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잇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다시 긴축통화정책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3.50∼3.75%에서 3.75∼4.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2023년 7월 이후 3년2개월 만의 인상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높게 유지되면서 물가 불안이 커지는 반면, 고용과 성장 등 실물경제는 상대적으로 견조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럽과 호주는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올렸고, 일본은행도 1.25%로 0.25%p 인상해 31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됐다. 지난 7·8월 연속 금리를 올린 한국은행도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가 높고, 지난 8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1% 오르는 등 물가상승 압력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p로 커지면서 원화 약세와 이에 따른 추가 물가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금리인상이 새로운 소비와 투자 비용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부채의 상환 부담까지 가중시키는 이중의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금리가 오르면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해 가계소비와 기업투자가 위축되는 한편,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기존 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늘어난다. 더 큰 우려는, 이러한 부담을 감내해야 할 실물경제가 아직 경제 전체적으로 견조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많은 기관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 이상으로 전망하지만, 이는 지난해 1.1%의 낮은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일부 수출산업의 예상 밖 호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반면, 내수기업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른바 ‘K자형 성장’이 더욱 뚜렷해진다. 높은 경제성장률만으로 우리 경제 전반의 회복세가 견조하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027년도 예산안을 올해 본예산보다 12.8% 증가한 820조9000억 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위해 긴축통화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재정지출의 방향과 대상이 더 중요해졌다.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는 지출 확대는 자제하고 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분야에 재정을 집중해야 한다. 내년 예산에 신설된 162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이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투입될지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는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부채 탕감처럼 도덕적 해이를 부르는 방식보다는 성실하게 경제활동을 하는데도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계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거나 원금 상환을 유예하고, 빈곤층에 대한 복지 지원을 강화하는 등 다시 자립할 수 있게 돕는 사회복지적 접근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예산의 규모보다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이다. 확장재정이 물가를 다시 자극하고, 이것이 추가 긴축통화정책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성장잠재력은 높이고 취약계층의 고금리 부담은 덜어주면서도 물가안정을 해치지 않아 경제 전체에 따뜻한 온기가 흐르도록 하는 재정 운용의 솔로몬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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