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타결된 삼성전자 성과급 문제의 근원에는 잘못된 법률이 똬리를 틀고 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2025년 개정 노동조합법(노조법)이 그것이다. 이 법 제2조 제5호는 ‘노동쟁의’를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라 규정한다.
이 규정을 근거로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은 사실상 노동의 대가로서 조합원들의 실질적인 소득과 직결되는 핵심적인 ‘근로조건’이며, 성과급의 지급 및 제도화 등은 노사 간 단체교섭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 ‘교섭 및 쟁의 대상’이라고 주장해 왔다. 성과급의 배분은 회사법적 자본 배분의 영역이며, 노조법상 ‘근로조건의 결정’ 사항이 아닌데도 이런 해석이 가능하게 돼 있는 너무나 허술한 현행 노조법 때문이다. 노조법의 전면 재개정이 불가피하다.
기업은 주주·근로자·채권자·소비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집합체다.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주주로서, 주주는 영업의 결과 남는 것이 있을 때만 이익에 참여할 수 있는 ‘잔여청구권자’다. 회사가 망하면 주주는 아무것도 못 받는 대신, 잔여이익에 대한 처분권만은 보장된다. 주주의 잔여청구권을 보호하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성립할 수 없다. 반면, 이해관계자로서의 근로자는 임금채권자다. 채권자는 회사가 파산하지 않는 한 우선보호를 받는다. 고정된 임금채권자인 근로자가 주주에게 주어지는 잔여이익에 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주식회사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 노조의 성과급 참여 요구는 채권자가 자신들의 지위를 투자자로 혼동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업이 큰 성과를 냈는데, 근로자는 배제하고 주주들만의 돈잔치를 해야 옳다는 건 아니다. 수많은 관계자 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기관이 이사회이고, 기업은 이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사회가 잔여이익의 용처를 설계하고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 근로자들에게도 일정한 배분을 하는 것은 권장된다. 다만, 근로자가 성과급을 노동쟁의의 대상으로 보고 파업하는 것은 더는 용인돼선 안 된다. 주주들이 분노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이미 주주단체들은 삼성 경영진의 배임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이 같은 주장은 일리는 있지만, 법원에서 인용되긴 어렵다. 경영진이 공장 셧다운이라는 미증유의 임박한 비상사태를 당해 최선의 경영 판단을 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노사 합의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능력주의와 성과주의 원칙을 무너뜨렸다. 동일 노동, 다른 보상의 결과를 낳았다. 개인의 능력이나 성과가 아닌, 전적으로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시황과 사업부 배치’라는 외적 요인에 의해 성과급 규모가 결정된 탓이다. 동료들을 철저히 계급으로 나눠 단일 기업으로서의 연대감을 무너뜨렸고, 각자도생의 이기주의를 퍼뜨렸다. 산업계 전체로 번질 ‘성과급 인플레이션’, 원청의 막대한 성과급 잔치를 바라보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노동 시장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켰다.
이번에 타결된 합의안은 일회성일 뿐이며, 지속가능하지 않다. 국회는 노조법을 전면 재개정해야 하고, 기업들은 서둘러 근로자 보상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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