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농지까지 투기 대상이 됐다며 농지를 사 놓고 농사를 짓지 않는 땅은 매각 대상이라고 했다. 이때 내세운 명분은 경자유전(耕者有田)이다. 경자유전은 ‘농사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한다’는 오래된 우리의 이념이다.
그런데 지난 3월 여당은 지방자치단체가 ‘농지 처분을 명할 수 있다’던 권고조항을 ‘처분을 명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으로 농지법을 개정했다. 그리고 정부는 개정 법 시행 이후 취득한 전국 농지 1049만 필지(136만㏊)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통한 소유 및 직접경작 실태 파악에 나섰다. 농지 소유 및 경작 실태를 조사해 농촌 문제 해결과 농업의 미래를 위한 대응책 마련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농민들로서는 이번 법 개정과 실태조사가 자신의 땅을 빼앗는 빌미가 되지나 않을지 불안하고, 농지 가격 하락에 따른 불만이 많다.
문제는, 개정 농지법에 담긴 의무 규정이다. 즉, 법 위반이 확인되면 1년 이내에 땅을 팔아야 할 처분 의무가 통지되고, 그 기간에 팔지 않으면 처분명령이 내려지며, 그후 6개월 이내에 팔지 않으면 매년 땅값의 25%를 이행 강제금으로 부과하고 한국농어촌공사(농지은행)에 위탁·강제매각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25%의 이행 강제금을 4년 부과받게 되면 소유권을 뺏긴다는 농민들의 우려가 터져 나오자 정부는 고령·질병·상속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처분유예 기간을 두는 보완책을 뒀다.
정부는 투기 목적의 농지 수요를 차단하고 직접 경작을 진작시키는 것이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투기와 실수요, 투기와 관행적 임대차를 가르는 기준이 모호하고, 변화한 농촌의 인구구조와 경제 현실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특히, 제헌헌법 당시 확립된 법체계가 농업의 미래 발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5월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를 시작한 이후 농짓값이 하락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올해 2분기 ㎡당 농지 가격은 8.1%나 떨어졌다. 또한, 직접경작을 고집·강제하는 상황에서 추가 가격 하락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으며, 이런 상태에서 당장 처분은 농민들이 손실을 무조건 감내하라는 것과 같다. 농민들의 고통을 키우고 농업 기반을 허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농지 임대차 비율은 2024년 기준 47%다. 정부는 임대차를 무시하지만, 농촌 인구의 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불가피하다. 특히 자본이 취약한 청년농의 기반은 임차 농지이며, 직접경작의 고집·강제는 청년농의 농업 기반을 회수하는 것과 같다.
우리 헌법(제121조)은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시함과 동시에 농지의 임대차 및 위탁경영을 허용하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소유자의 직접경작을 엄격히 강제하면 재산권의 제반 행사 권한이 극히 제한된다는 점이 문제다. 자유시장경제에서 재산권 행사의 형태는 소유·양도·상속·임대 등 여러 가지다. 농지도 재산인 이상 자유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는 엄단해야 한다. 하지만 경자유전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즉, 경자유전의 원칙을 ‘소유’ 중심에서 ‘이용·경영’ 중심으로 바꾸는 일이다. 그래야 농촌도 농민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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