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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데드크로스가 울린 경고등
 
2026-06-30 16:52:04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치에서 선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진정한 승패는 투표함이 닫히는 순간이 아니라 그 이후 형성되는 민심의 흐름에서 결정된다.

최근 지방선거 이후 민심이 집권 세력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높아지는 이른바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하고,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야당의 정당 지지도가 집권 여당을 앞서는 현상이 나타났다.

에너지신문·리얼미터 6월 3주 조사(15~19일)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취임 후 처음으로 부정 평가(49.7%)가 긍정 평가(46.7%)를 앞섰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내려온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젊은 세대의 민심이다. 18~29세와 30대에서 부정 평가는 각각 65.2%와 60.2%였다. 반면 긍정 평가는 각각 30.6%와 34.4%에 불과했다.

리얼미터는 “선거 관리 부실 사태로 촉발된 책임론 확산과 여당 내 당권 갈등이 정국 전반의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유럽 순방 성과와 코스피 9000선 돌파 등 일부 긍정 요인에도 불구하고 자산시장 양극화 우려가 부각되며 중도층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지 이탈이 나타나 하락세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정당 지지도 조사(18~19일)에선 국민의힘(42.3%)이 민주당(40.1%)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이런 조사 결과들은 단순한 수치의 변화가 아니라 국민이 정부에 보내는 중요한 정치적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 정치학에서는 이를 ‘허니문(honeymoon)의 종료’라고 부른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국민은 일정 기간 기대와 희망을 바탕으로 국정 운영을 지켜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평가는 약속이 아니라 성과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경제는 나아졌는가, 국민통합은 이루어졌는가, 국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가가 핵심 평가 기준이 된다. 데드크로스는 국민이 더 이상 기대가 아니라 성과를 중심으로 정부를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야당인 국민의힘의 지지도가 오히려 여당을 앞서는 역설적인 현상이다. 이는 정치학에서 말하는 균형 투표(Balancing) 또는 견제 심리로 설명할 수 있다. 유권자는 어느 한 세력이 과도한 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경계하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과 국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일정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여기에 경제 불안, 민생 부담, 정책 피로감이 더해지면 야당은 ‘대안 세력’으로 다시 평가받을 기회를 얻게 된다.

또 다른 설명은 경제 투표 이론(Economic Voting Theory)이다.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경제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집권 세력에 묻는 경향이 강하다. 생활물가 상승, 고용 불안, 부동산 문제, 경기 둔화에 대한 체감이 커질수록 정부에 대한 평가는 엄격해진다. 야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서라기보다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선택으로 야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감정 정치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읽힌다. 정치학자 조지 마커스는 유권자의 감정이 정치적 선택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선거 직후 국민을 지배했던 감정이 희망과 기대였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실망과 불안으로 바뀔 경우 정치적 지형도는 급속히 달라질 수 있다.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실망은 분노보다 더 강력한 정치적 에너지가 된다. 특히 중도층이 “조금 더 지켜보자”에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로 인식을 바꾸기 시작하면 대통령 지지율은 빠르게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중도층의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49.1%)가 긍정 평가(47.5%)를 앞선 것을 잘 지켜봐야 한다.

그렇다면 집권 세력은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첫째, 국민은 더 이상 명분보다 결과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정책의 방향보다 정책의 성과가 평가의 기준이 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셋째, 대통령과 여당이 동일한 정치적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결국 여당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넷째, 중도층의 이탈은 단순한 지지율 하락이 아니라 향후 총선과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구조적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

특히 대통령 지지도 데드크로스와 야당의 정당 지지도 우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국정 운영 방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경고등’으로 읽어야 한다. 역사적으로도 이러한 신호를 가볍게 여긴 정부는 국정 동력을 빠르게 상실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반대로 이를 민심의 경고로 받아들이고 인사 쇄신, 정책 조정, 국민과의 소통 강화에 나선 정부는 지지율을 회복한 사례도 있다.

최근의 민심 변화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정치 질서의 출발점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민주주의에서 민심은 한 번의 선거 결과로 고정되지 않는다. 유권자는 끊임없이 정부를 평가하고 수정하며 견제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지방선거의 승패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 민심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읽어내는 능력이다. 데드크로스와 야당 지지도 상승이 동시에 나타났다면, 이는 국민이 집권 세력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한 경고이자 국정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라는 요구일 가능성이 크다.

정치는 권력을 얻는 기술이 아니라 민심의 변화를 읽고 이에 책임 있게 응답하는 과정이다. 그 경고를 얼마나 겸허하게 받아들이느냐가 앞으로의 국정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오늘날 20~30대는 단순한 유권자 집단이 아니다. 향후 노동시장과 소비시장을 이끌 핵심 세대다. 이들은 과거의 이념 대립보다 주거, 일자리, 자산 형성, 인공지능 시대의 기회와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치권이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정치 지형뿐 아니라 소비시장과 산업 구조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산업정책의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인공지능 3대 강국을 국가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AI,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첨단 제조업 분야에 대한 국가 지원은 앞으로도 중요한 정책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책의 성공 여부는 정치적 안정성과 국민적 신뢰에 달려 있다. 여당이 돌이킬 수 없는 분열에 빠지거나, 책임과 포용을 멀리하면 이것은 물 건너간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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