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5 13:52:12
최근 청와대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넘기지 않고, 다시 제청할 것을 요구한 것의 헌법적 허용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의 ‘기존 대법관후보추천위가 추천한 사람 중에서 다시 후보를 제청하라’는 요구에 찬반 양론이 맞서면서 대법관 임명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헌법적으로 이 문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첫째, 헌법 규정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헌법 제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사법부 수장의 제청권,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의 동의권, 대통령의 임명권이라는 세 권한을 분산시켜 견제와 균형을 이루려는 삼권분립의 구체적 발현이다. 대통령이 원하지 않는 후보라는 이유로 제청을 반려하고 자신이 선호하는 인물을 재(再)제청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제청권을 대통령이 행사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사법부의 인사 자율성을 무력화하고 헌법이 설계한 기관 간 견제 구조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둘째, 단행법(單行法)의 명시적 규정에 합치되는지 여부다. 법원조직법 제41조의2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대법원장이 제청할 때마다 새로 구성되며, 후보자를 추천하면 해당 추천위원회는 해산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즉, 하나의 추천위는 한 번의 제청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일회적 기구다. 이미 임무를 마치고 해산된 추천위가 추천한 명단 중에서 다른 인물을 골라 재제청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 재추천이 필요하다면 법률에 따라 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해야 하며, 현행법상 해산된 위원회의 추천 결과를 대통령이 사후적으로 취사선택하는 절차는 없다.
셋째,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대통령에게 ‘재제청 요구권’ 자체가 있는지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헌법은 대통령의 ‘임명권’만을 규정할 뿐, 제청된 후보자를 반려하고 다른 후보를 다시 제청하라고 ‘요구’할 권한은 명시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임명권이 형식적 행위에 그치는지, 아니면 실질적 거부권까지 포함하는지도 학계의 통설이 확립돼 있지 않다. 이처럼 헌법과 법률의 규정이 불비하고 다수 견해도 정립되지 않은 회색지대에서 대통령이 재제청을 요구한다면, 이는 명확한 위임이 없는 권한을 사실상 창설해 행사하는 것이다. 헌법기관 사이의 권한 배분은 명시적 근거가 있을 때만 인정돼야 한다는 헌법 해석의 기본원칙에 정면으로 반(反)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법원장이 정한 후보를 거부할 권리도 대통령의 임명권에 포함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그러한 추천 절차에 이의가 있다면 헌법재판소나 법원에 유권해석을 구하거나,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그대로 제출해 국회의 판단을 받는 것이 정도(正道)다. 대통령이 스스로 제청을 반려하고 재제청을 압박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행정부가 사실상 사법부의 인사권에 개입하는 결과를 야기할 위험성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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