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반도체산업은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다. 경제사학자 크리스 밀러의 ‘칩 워’(Chip War)가 보여주듯 반도체는 국가 경제안보의 핵심 산업이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지원법을 제정해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첨단 반도체 생산 기반 확보에 국가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가져온 성과 활용과 관련, 고용노동부는 반도체 초과이익의 사회적 공유와 협력업체 이익 공유를 위한 사회연대임금 논의를 제기한다. 반면, 산업통상부는 생산적 재투자와 미래 성장동력 확충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국부펀드와 미래대응기금 등 다양한 활용 방안도 거론된다. 최근에는 초과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간 논의의 핵심은 반도체 초과이익을 현재의 소비와 분배에 사용할 것인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에 활용할 것인지에 있다.
그러나 초과이익 공유 논의에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논의의 출발점인 ‘초과이익’ 개념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 예컨대, 카를 마르크스는 사회 전체 평균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초과이윤으로 해석한 반면, 조지프 슘페터는 이를 생산성 향상과 혁신 그리고 위험 감수에 대한 보상으로 봤다. 반도체산업처럼 대규모 선행 투자와 장기간의 연구개발(R&D)이 필요한 산업에서는 초과이익 측정이 쉽지 않으며, 설령 이를 측정하더라도 상당 부분은 기술 혁신과 위험 감수에 대한 보상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반도체산업에 저리 대출과 세제 지원, 인프라를 제공한 만큼 초과이익도 사회적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 지원을 이유로 초과이익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다면 실패한 투자에 대한 손실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성공만 공유하고 실패의 위험은 민간에 남겨두는 방식은 시장경제의 위험·보상 원칙에 맞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외국인 지분율이 절반 안팎인 글로벌 기업이다. 초과이익 공유를 제도화한다면 해외투자가들은 한국 주식을 매도하거나 직접투자를 축소할 수 있으며 이는 주가 급락과 환율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웨덴의 사회연대임금을 초과이익 공유 정책으로 해석하는 것은 사회연대임금의 본래 취지를 왜곡한 것이다. 스웨덴의 사회연대임금은 연대임금 기준을 제시하되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구조조정하거나 퇴출하고, 노동자는 고생산성 기업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며, 정부는 직업 훈련과 재취업 지원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스웨덴의 사회연대임금 체계는 생산성 향상과 노동 이동 촉진에는 기여했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식의 인재 집중형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반도체산업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출발해 일본·한국·대만으로 확산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통 제조업 중심의 유럽식 사회연대임금·산별교섭 논리를 첨단 반도체산업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산업의 역사와 경쟁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다. 첨단기술 산업은 투자와 혁신이 유지되는 환경에서 성장한다.
기업의 초과이익과 국가의 초과세수는 다른 문제다. 핵심은 기업의 초과이익 사후적 재분배가 아니라, 반도체산업 성장으로 확보된 세수의 미래 경쟁력 재투자에 있다. 반도체 호황이 창출한 재원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국가 전력망 및 송배전망, 소형모듈원전(SMR) 연계 전력 인프라 등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정치권은 호남 반도체 공장 유치와 같이 입지부터 얘기하지만, 기업은 전력·용수·인재·협력사 생태계를 먼저 본다. 반도체 기업은 인프라가 따라오지 않고 인프라를 따라간다. 기업 유치 후 인프라 구축 방식으로는 첨단산업 육성이 어렵다.
초격차 경쟁력이란 높은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경쟁국이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운 기술과 인재 및 데이터 그리고 인프라를 축적한 상태를 의미한다. AI 반도체 시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은 분배가 아니라 혁신과 투자이며, 궁극적으로는 산업 생태계의 초격차 경쟁력의 축적에 있다.
번호 |
제목 |
날짜 |
|---|---|---|
| 2726 | [문화일보] 초과이익보다 ‘초격차’에 집중할 때![]() |
26-06-23 |
| 2725 | [조세일보] 부동산 문제, 결국은 공급으로 풀어야 한다 | 26-06-19 |
| 2724 | [한국경제] 중국 '은발경제'의 명암…한국기업 공략처는? | 26-06-19 |
| 2723 | [아시아투데이] ‘안녕이라고 했어’ | 26-06-16 |
| 2722 | [이데일리] 하나의 시계로 잴 수 없는 노동시간 | 26-06-16 |
| 2721 | [매일신문] 깨진 유리창과 무너지는 신뢰 | 26-06-16 |
| 2720 | [머니투데이] 정년 연장, 숫자 말고 구조를 설계하라 | 26-06-10 |
| 2719 | [중앙일보] ‘전세 절벽’이 출산 기피로 가지 않게 하려면 | 26-06-02 |
| 2718 | [한국경제] 올해 중국 소비는 살아날 수 있을까 | 26-05-27 |
| 2717 | [문화일보] 가계빚 2000조, 금융 넘어 성장 발목 | 26-05-26 |
| 2716 | [문화일보] 노봉법·성과급 ‘교차효과’ 심각하다 | 26-05-26 |
| 2715 | [문화일보] 성과급 리스크 화근도 노봉법에 있다 | 26-05-22 |
| 2714 | [매일신문] 이념의 벽을 넘은 '불안의 정치화' | 26-05-20 |
| 2713 | [아시아투데이] 주식 온기보다 부동산 냉기가 무서운 이유 | 26-05-15 |
| 2712 | [이데일리] 기업별 교섭의 명암 | 26-05-13 |
| 2711 | [파이낸셜투데이] 선거는 ‘관전’이 아니라 ‘판단’이다 | 26-05-08 |
| 2710 | [라이센스뉴스] 원화 약세는 한국 경제의 민낯 | 26-05-06 |
| 2709 | [아시아투데이] 통일부의 존재 이유, “그것은 통일” | 26-05-06 |
| 2708 | [서울신문] 집단소송법, 헌법적 한계 지켜야 | 26-05-04 |
| 2707 | [한국경제] 중동발 에너지 쇼크와 중국의 신에너지 산업 | 26-05-0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