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7 15:10:09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짧은 기간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해 왔다. 정책발표 횟수는 5차례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28차례 대책을 5회에 압축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5년 6·27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시작으로 8·14 지방 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연이어 발표됐다. 그리고 2026년 8월 13일에는 다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이 나왔다. 불과 1년 남짓한 기간에 금융, 공급, 세제, 규제, 임대시장에 걸친 종합적인 ‘부동산 정책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정책의 출발점에는 분명한 문제의식이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상승을 억제하고, 과도한 부채를 줄이며,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공급 부족이 가격 불안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판단 아래 공공택지와 재개발·재건축, 비아파트, 민간 PF까지 동원해 공급을 확대하려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대책이 결국에는 모두가 원치 않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데 있다. 정부의 선한 의도, 정의와 공정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대책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종국에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벌써부터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패색을 드러내며 지지율을 깎아 먹는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왜 이재명 정부 정책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가
그 이유는 첫째, 다섯 차례 발표된 정책들끼리 서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을 확대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밝히며 노력할 것이라고 정부는 말하지만, 정작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금융 지원은 축소 또는 폐지하고 있다. 공급 확대 정책과 수요 억제 정책을 동시에 사용하면 어떤 효과도 내기 어렵다. 일련의 부동산 대책의 행간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이재명 정부의 진짜 속내는 ‘제발 집 사지 말라’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사방에서 날아오는 비난을 피하고자 (지지율 급락을 회피하는 목적까지 곁들여서) 정책을 발표하다 보니, ‘공급을 확대하고 그 공급 물량을 받아줄 소비자의 주머니를 텅 비우는’ 이상한 정책이 돼버리고 말았다.
둘째, 공급 확대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 국민에게 와 닿지 않는다. 8·13 대책은 서울 집값 상승의 원인이 공급 부족임을 시인한 상태에서 나온 것이지만 시장이 그다지 반응하지 않는 배경이기도 하다. 작년 8·14 대책을 통해 정부는 135만 호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대책이 신뢰할 만해야 시장 주체들은 ‘불안감을 멈추고 자신의 매매 계획을 수정’한다. 그러나 135만 호를 건설할 만한 토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거의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다. 그리고 1년 뒤인 8월 13일 발표된 대책은 연내 7만3000가구 공급을 약속했는데, 정작 서울에는 고작 1000가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여론이 좋지 않자 이 정부는 용산공원이나 그린벨트 개발 카드를 또 꺼내 들려고 한다. 사실 공급은 꼭 집을 짓는 것만 있지 않다. 양도세 완화를 통해 시장에 매물이 많이 풀리게 하는 ‘유연화된 공급 정책’을 사용할 수 있다. 신축만이 공급이 아니라 세제 완화를 통한 구축 공급도 방편이 될 수 있지만, 현 정부는 보유세와 거래세를 모두 강화하는 쪽으로 직진 중이다.
셋째, 정책 문제의 해결은 결국 사회적 상호 작용 방식에 의존한다는 것을 정부가 잊고 있다. 서울 집값이 내려가려면 불안에 자극받은 국민이 ‘내일의 구매를 오늘로 앞당기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영끌을 해서라도 집을 오늘 사지 않으면 미래에 내가 살 집이 없다’는 불안감이 서울 집값 상승의 본질이다. 심리학처럼 들리겠지만, 이것은 사실 경제학이다. 경제학에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가르칠 때 ‘시장 수요’를 가르친다. 각 개인의 수요를 합하면 그것이 곧 시장 수요다. 즉 갑돌이와 을돌이, 정돌이만 시장에 존재하고 그들이 각각 집 1채, 집 2채, 집 2채의 수요를 가지고 있다면, 주택 시장 수요는 5채다. 그러니 결국 시장 수요를 움직이는 것은 갑돌이, 을돌이, 정돌이다. 그렇기에 정부가 시장을 이기려고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시장을 겁박하는 방식이 아니라 설득하는 것이 납세자로부터 세금을 받아 운영하는 정부가 가질 바람직한 태도다.
