과제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5. 베네수엘라의 노동자 통제

 

현재 지구상에서 경제민주화를 가장 모범적으로 시행하는 나라는 베네수엘라이다. 베네수엘라는 경제민주화로 망한 나라이기도 하다. 남아메리카의 경우는 다수의 나라에서 노동자 자주관리가 시도되었다. 선거를 통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사회주의 정권(1970~1973)하에서 125개의 공장이 노동자자주관리로 운영되었다. 볼리비아와 페루에서는 민족주의 좌파에 의한 혁명 과정에서 노동자자주관리가 시도되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2000년대 초반 경제위기로 약 2,500개의 공장이 폐쇄되었는데, 노동자들이 폐쇄된 200여개 공장을 점거하여 생산 및 관리를 조직하여 작업장을 스스로 운영하는 노동자자주관리가 시도되었다.

 

노동자 통제(Cogestion)’는 차베스 정권이 구()유고슬라비아 티토 정권의 자주관리사회주의를 계승한 베네수엘라식 경제민주주의 모델이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자본주의 국가의 자연 발생적 노동자자주관리나 남미의 좌파정권에서 산발적으로 시행한 노동자자주관리의 실험과 달리 국가가 주도하여 전 분야에 걸쳐 노동자자주관리를 시행한 점이다. 산업의 국유화와 공동경영 혹은 노동자 통제는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위한 계급투쟁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차베스가 꿈꾸었던 자본주의를 대신하는 새로운 사회주의는 노동자와 민중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배하고 관리할 수 있는 사회적 주체로 변화이다.

 

차베스 정부는 집권 초기에 기업의 노동자와 국가 공동소유를 확립하고 노동자 집합체(협동조합)가 정부와 협의하여 자주관리에 의해 회사를 경영하게 하는 제도를 확립하였다. 차베스는 집권 과정에서 점차 급진화 되어 사회주의적 기업의 설립을 강조하고 사회주의적 기업 내부에서의 노동자 통제를 지원하는 발전전략을 취했다. 사회적 소유에 기초하고 노동자평의회를 통한 기업경영의 기본 정책이 결정되는 자주관리사회주의는 자본가를 대신한 새로운 특권계급의 등장과 비전문성, 비효율로 인하여 지속할 수 없었다.

좌파 군인 출신인 차베스는 1992년 군사쿠테타에 실패했으나 대중의 지지를 얻어 1999년 대통령에 당선되어 14년 동안 베네수엘라를 통치하였다. 차베스 사후 베네수엘라는 생지옥을 체험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인구의 94%가 절대빈곤 상태이며, 370만 명이 영양부족 상태이다. 경제 파탄, 치안 불안과 살인적 물가상승으로 600만 명이 해외로 탈출했다.

 

이러한 베네수엘라의 비극은 “21세기 사회주의: 볼리바르 혁명을 내세워 국가시스템을 개조한 차베스의 사회주의 실험 때문이다. 차베스는 집권 후 제헌의회를 소집하여 헌법을 개정하였고, 연동형 비례제 도입으로 입법부를 장악했다. 또한 사법부의 좌경화, 미디어 검열로 언론장악, 선관위 장악과 선거제도 악용, 민중 자치 교육과 토지 소유를 제한하는 법률제정 등을 잇달아 시행했다.

 

차베스의 사회주의적 정책은 문재인 정권이 지난 3년 반 동안 추진했던 정책과 매우 비슷하다. 특히 우리나라 좌파 교육계에서 실시하고 있는 혁신학교의 원형인 민중자치 교육은 민중이 주인되는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으로, 노동자가 주인되는 경제민주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는 교육을 자본주의적 가치에서 해방시키려고 하였고, 볼리바르식 사회주의 교육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차베스는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09년에는 3분 이상 샤워를 금지하기도 하였다.

 

베네수엘라의 주택정책도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임대차 3(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과 표준임대료제, 부동산감독기구의 설치와 판박이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2003년부터 9년간 임대료를 동결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후에도 임대감사국이 면적에 따른 임대료를 정해주는 직접 가격통제정책을 시행했다. 이는 최근 시행된 전·월세상한제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표준임대료제와 비슷하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2011년엔 임차인이 새로운 주택을 구하기 전 퇴거를 강제하지 못하게 임의적 퇴거금지법을 도입했다. 최근 전세 폭등을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되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유사하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부동산 감독기구도 외국에서는 유일한 베네수엘라의 공정가격감독원에 비교된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정책은 대실패로 결론이 났다. 반시장적 규제의 반작용으로 '임대 암시장'을 형성시켜 오히려 집값 폭등을 불러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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