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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원전건설 북한지원>의 실체를 알고 싶다] 통권179호
 
2021-02-09 17:11:41
첨부 : 210209_brief.pdf  

Hansun Brief 통권179호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우리 헌법은 국가의 계속성을 대통령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로 엄격히 규정(662)하고 있다. 이 조항은 국가는 계속성을 가지지만 정부는 유한성을 가진다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정부 활동은 국가의 계속성을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이 헌법정신이다. 그러나 집권자들은 통치라는 명분으로 국가의 계속성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들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대북정책과 관련되어서는 논란이 자주 불거지곤 했다. 물론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로 포장되어 통치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헌법 어디에도 통치라는 용어를 찾을 수 없다. ‘통치라는 용어를 헌법 조문에 포함시키지 않는 이유는 통치의 권위주의적 요소 때문이다. 바로 집권자가 통치를 명분으로 삼권분립을 무력화시키고 법치주의를 허물어뜨릴 위험성을 우려하고 경계했기 때문이다.

 

1. ‘의혹의 시작은 숨기고자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SBS 방송이 북 원전 건설 추진 문건제하로 보도하면서 논란이 시작되었다. 이로 인해 <원전건설 대북지원>과 관련해 야당은 의혹을 제기하고 정부여당은 의혹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정쟁이 격화되고 있다. 야당은 충격적인 이적행위라고 공세수위를 높이자 청와대는 북풍공작이라면서 정부차원의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원전건설 대북지원> 의혹은 검찰이 원자력발전소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의혹을 살만한 관련 자료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검찰 공소장에 첨부된 범죄 목록 530개 삭제 파일 중 13개의 파일이 북한지역 원전건설 의혹과 관련된 파일들이다. 대표적인 문건이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2018.5.14. 15.)>, 관련 업무경험자 명단(2018.5.2.)>, <에너지 분야 남북경협 전문가_원자력(압축)(2018.5.2.)> 등이다. 이 문건들을 보면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원전건설 추진방안이 작성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8TV조선이 보도한 한국수력원자력의 2억 원짜리 전력분야 현황 및 발전설비 실태조사 연구용역제안요청서에 원자력발전소도 포함하라는 지침서 역시 관련문건이다.

 

지난해 11월 원전건설 대북지원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정부여당의 한 인사는 소설같은 이야기라며 남북 정상회담 어느 순간에도 원전의 ''자는 없었다.”면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 공소장에 원전건설과 관련된 문건이 공개되자 정부는 담당과장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문건에 불과하며, 내부검토용으로 상부에는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논란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18년은 당시 탈원전 폭주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였다. 이런 엄혹한 시기에 탈원전 정책을 주무과장이 독단적으로 전문가 자문을 받아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이라는 문건을 입안하였다는 사실 자체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공무원 조직의 속성은 상부 지시가 없으면 정치적 문제를 안고 있는 업무를 자발적으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공무원의 속성을 무시하고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원전건설 북한지원> 업무를 독단적으로 하였다고 우기니 믿을 수 없다. 이러니 국민들이 의혹을 가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산자부는 21일 저녁 6쪽 짜리의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이라는 문건을 급히 공개했다. 이 문건은 입지, 노형, 사용 후 핵연료 등의 고려사항을 검토해 3개의 추진 안을 제시했다. 3개안은 함경남도 금호지구(1), 비무장지대(2), 경북 울진 신한울 건설 후 송전(3)이다. 이중 장단점을 분석해 1안이 소요시간과 사업비, 남한 내 에너지전환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검토했다. 추진방안은 매우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상부보고용으로 작성되었다는 점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공개문건이 담당공무원의 독단적 행동이었다는 근거자료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로 어느 선까지 보고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표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정부의 문건 공개시점도 문제다. 원전건설 추진 방안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정부공개가 이루어졌다. 면피(免避)용 공개로 사건의 실체를 숨기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2. 정부가 의혹을 만들었다.

 

20184?27 판문점 회담 당시 44분간 도보다리 대화 말미에 발전소 문제라고 언급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그리고 김정은에게 한반도 신경제 구상을 담은 책자와 PT(프레젠테이션) 영상을 건네줬다. PT 영상을 USB 저장장치에 담아 김 위원장에게 직접 전했다고 수석·보좌관 회의(2018.4.30.)에서 속도감 있는 추진을 지시했다. 수보회의 직후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자력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18.5.14)> 문건이 작성됐다. 김정은은 2019년 신년사와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대해 언급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정부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烏飛梨落)’는 형국을 조성했다는 점이다. 산자부의 주장처럼 원전건설()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했다고 변명을 하는 것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원전건설 의혹의 책임은 정부라는 점은 명백한 사실인 것 같다.

