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문화일보] ‘소송 지옥’ 현실화 부르는 사법 3법
 
2026-03-16 16:39:27
◆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AI·미디어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개정·시행된 사법개편 3법이 예상대로 매우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사법 3법이란, ‘법왜곡죄재판소원제’(4심제) 대법관 증원제를 말한다. 이 중 법왜곡죄와 재판소원, 4심제 도입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

 

먼저, 법왜곡죄는 경찰·검찰·법관 등이 명백히 법을 왜곡해 수사·기소·판결을 할 경우 형사처벌하겠다는 취지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책임성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찰·검사·법관의 수사·기소·판결을 사후에 왜곡이라고 단정하는 기준이 모호하다. 만약 수사·기소·판결을 한 사람들을 마음껏 형사고소·고발할 수 있다면 이들이 실제로 느낄 압박과 위축효과가 심각할 것이다. 수사·기소·판결을 하면서 자신이 형사고소·고발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소신껏 수사하고 판결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이 권력실세 등 명사(名士)라면 결국 경찰·검사·법관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수사하고 판결하는 사법 포퓰리즘이 만연할 위험도 있다. 벌써 경찰에 법왜곡죄 전담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일선 경찰에서부터 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재판소원, 4심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위험성이 훨씬 크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3심제(1-2-대법원), 대법원이 최종심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대법원 판결에 불복한 국민이 헌재에 다시 한 번 재판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좋은 소송보다 나쁜 합의가 낫다는 서양 속담대로 국민이 신속·공정하게 재판받을 수 있어야 진정한 정의가 실현된다.

 

그런데 4심제는 표면적으로는 국민의 권리 구제 확대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끝없는 소송의 무한반복의 문을 연 셈이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시간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경제적·사회적 자원이 충분한 이들은 유리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소송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서민들은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 사회가 그토록 극복하려 애써온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악순환이 더 공고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사법 신뢰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판결이 확정된 이후 또 다른 심급에서 뒤집힐 수 있다는 불신이 팽배하면 법원의 권위는 땅에 떨어진다. 국민은 정의가 아니라 자원’, 에 의해 판결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냉소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법부의 독립성과 신속한 재판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재판소원의 대상을 최소화해서 재판 장기화로 인한 무권·무전국민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

 

수사기관과 사법부 등의 오판이나 권한 남용을 견제할 장치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 해법이 경찰·검사·법관을 형사처벌로 위협하거나, 무한정 소송을 허용하는 방식이어선 곤란하다. 오히려 이들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수사·재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법은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최후의 보루다. 법왜곡죄와 4심제 도입이 진정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그 부작용과 역효과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 정의의 저울이 돈과 권력에 흔들리지 않도록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칼럼 원문은 아래 [원문 보기]를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목록  
번호
제목
날짜
2685 [문화일보] ‘소송 지옥’ 현실화 부르는 사법 3법 26-03-16
2684 [매일경제] 노란봉투법 후폭풍 '노사갈등' 26-03-13
2683 [펜앤마이크] 에픽 퓨리: 첨단 정보전의 실험실된 이란 26-03-11
2682 [파이낸셜투데이] 한국 보수 위기의 본질 26-03-09
2681 [아시아투데이] 근본악을 부추기는 北 9차 당대회 26-03-04
2680 [문화일보] 트럼프 “힘 통한 평화”와 한미 엇박자 26-03-04
2679 [문화일보] 중동 사태 넘을 총체적·선제적 대응책 26-03-04
2678 [머니투데이] 노란봉투법, 격차 해소라는 착각 26-03-04
2677 [문화일보] 반도체산업 ‘분배 압박’ 위험하다 26-02-26
2676 [펜앤마이크] 선거관리로 몸살 앓는 국제사회 26-02-23
2675 [아시아투데이] 정의로운 분노 없이 사랑만으로는 사회를 지킬 수 없다 26-02-20
2674 [파이낸셜투데이]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6-02-19
2673 [문화일보] 헌법 뭉개고 ‘소송 지옥’ 키울 4심제 26-02-13
2672 [문화일보] 핵 잠재력 확보 발판 삼아야 할 美 NDS 26-02-02
2671 [한국경제] 미·중 신패권 경쟁과 한국의 선택 26-01-29
2670 [문화일보] ‘성장’ 제1 과제는 노동 기득권 개혁 26-01-27
2669 [매일신문] '용기 있는 절제'가 '이기는 변화'의 시작이다 26-01-26
2668 [데일리안] 이재명 정부, 북핵의 현실성 인정에는 대비책 강화가 후속되어야 26-01-22
2667 [문화일보] 21세기형 노동 도외시한 ‘일 기본법’ 26-01-22
2666 [문화일보] K-메모리 내우외환과 정치권 무책임 26-01-21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