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7월 17일은 78주년 제헌절이다. 이날을 기념하는 것은 헌법제정을 통해 대한민국 통치의 근간을 마련해 제대로 된 국가의 모습을 갖춘 날이기 때문이다. 해방 직후 남북한은 경쟁적으로 헌법제정에 착수했다. 이는 헌법이 갖는 제도적 정당성·정통성을 확립해 자기중심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행보였다. 하지만 헌법제정 과정을 보면 뚜렷한 차이가 발견되는데, 이것이 남북의 현격한 발전 격차를 발생시킨 근원이 됐다.
우선, 한국의 헌법 제정 절차는 ‘의회의 원리’다. 이 원리는 ‘지역’이라는 대표성에 국한하지만, 최소한 복수정당의 대표성을 유지했다. 이런 점에서 ‘의회의 원리’는 민주주의에 충실했다. 반면, 북한의 제정 절차는 ‘소비에트(Soviet) 원리’를 따랐다. 이는 인민의 완전한 의사 표현과 구현을 목표로 한다. 이 원리는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의 선동 구호로 외견상 국민 의견을 완벽하게 취합·반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은 하나의 정당인 노동당이 대표성을 철저히 관철해 일당 독재의 토대를 마련했다.
물론 남북한 헌법은 모두 ‘민주주의’를 담고 있다. 하지만 강조점이 다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국민주권이고 북한은 인민주권이다. 이를 반영한 체제가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북한은 인민민주주의다. 이 인민의 범주에는 부르주아·지주 등은 제외되며, 주권은 인민이 참여하는 인민회의(Soviet)에 있다는 점에서 개인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니 자유민주주의에서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지만(主權在民), 인민민주주의에서 인민은 주권이 없는 주권부재(主權不在)라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처럼 남북의 헌법에는 서로 다른 의미가 담겼다. 그 결과 1948년 한반도 남쪽에는 자유민주주의가 근간인 대한민국이 출범(8.15)했고, 북쪽에는 공산주의에 기초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출범(9.9)했다. 자유민주주의는 ‘나는 어떤 외부의 힘이 아니라 내가 내 삶과 모든 결정을 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것을 도와주는 체제’로, 저마다 행동하는 주체(主體)로서 기능하게 된다. 결국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풍요와 번영, 법치, 인권과 평등, 평화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제도의 기반이 됐다. 반면 공산주의 독재체제는 개인의 자유는 억압·박탈되고, 내 삶과 모든 결정을 국가의 강력한 힘에 의존한다. 따라서 개인은 주인이 아니라 독재자의 힘에 의지해 행동하는 객체(客體)로 전락했다.
정치체제는 경제체제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포용적 경제제도를 채택하고, 공산주의 체제는 착취적 제도를 택한다. 남북은 서로 다른 체제에서 출발해 체제의 정당성·정통성을 입증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체제 경쟁을 해왔다. 체제 우열은 한반도의 야경 위성 사진 조도(照度) 격차와, 2023년 한국의 국민총소득(GNI)이 북한의 59.8배라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이런 격차의 출발점은 1948년 남북이 제정한 헌법이며, 한국의 헌법이 우월하다는 점을 역사가 입증한다.
문제는, 지금도 북한 주민이 실패가 담보된 헌법의 인질로 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 주민이 성공이 담보된 헌법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시대적 책무를 안고 있다. 그래서 더욱더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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