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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고전에서 찾는 중국 비즈니스 철학
 
2026-08-14 17:33:03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특별고문은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관시의 환상을 깨고 체제와 상술의 본질을 보라

 

·중 수교 이후 수십 년 동안 양국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로 발전해 왔습니다. 최근 중국 기업들은 제조업의 막강한 위상과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공급망을 빠르게 장악해 가고 있어, 이는 한국 기업에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제 격변하는 중국 비즈니스 현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단순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단기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수준의 준비는 거의 소용이 없어졌습니다.

 

우리가 현장에서 접하는 중국 기업인 중에는 수천 년 동안 전쟁과 환난을 겪으며 살아남는 과정에서 비즈니스(商術)를 몸으로 체득한 전략가가 많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무의식과 비즈니스 스타일을 지배하는 생각의 뿌리’, 즉 비즈니스 철학과 이념에 정통해야만 그들과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중국 비즈니스에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핵심적인 사실은 중국이 공산주의 이념을 따르는 사회주의 체제라는 점입니다. 중국의 화려한 자본주의적 겉모습과 거대한 소비력에 매료돼 이 본질을 망각하면 치명적인 리스크를 안게 됩니다.

 

중국 사업의 성공 여부는 자유시장경제가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의지에 의해 결정됩니다. 아무리 공들여 쌓아온 탄탄한 관시(關係)’가 존재하고 법적 계약서가 완비돼 있더라도, 국가 안보나 당의 기조 앞에서는 한순간에 무력화됩니다.

 

중국 정부가 제시하는 5개년 계획과 세부 정책 방향을 세밀하게 연구한다고 해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권력 감시망 속에서 우리의 이익을 온전히 지킬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중국인의 상인 정신

 

중국인은 태생적으로 상인의 후예입니다. 중국상인이라면 복잡하고 계산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도 간단하게 돈으로 환산해 내는 직관적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급격한 현대화를 겪고 있는 오늘날이라고 할지라도, 중국인의 깊은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근본은 수천 년간 이어져 내려온 독한 상인(商人) 정신입니다.

 

중국 전통 상인 집단인 상방(商?)’ 등이 내세웠던 의상(義商)’이라는 개념 역시 의리를 내세우지만, 결국은 상인들이 자기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낸 자율적 규율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는 결코 순진한 도덕관념이 아니라, 장기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비즈니스 파트너 간의 신용(Credibility)과 같은 것입니다.

중국의 사업 파트너들은 계약을 결정하기 전까지 상대방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시험합니다. 그들은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우호적인 순간에도 한국인이 작은 이익 때문에 신의를 버릴 사람인지 아닌지 날카롭게 검증합니다.

 

먼저 친구가 되고, 나중에 사업을 한다(先做朋友, 后做生意)”라는 중국의 오래된 속담으로 지금도 매우 유용한 원칙입니다. 한국 기업이 중국기업과의 거래에서 범하는 아주 큰 실수 중 하나는 단기 성과에 급급해 파트너를 지나치게 압박하거나, 시장 상황이 다소 악화했다고 해서 기존의 약속을 쉽게 뒤집는 행위입니다.

 

비즈니스는 전쟁이다

 

중국인들은 비즈니스를 본질적으로 전쟁으로 인식합니다. 그들은 손자병법(孫子兵法)의 핵심 전략을 비즈니스 협상 테이블 위에서 매우 영리하게 구사합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전쟁에서 속임수를 꺼리지 않습니다. 이른바 병불염사(兵不厭詐)’의 전술을 사용하는 것에도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중국 비즈니스 현장에서 중국인이 말하는 연구해 보겠다(硏究硏究)”거나 문제가 크지 않다(問題不大)”는 표현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면 치명적인 오판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비즈니스에서 긍정이 아니라 부정에 훨씬 가까운 전략적 모호성입니다.

 

중국과의 사업은 단순한 일차원적 거래가 아닙니다. 자본주의의 탈을 쓴 독특한 사회주의 체제의 집단과 만나, 서로의 이익을 위해 고도의 두뇌 싸움을 벌이며 신뢰를 쌓아가는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따라서 모든 전략은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현실적 테두리 안에서 정교하게 기획해야 합니다. 중국인의 극단적이고 실용적인 이기주의 사상을 깊이 있게 꿰뚫어봐야 비로소 중국과의 사업에서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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