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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중국 혁신신약의 부상, 한국은 준비돼 있나
 
2026-10-08 09:27:30

◆ 조평규 한중기업연합회 회장은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국 혁신신약의 부상, 한국은 준비돼 있나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했습니다.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 침체를 극복하고 성장을 이어 가기 위해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 이념을 내걸고 첨단산업인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봇을 넘어 혁신 신약 산업으로 영역을 가파르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중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부상은 이제 가능성을 넘어 명확한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중국의 가장 무서운 경쟁력은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속도와 규모’에서 세계적 기업들을 압도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 인력과 첨단 장비, 거대한 환자군, 신속한 임상시험 환자 모집 능력, 대규모 생산 역량을 동시다발로 갖췄습니다. 여기에 정부의 강력한 제약·바이오 육성 정책과 심사·승인 제도 개혁, 풍부한 자본까지 뒷받침되면서 두려워할 만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중국에서 개발 중인 혁신 신약은 전 세계 물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6년 상반기 기준 중국 혁신 신약의 해외 기술이전 잠재 계약 규모 역시 1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물론 상당 부분은 개발 단계별 성과금인 마일스톤이지만, 핵심은 글로벌 제약 산업의 자본과 기술 수요가 중국의 신약 후보 물질로 집중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의 움직임은 더욱 빠릅니다. 올해 5월 화이자는 중국 신다생물과 최대 105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협력 계약을 맺고,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다중 특이항체 등 12개 항암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또한 베이징 이좡 바이오파크에 25억달러를 투자해 상하이에 이어 두 번째 글로벌 전략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한 뒤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더 이상 값싼 복제약이나 생산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표적 항암 및 약물 전달 플랫폼(ADC & TPD), AI 기반 신약 개발, 대사 질환 및 항노화 치료제 등 차세대 분야에 대거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미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은 한국 기업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습니다. 중국 정부의 과감한 지원에 힘입어 후보물질 발굴에서 임상 진입까지의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릅니다. 중국이 세계 신약 개발의 ‘파이프라인 공급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유망 후보물질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수출하는 전략을 핵심 성장 모델로 삼아온 한국의 바이오기업에는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이 압도적인 파이프라인 수와 빠른 개발 속도,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글로벌 빅파마의 선택지가 넓어져 한국 기업의 협상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미·중 바이오 갈등은 한국에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주고 있기도 합니다. 미국은 중국 바이오산업을 견제하며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의 제약사는 경쟁력 있는 중국의 신약 후보 물질을 계속해서 탐색하고 있습니다. 즉, 견제와 협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잡한 양상이 펼쳐진 것입니다.

 

한국은 바로 이 틈새를 정교하게 파고들어야 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필두로 한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항체·ADC, 바이오시밀러, 위탁개발생산(CDMO), 원료의약품 및 품질관리(QC) 분야에서 축적한 경쟁력을 발휘할 때입니다. 미·중 공급망 재편 국면은 한국이 글로벌 바이오 생산·개발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최적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선택

 

중국의 제약바이오시장 규모는 미국(6000억달러)에 이어 세계 2위(약 2500억달러)인 데 비해 한국은 250억달러 규모입니다. 중국의 최대 제약바이오 기업인 시노팜, 상하이제약, 항서의약, 백제신주 등은 R&D에 수조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중국과 단순한 파이프라인 수량으로 겨루기보다 원천기술과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해야 합니다. 나아가 글로벌 임상 운영 및 미국 FDA·유럽 EMA 등 선진 규제기관 대응 역량을 강화해 후보물질 발굴부터 상업화까지 아우르는 일련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중국을 경쟁자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중국의 방대한 후보물질·임상 생태계 그리고 엄청난 의료데이터에 한국의 우수한 제조·품질관리 역량과 글로벌 규제 대응력을 결합하는 ‘전략적 공동개발’ 모델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의약개발능력뿐만 아니라 글로벌 최대 의료 시장이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로봇 분야에서 중국이 보여준 특유의 속도와 규모를 이미 경험했습니다. 초기에는 내수 시장을 겨냥한 저가 제품으로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세계 시장의 가격 체계와 기술 표준을 흔드는 강력한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변모하는 과정을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도 동일한 대격변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물론 중국도 원천기술과 글로벌 특허 포트폴리오, 선진 시장에서의 후기 임상·허가 경험, 그리고 글로벌 직판 상업화 역량 면에서는 여전히 빅파마와 격차가 존재합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이 중국의 약점을 파고들 전략적 여지가 남아 있어 보입니다.

 

중국 혁신 신약의 부상보다 우리가 진정 경계해야 할 것은, 이 거대한 중국의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경쟁력을 강화할 대비책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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