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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일보] 부동산 문제, 결국은 공급으로 풀어야 한다
 
2026-06-19 15:37:47
◆ 오문성 경희대학교 객원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조세재정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오래되고도 풀기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특히 주거용 부동산, 그중에서도 아파트 가격의 지나친 상승은 서민과 중산층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집값이 근로소득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르면 사람들은 성실하게 일해서 자산을 형성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잃게 된다. 근로의욕은 약해지고, 자산 형성의 통로가 노동이 아니라 부동산 투자에만 있는 것처럼 인식된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조세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양도소득세다. 부동산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종합소득 기본세율을 출발점으로 하되, 보유기간, 주택 수, 조정대상지역 해당 여부 등에 따라 별도의 중과세율을 적용해 왔다. 그러나 조세정책의 반복적 개입에도 불구하고 서울·수도권 주택은 장기간 높은 자본이득을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 자산으로 인식되어 왔다.

세금을 강화하면 일시적으로 거래가 줄고 시장이 위축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주택가격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도한 양도소득세는 매도자가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 않게 만드는 '거래 잠김 현상'을 일으킨다. 팔면 세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보유를 계속 선택하게 되고, 그 결과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줄어든다.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되기보다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논리로 보면 어떤 자산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공급이 늘어나고,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다시 안정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부동산, 특히 주택시장은 일반 상품시장과 다르다.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단기간에 공급을 급격히 늘릴 수 없다. 토지 확보, 인허가, 금융 조달, 건설 기간, 기반시설 정비 등 여러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요가 급증하거나 특정 지역에 선호가 집중되면 공급이 즉시 반응하지 못하고 가격 상승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그렇다고 공급 확대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근본적인 해법은 필요한 지역에 필요한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데 있다. 문제는 어디에 공급하느냐이다. 인구가 감소하고 주택 수요가 줄어드는 지역에 무작정 주택을 공급하면 미분양만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일자리, 교육, 교통, 의료, 문화시설이 집중된 지역에서는 여전히 주택 수요가 강하다. 국민들이 실제로 살고 싶어 하는 곳, 출퇴근과 생활이 가능한 곳에 주택이 공급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서울과 수도권, 그중에서도 일자리와 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도심 및 주요 생활권의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공급 확대 정책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 문제는 이러한 지역일수록 공급 가능한 토지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결국 신규 택지 개발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재건축·재개발, 역세권 복합개발, 유휴부지 활용, 용적률 조정 등을 통해 기존 도시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는 단순히 건물을 높게 짓는 문제가 아니라, 교통·학교·의료·공원·상하수도 등 도시 인프라를 함께 확충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부동산 세제 역시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논의되는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도 제도의 본래 취지와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함께 보아야 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이름처럼 장기간 보유한 자산에 대해 일정한 세제상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부동산 양도차익은 오랜 기간 누적된 가치 상승분이 양도 시점에 한꺼번에 실현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양도 시점의 소득으로만 보아 일시에 과세하면 세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는 '누적효과'가 발생한다. 퇴직소득을 과세할 때 연분연승법을 적용하는 것과 유사한 문제의식이 여기에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1989년 장기보유자의 과도한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나, 이후 부동산 가격 안정정책과 결합하면서 단순한 세 부담 조정 장치를 넘어 부동산 보유 형태를 조정하는 정책수단으로도 기능하게 되었다.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한때 10년 이상 보유 시 최대 80%까지 공제를 인정했지만, 다주택자나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서는 시기와 정책 방향에 따라 공제가 제한되거나 배제되었다.

특히 2021년 이후에는 1세대 1주택자라 하더라도 양도가액이 12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의 경우,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을 각각 최대 40%씩 나누어 반영하는 구조가 도입되었다. 최근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폐지하거나 실거주 중심으로만 재설계해야 한다는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실수요자 보호라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보유특별공제의 본래 취지가 장기간 누적된 양도차익에 대한 세 부담 조정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주 요건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방식이 우리나라 주택 현실과 반드시 잘 맞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직장 근무지 변경, 자녀 교육, 부모 부양, 임대차 사정 등 피치 못할 사유로 인해 소유자가 장기간 보유한 주택에 계속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는 과정은 매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은 순수하게 저축한 돈만으로 집을 사지 못한다.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근로소득을 모아가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는 전세를 끼고 주택을 우선 구입(갭투자)하거나 금융기관 대출을 최대한 활용한 뒤,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거나 대출을 줄여가며 수년 뒤 비로소 자신이 취득한 집에 입주하는 주거 사다리를 밟는다.

이런 현실에서 단순히 "보유는 했지만 거주하지 않았으니 혜택을 줄인다"는 식의 접근은 지나치게 형식적일 수 있다. 장기간 보유하면서도 실제 거주하지 못한 것은 거주를 회피한 투기적 목적이 아니라, 자산 형성 과정의 경제적 사정이나 제도적 환경으로 인한 '시간차'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를 세금만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한계가 명확하다. 양도소득세를 높이면 매물이 줄어들고, 보유세를 급격히 높이면 고정소득이 부족한 고령자나 1주택 실수요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세금은 필요하지만, 부동산 정책의 보조수단이어야 한다. 세금으로 시장을 억누르는 방식은 단기적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시장 상황을 왜곡시킨다.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결국 공급, 거주 인프라, 세제의 균형이다.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는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인허가 절차를 합리화하고, 재건축·재개발이 필요한 곳에서는 안전과 공공성을 확보하면서도 지나친 규제로 공급이 막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지방의 인구 감소 지역에는 무리한 공급 확대보다 지역 산업, 일자리 등 생활 인프라를 함께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 부동산 문제는 단순히 집의 숫자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어디에서 일하고, 배우고, 생활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제는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되, 실수요자와 장기보유자를 과도하게 압박하지 않는 방향이어야 한다. 특히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장기간 누적된 양도차익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본연의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거주 요건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자산 마련의 현실을 외면한 채 보유의 의미를 지나치게 축소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단순하지 않다. 세금으로만 누르려 하지 말고, 필요한 곳에 충분히 공급하며,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시장의 숨통을 막는 정책이 아니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공급정책, 거주 인프라, 금융정책, 세제정책이 맞추어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주거 안정에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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