넷째, 서울 집값을 잡으려는 ‘시장 냉각 정책’이 이미 침체 상태인 비수도권 주택 시장에 적절치 않다. 주택 시장에 대한 문제의식은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됐는데, 그 대응 대책은 전국 공통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는 미분양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지방 주택 시장에서 그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자금을 증발시킨다. 그리고 지방 시장의 수익성이 악화할수록 지방 주택 시장에 유입될 현금은 모두 수도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실거주하는 집 1채만 가지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서울이나 수도권 요지의 것을 선택할 것이다. 서울과 지방 사이 부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지방 부동산은 버림받은 것인가
이 정부의 다섯 차례에 걸친 대책을 보면서 서울 집값을 해결하기 어렵겠다는 우려와 함께 드는 생각이 있다. 비수도권, 즉 ‘지방은 언제까지 이 정부의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전쟁에서 유탄을 계속 맞아야 하는가’란 문제의식이 그것이다. 정부 자료를 읽어보면 수도권 시장과 비수도권 시장, 두 개의 시장이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2025년 9·7 대책은 지방 아파트 가격이 2022년 이후 큰 반등 없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했다고 진단했다. 지방은 전체 미분양 주택의 79%, 준공 후 미분양의 84%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지방에서는 공급 확대보다 수요 회복과 미분양 해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수도권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진단을 내렸다. 수도권은 공급이 부족하므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135만 호를 착공하고, 이후 2026년 8·13 대책에서는 다시 수도권에 23만 호+α의 추가 공급 효과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2026~2030년 추가 착공 물량은 12만 호+α로 제시돼 있다.
결국 한국에는 사실상 두 개의 서로 다른 주택 시장이 존재한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선 ‘집이 부족하고 너무 비싼 것’이 문제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방에서는 ‘집이 남아돌고 가격이 떨어지며, 그것을 살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정책을 하나로 묶어보면 국가의 관심과 정책 수단은 여전히 수도권 가격 안정에 훨씬 강하게 맞춰져 있다. 그래서 결국 비수도권, 지방 주택시장은 정부의 관심 밖에 놓여 지방 맞춤형 주택 정책을 단 한 번도 배려받지 못한 채, 수도권 주택 시장의 불길을 잡기 위한 정책에 휩쓸려 들어가 침체의 골을 더욱 깊게 경험하고 있다.
2025년 6·27 대책은 그 성격이 분명했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 거래 증가에 따라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LTV를 낮추며, 전입 의무와 대출 만기 제한 등을 도입했다. 수도권의 과열을 수도권 중심의 금융 규제로 관리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지방 비규제 지역에는 생애 최초 LTV와 전세 대출 보증 비율 등에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이 적용됐다. 10·15 대책에서도 규제지역의 무주택자 LTV가 40%지만, 비수도권 비규제 지역은 70%, 유주택자는 60%까지 허용된다. 전세 대출 보증 비율 역시 수도권은 80%, 비수도권은 90%다.
문제는 지역별 규제와 별개로 금융권 전체의 가계 대출 총량과 정책 대출 공급까지 줄였다는 데 있다. 일반 디딤돌대출 한도는 전 지역에서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축소됐다. 생애 최초·신혼·신생아 대상 대출 역시 한도가 낮아졌다. 수도권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 때문에 제주, 대구, 부산, 광주나 지방 중소도시에서 처음 집을 마련하려는 청년과 신혼부부의 정책금융까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집값이 오르는 지역과 집값이 떨어지는 지역에 동일한 신용 긴축이 가해질 경우, 그 충격은 동일하지 않다. 담보 가치가 상승하는 시장보다 (지방 부동산) 가격이 더 가파르게 하락하고, 거래가 적은 시장일수록 금융기관이 더 보수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농후하다.
‘지방 우대’ 정책이 수도권 집중을 완화했나
정부가 의도적으로 지방을 배제한 적은 없다. 왜냐하면 2025년 8·14 대책은 아예 ‘지방 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지방 부동산 수요를 보완하고 SOC 투자를 확대하며 PF와 건설경기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지방 입장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지방에 ‘돈을 얼마나 썼느냐’가 아니라 ‘실제 누구에게 혜택이 돌아갔느냐’다.
8·14 대책의 대표적인 정책이 세컨드 홈 세제 지원 확대다. 1주택자가 지방 인구 감소 지역에 주택을 추가로 취득할 경우, 기존 주택에 1가구 1주택 특례를 인정하고, 비수도권 인구 감소 지역에서는 대상주택 가격 기준도 크게 완화했다. 양도세·종부세·재산세 특례 대상 공시가격은 4억원에서 9억원으로, 취득세 특례 대상 취득가격은 3억원에서 12억원으로 확대됐다.
수도권 공급 확대와 지역 균형발전의 충돌
이 정책은 지방 주택의 수요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관광·휴양지역이나 인구 감소 지역에 생활 인구를 유입시키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에 계속 살아온 무주택 청년의 내 집 마련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과는 성격이 다르다. 오히려 이미 주택을 한 채 가진 사람이 지방 주택을 추가로 살 때 혜택을 주는 제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도 양도세·종부세·취득세 특례가 제공되고, 개인이 취득하는 미분양 아파트에는 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한다. 결국 지방주택을 새롭게 구입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사람에게 상대적으로 강한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구조다.