 

판문점 선언 직후 USB에 어떤 내용이 얼마나 자세하게 저장되어 김정은에게 전달되었는지 궁금증을 유발했다. 특히 USB의 방대한 저장능력을 주목하기도 했다.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는 것이 정부?여당이 국민에 대한 책무이다. 그러나 탈원전과 도보다리 대화, 그리고 산자부의 <원전건설 북한지원>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 야당의 <원전 건설> 의혹 제기는 당연해 보인다. 즉 정부가 의혹이 제기될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문제는 북한 원전건설과 관련한 정부?여당의 꼬리 짜르기, 강압적 태도, 색깔론으로 대응하는 태도가 의혹 증폭에 일조한 것 같다. 특히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야당의 문제 제기를 정부?여당이 색깔론으로 호도하면서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은 잘못된 처사다. 사실 정부여당은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형세가 불리해지면 늘 색깔론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로 휘둘러 사태를 봉합하곤 했다. 문제는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통치라는 명목으로 법치를 위반한 전례가 있다는 점이다. 바로 20026?15공동선언 직전 대북송금 의혹, NLL포기 발언 의혹 등이 그것이다. 당시에도 정부?여당은 송금 의혹이나 NLL 포기 발언 의혹을 색깔론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로 규명되었다. 이번 원전건설 대북지원 의혹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3. 국민은 의혹의 실체를 알 권리가 있다.


대남관계와 관련해서 2018년 김정은 신년사 핵심은 핵있는 상태에서의 민족공조(경제협력)’이었다. 4·27 판문점선언은 북핵폐기에 대한 진전을 거의 이루지 못한 채 김정은에게 줄 선물 목록만 챙겨준 회담이었다. 최근 선물 보따리 목록 중 하나가 원자력발전소 건설일 개연성이 있는 정황들이다. 그 정황은 검찰의 공소장 목록 중 삭제된 13개의 파일과 산자부가 공개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건이다. 또한 원자력을 포함한 남북전력협력방안과 발전설비 신규건설 등을 포함해 검토하도록 한 한국수력원자력의 2억 원짜리 연구용역 요청서도 의혹을 뒷받침하는 문건이다.

 

이런 정황들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의혹제기를 정부·여당은 색깔론(북풍조작), 구시대의 유물이라면서 역공을 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USB내용을 공개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 “USB를 보려면 야당도 명운을 걸어야 한다는 청와대 정무수석의 공세는 야당을 넘어서 마치 국민에게 협박하는 자세로 비친다. 이 같은 공세는 청와대나 여당이 야당에게 취할 태도는 아니다. 야당의 의혹제기는 색깔론도 아니고 구시대의 유물도 아니다. ‘4·27 판문점 선언이후 합리적 의심을 할 만한 정황증거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통치라는 이름으로 100조 원 이상 소요되는 원전건설 추진과정의 의혹을 은폐하려는 것이 구시대의 유물이고, ‘통치로 헌법정신을 흐리게 하는 것이 ()색깔론이다. ‘국가 핵무력완성을 호언장담하는 김정은에게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검토(?)했다는 자체가 우리의 국익에 중대한 위협을 자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국가적 행위이며,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대형 국책사업(?)을 담당과장이 독단적으로 검토했다는 정부발표는 비상식적이며, 합리적 의심을 점검하지 말고 덮고 가자는 행태는 스스로 투명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북한지역에 원전정책을 (은밀히)검토·추진하려 한 이중적 태도는 비합리적이다. 특히 북한은 원전건설이라는 선물목록을 대남압박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남북이 비공개를 합의하였다고 하여도 북한은 정세가 불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고도의 정치적 사안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전례가 다수 있다. 이런 전례를 감안할 때 원전건설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북한의 일방적 공개로 인한 파장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책이다.

 

<원전건설 북한지원> 의혹과 관련해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실체적 진실이다. 실체적 진실만이 색깔론의 정쟁을 해소하고, 비상식적인 정부행태를 시정하고, 정부 정책추진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북한의 대남압박도 예방·차단한다. 따라서 <원전건설 북한지원>과 관련한 당면과제는 실체적 진실을 밝혀 국가의 계속성이 유지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여당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적극 협력하여야 한다. 그 제도적 장치는 국정조사나 감사원 감사일수도 있다. 정부·여당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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