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2000조 원에 육박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제약하는 핵심 위험요인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6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즉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한 잔액은 1993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1979조1000억 원보다 14조 원 늘어난 규모로, 가계부채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킨다. 국제결제은행(BIS)의 가장 최근 통계인 2025년 9월 30일 기준으로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9.4%에 달해, 조사 대상 44개국 중 6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가계대출의 세부 구성에서도 우려할 만한 흐름이 확인된다. 1분기 12조9000억 원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주택 관련 대출 증가분이 8조1000억 원을 차지했다. 대출 기관별로 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2000억 원 줄었으나, 이는 지난해 이후 정부가 추진해 온 전방위적 가계대출 억제 정책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수요가 비은행예금취급기관과 기타 금융기관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로 인해 비은행권 대출 확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에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금리 수준과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득 증가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확대된 부채가 지금까지 누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을 추진해 왔는데도 주택 관련 대출이 여전히 가계대출 증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부채 증가 압력이 다시 확대될 수 있으며,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계부채 증가는 단순한 금융시장 안정성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과도한 부채는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키워 소비 여력을 위축시키고, 이는 내수 회복을 제약하는 동시에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금리 상승이나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지면서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가계부채는 일시적 경기 대응 차원을 넘어 우리 경제가 계속 관리해야 할 구조적 위험 요인이다.
당분간은 기존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인 총량규제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지속적 운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는 실제 자금 수요가 있는 중·저신용자의 대출 기회를 제한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아울러 최근의 ‘영끌’이나 ‘빚투’와 같은 차입에 의한 투자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열된 주식시장과 여전히 불안정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정책도 매우 시급하다. 한국은행의 ‘2026년 1분기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잠정)’를 봐도, 주택 수요가 가장 높은 30·40대의 신규 대출 비중이 59.6%에 이른다.
더 근본적으로는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물가 안정을 통해 실질적인 가계소득을 높이고 상환 능력을 개선하는 정책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다. 가계부채 문제는 대출 총량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근원적인 해결이 어렵다. 안정적인 소득 기반이 마련이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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