9·7 대책과 2026년 8·13 대책에서 가장 큰 정책 자원이 투입되는 곳은 수도권이다. 2026년 대책의 정책목표 자체가 수도권에 23만 호+α를 추가 공급하는 것이다. 공공택지, 신규 공공주택지구, 재개발·재건축, PF 보증, 서울·경기 사업장에 대한 금융 지원까지 다양한 수단이 투입된다. 문제는 지역 균형 발전과의 관계다. 수도권에 집을 더 짓는 것은 수도권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수도권의 주택 수용 능력과 교통·생활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면 수도권으로 사람과 기업이 이동할 수 있는 여건도 함께 좋아진다. 지방에서는 인구가 감소하고 주택 수요가 줄고 있다고 걱정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수도권이 더 많은 인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대규모 국가 자원을 투입하는 식이다. 이것이 실제로 지방 인구 유출을 가속할 가능성은 결코 미미하지 않다.
물론 이번 정책이 모두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단 정부가 2025년 이후 공급 부족을 주택 가격 불안의 중요한 원인으로 인정하고, 실제 착공을 정책 목표로 관리하겠다고 시사한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지방에 대해서도 세컨드 홈, 미분양 매입, 개발부담금 감면, SOC 투자, PF 지원 등을 통해 지역 경제의 급격한 침체를 막으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또 금융규제를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고 상당 부분 차등화한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2026년 대책에서 비수도권 지식산업센터의 주거용도 활용범위를 수도권보다 더 크게 완화하고, 지방의 높은 전·월세 전환율과 임차인 부담을 정책 문서에서 인식한 것도 지역별 시장 차이를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명백한 한계는 이러한 지역별 접근이 여전히 정책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는 대목이다.
이젠 ‘지역별 부동산정책’이 절실한 때
앞으로의 부동산정책은 수도권과 지방을 단순히 규제 지역과 비규제 지역으로 나누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서울처럼 수요가 넘치고 공급이 부족한 지역, 부산·대구처럼 대도시이면서도 장기 침체를 경험하는 지역, 산업수요가 존재하는 지방 중소도시, 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소멸 위험 지역, 제주처럼 외부 수요와 지역 주민의 주거 수요가 충돌하는 지역 등 저마다 서로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방 정책의 목표도 달라져야 한다. ‘미분양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서 ‘지역 주민의 자산과 주거기회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로 이동해야 한다. 외지인이 지방주택을 사도록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도 필요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 지역에서 살아온 청년과 무주택자가 지역의 주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지역 주민이 겪는 자산 가치 하락과 지역의 주거환경 쇠퇴 문제도 같은 비중으로 논의해야 한다.
번호 |
제목 |
날짜 |
|---|---|---|
| 2752 | [중앙일보] “서울 집값 잡으려고 지방을 사면초가로 몰아넣나?”![]() |
26-08-27 |
| 2751 | [한국경제] 중국의 반내권…더 무서운 중국이 온다![]() |
26-08-27 |
| 2750 | [한국일보] 거꾸로 가는 스튜어드십 활성화 | 26-08-20 |
| 2749 | [문화일보] 반도체 사이클 넘을 ‘K성장공식’ | 26-08-20 |
| 2748 | [문화일보] 광복 81년 3大 기적 망치는 퇴행 정치 | 26-08-14 |
| 2747 | [문화일보] ‘투표수 조작’ 전수조사 불가피하다 | 26-08-14 |
| 2746 | [데일리안] “사관학교 통합이 쿠데타 예방책”이라고? | 26-08-14 |
| 2745 | [한국경제] 고전에서 찾는 중국 비즈니스 철학 | 26-08-14 |
| 2744 | [매일신문] 한국 정치 불변의 법칙 | 26-08-12 |
| 2743 | [머니투데이] 노동쟁의, 어디까지인가 | 26-08-10 |
| 2742 | [아시아투데이] 북한 두 국가론의 실체와 자유 통일의 필요성 | 26-07-30 |
| 2741 | [신동아] 표본으로 거론되는 ‘대만 선거제도’의 겉과 속 | 26-07-30 |
| 2740 | [중앙일보] 청년은 일할 준비됐다, 취업의 문 열어줘야 | 26-07-27 |
| 2739 | [문화일보] 대학-기업 ‘양방향 인재 순환’ 화급하다 | 26-07-27 |
| 2738 | [이데일리] 노동시간에도 두 개의 시장이 있다 | 26-07-23 |
| 2737 | [파이낸셜투데이] ‘도덕적 해이’ 우려는 '선동'이 아니다 | 26-07-21 |
| 2736 | [문화일보] 청년 일자리 못 만들면 3% 성장도 공허 | 26-07-20 |
| 2735 | [문화일보] 자유민주 통일 의무 일깨우는 제헌절 | 26-07-16 |
| 2734 | [라이센스뉴스] 부동산 가격 폭등, 해법은 무엇인가 | 26-07-10 |
| 2733 | [문화일보] 보완수사권 폐지는 헌법 12·27조 위배 | 26-07-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