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0 09:08:38
서울의 집값과 전월세가 동시에 치솟고 있다. 현 정부 출범 1년 만에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4.74%, 월세는 8.99%, 전세는 6.77% 오르며 역대 최고 수준의 ‘트리플 폭등’이 발생했다. 전세 매물은 27% 급감해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는 오르는 악순환이 겹쳤다. 매매가도 마찬가지다. 이제 강북에서도 32평 분양가가 17억 원에 이른다. 정부는 매번 대책을 내놓지만 왜 안 잡힐까.
그 시작은 통화량 증가다. 한국의 통화량(M2)은 2003년부터 2025년까지 406%나 늘었다. 같은 기간 269% 증가한 미국의 1.5배다. 같은 기간 GDP 상승은 미국(168%)이 오히려 한국(157%)보다 약간 높았다. 지방 인구 감소 및 일자리 소멸은 수도권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여기에 1가구 1주택 의무화 규제가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부추겼고, 수요는 서울에 집중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는 시장에서 거래를 막아 공급이 더 희소해져 가격을 올리는 상황을 초래했다.
세금을 올리면 사람들이 집을 팔까. 그럴 가능성은 낮다. 세금을 올려도 앞으로 오를 거라 믿는 한 매물은 안 나온다. 오히려 정부가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려 할수록 가격은 거꾸로 오른다. 정부가 할 일은 가격 통제가 아니라 거래를 활성화하고 다른 자산처럼 차익에 과세하는 것이다. 미국처럼 일정 조건 아래 세금 납부를 미루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시장이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그러면 공급을 확대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기 어렵다. 우선 서울에 공급할 수 있는 물량에 한계가 있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다는 명분 속에서 분양가는 신고가를 경신해 왔다. 무엇보다 가격이 오른다는 신뢰가 강하면 아무리 물량을 늘려도 시중의 자금을 모두 흡수하지 않는 한 가격은 하락하지 않는다. 중국처럼 빈집이라도 가격이 오르면 일단 사고 보는 게 투자 심리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위기 상황에서는 취약그룹을 보호하는 게 우선이다. 지금 가장 어려움을 겪는 그룹은 지방에서 상경한 청년이다. 20대 자산 축적에 가장 큰 요인은 부모다. 서울에 집이 있고 함께 생활할 부모가 있으면 소득은 그대로 자산이 된다. 만일 부모가 서울에 없다면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는 데 대부분의 소득을 써야 한다. 청년주택 확대 등을 통해 이들을 지원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지킨 돈은 자본시장에 적립식으로 넣어야 한다. 이는 부모 지원 여부로 갈린 격차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답이기도 하다. 핵심 기준은 하나다. 40년 후까지 우상향할 수 있는가. 지금 20대 청년이 은퇴할 시점까지 자산을 안정적으로 불려 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ISA·IRP 같은 절세 계좌를 활용해서 워런 버핏의 조언대로 미국 S&P500에 투자하는 게 현실적이다. 기업가치를 보며 정기적으로 500개 기업 구성을 교체해서 망할 가능성이 없다. 수익률도 좋다. 지난 10년 누적 수익률은 같은 기간 미국 주택가격 상승률의 2.4배에 달했다. 물론 앞으로 한국 증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도록 탈바꿈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의 인위적 부양을 위한 연기금 활용, 소수 종목 쏠림과 단기 투기 중심 구조, 낮은 주주환원 관행을 바꾸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더 이상 부동산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유동성과 지방 일자리 문제를 함께 다루는 거시경제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지방 활성화다. 서울로 오지 않아도 청년들이 지방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보다 소득이 낮더라도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이 줄면 실질적인 자산 축적에는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하는 확장재정 정책을 멈춰야 한다. 지금 한국의 문제는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너무 많다는 것이다. 풀린 돈은 결국 가장 안전하고 수익이 좋다고 여겨지는 서울 부동산으로 몰린다. 지방 활성화는 재정 지원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금리 인상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영업자 파산은 회생 절차를 활성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충격을 줄여야 한다. 늦을수록 고통은 더 커진다. 시중에 자금이 많으면 그 수익은 대부분 부자에게 간다. 유동성을 줄이는 것이 결국 부동산 양극화를 완화하는 가장 근본적인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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