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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통일부의 존재 이유, “그것은 통일”
 
2026-05-06 09:05:27
◆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이 기고한 칼럼입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스스로 통일부의 존재 이유를 기피·거부하는 듯한 언행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장관 언행의 문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국가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반(反)헌법적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정 장관은 "통일이라는 이야기는 굉장히 폭력적"이라는 발언으로 '통일' 자체를 기피·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발언이 역대 정부에서 꾸준히 지향해 온 통일을 폭력적으로 규정한 것도 문제지만 '통일부 2030 청년자문단 발대식' 행사에서 한 발언이어서 더 충격적이다. 통일부 장관은 통일에 무감각한 2030 미래 세대 앞에서 민족의 염원인 통일의 꿈을 심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정 장관은 "현재 통일은 현실적 개념이 아니라 이상적 개념"이며, "통일을 외칠수록 통일에서 멀어진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통일부의 존재 이유를 부정했기 때문에 비판받는다.

우리 헌법 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수행할 것을 엄명하고 있고, 이 책무 수행을 위한 정부 조직이 통일부다. 정부조직법이 통일부에 부여한 책무는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사무' 관장이다. 따라서 '통일은 폭력적'이라는 장관의 발언은 헌법과 법률 위배다. 이런 통일부 장관의 반(反)헌법적 반(反)통일적 발언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정 장관의 통일 기피·거부 발언은 2026년 통일부 시무식에서 북한의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을 처음 호칭한 후 국회, 학술세미나 기조연설 등에서 '조선'의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조선'이라는 호칭의 정당성 부여와 공론화의 동력을 얻기 위해 통일부는 '평화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 북한인가, 조선인가'라는 세미나도 후원했다.

호칭 변경의 문제는 단순히 호칭 변경에 국한되지 않는다. 호칭은 용어로 언어생활의 핵심적 구성요소다. 호칭은 언어가 된다는 점에서 호칭 선택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인 동시에 사유와 인식의 도구다. 그래서 언어가 생활에서 사용되는 용어들과 그 용어들의 의미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물 인식과 사상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 즉 호칭의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호칭 변경이 가져올 파장을 고려하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통일부 장관이 선택한 북한에 대한 '조선'이라는 호칭, '남북 관계를 한·조(한국과 조선)관계'로의 표현, '통일은 폭력적'이라는 언급은 명백히 잘못 선택된 호칭이자 언어다.

현재 정 장관은 통일부 장관으로 두 번째 재임 중이다. 2005년 장관으로 첫 재임 시에서는 민족공동체(=통일)를 강조하면서 통일에 앞장섰고, 2008년 통일부 폐지 방안 검토 당시 '헌법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대한 거부'라면서 개인 명의의 비판 성명도 냈다. 이때만 해도 정 장관은 누구보다 통일에 진심이었고 앞장서 통일을 주장했다. 그러나 2025년 통일부 장관으로 다시 취임 이후 '통일은 어렵다', '북한 호칭 변경', '평화적 두 국가론' 도입 등의 통일 기피·거부 발언을 하고 있다. 지금은 통일 기피·거부론자가 되었다. 이렇게 입장이 180도 바뀐 것에 대해 심한 의구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2005년 북한은 '우리민족끼리'라며 통일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2023년 북한 김정은은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한국은 '같은 민족'도 아니고 통일의 대상도 아니라고 했다. 정 장관의 통일 관련 발언과 북한의 통일 관련 주장이 일치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해야 할 것인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지나친 우연 같아 보인다. 그래서 북한이 하자는 대로 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 같다.

사실 북한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기한 배경은 양면적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우선 김정은이 통일을 거부하는 요인은 외부 정보 투입으로 북한 주민이 정권의 폭압성을 인식하고 한국의 발전상을 부지불식간에 인식하면서 통일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절감하게 됐다. 따라서 김정은의 두 국가론은 북한 주민들이 통일 기대심리를 원천 봉쇄하려는 것이다. 또한 김정은의 언행을 보면 두 국가론은 진정으로 통일을 포기한 정책이 아니라 '핵을 앞세워 적화흡수통일'의 기회를 포착하려는 전략적 후퇴의 저의를 직시해야 한다.

한편 우리가 통일을 기피·거부하는 행태는 북한 주민을 폭압적 체제에 방치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평화적 두 국가론'으로 치환해서 두 국가론에 호응하는 모습은 잘못이다. 왜냐하면 '두 국가론'의 본질은 북한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에 동참하는 것이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저버리는 행태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 장관의 언급처럼 '통일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즉 통일을 기피·거부하는 것이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이 통일부에 부여한 책무는 통일의 이상을 현실로 바꾸어 통일을 실현할 것인가다. 책무의 첫걸음은 우리는 통일할 의지·결기를 다져 통일의 기회를 만들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대북 정보 활성화로 북한 주민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의 귀중함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이 책무 완성이 바로 평화통일의 첫발이다. 정부의 적극적 통일 현실 구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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