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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6-02-19 14:16:22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100여 일 앞둔 시점에서 맞은 설 연휴가 끝났다. 한국 정치에서 설 명절은 정치권에겐 일종의 ‘민심 기압계’다. 여론조사 수치는 파도처럼 출렁이지만, 설 이후 형성되는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 기압처럼 천천히 방향을 만든다. 이번 설 밥상에서 오간 정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분노였는가, 피로였는가, 체념이었는가. 이 감정 지형이 100일 뒤 투표함의 색을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설 연휴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4대 민심 지표’(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 정당 지지도, 지방선거 전망, 정부의 부동산 정책 효과)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첫째,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60%대로 높았다. KBS·케이스탯리서치 조사(2월 10일12일)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65%,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27%로, 한 달 전 조사와 비교해 긍정 평가가 6%p 늘었고 부정 평가는 4%p 줄었다. 긍정 평가 이유로는 절반 이상이 경제·민생 정책을 꼽았고, 국민·언론과의 소통이 뒤를 이었다. 부정 평가 이유 역시 경제·민생이 가장 높았는데, 한미일 관계, 관세 같은 외교·통상 정책 때문이란 응답도 20%를 넘었다. 한국갤럽 조사(2월 10일12일)에서도 이 대통령 긍정 평가는 63%, 부정 평가는 26%로, 직전 조사(2월 1주차) 대비 긍정 평가는 5%p 올랐고 부정 평가는 3%p 내렸다.

둘째, 민주당 지지도는 국민의힘보다 두 배 넘게 앞섰다. KBS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44%, 국민의힘 21%로 한 달 전 조사와 큰 변화가 없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민주당 44%, 국민의힘 22%였다. 전주 조사보다 민주당은 3%p 올랐고 국민의힘은 3%p 하락했다. 놀라운 것은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도가 각각 32%로 같았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지난주 대비 13%p 하락했고, 민주당은 11%p 상승한 결과다.

셋째, 지방선거 전망에 대해 ‘국정 안정론’이 ‘정부 견제론’을 압도했다. KBS 조사 결과, 2022년 지방선거 때보다 여당이 선전할 것이란 응답이 65%로, 야당이 선전할 것이란 응답(20%)보다 40%p 이상 높았다. 이번 선거에 대한 인식에서도 ‘국정 동력 뒷받침’이 55%로 ‘정부 견제론’ 34%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각종 선거에서 과거 진보 정부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KBS 조사에서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는지 물은 결과, 51%는 효과 있을 것이라 답해 효과 없을 것이란 의견(41%)보다 10%p 많았다. 정부가 예고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도 65%가 ‘잘한 조치’라고 평가한 반면, ‘잘못한 조치’는 25%에 불과했다.

이런 암울한 여론 추이 속에서 국민의힘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서울과 부산을 포함해 14곳을 휩쓸었던 ‘2018 어게인 악몽’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은 100일 동안 예기치 않은 이슈가 민심의 판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상되는 핵심 이슈는 사법 개혁안, 행정 통합, 선거 연대, 부동산 정책 등이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재판소원(4심제), 대법관 증원, 법 왜곡죄’ 등 이재명 대통령 방탄용 사법 개혁안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처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법 개혁 논쟁이 헌정 질서 훼손 또는 대통령 방탄 이슈로 인식될 경우, 지방선거는 더 이상 지역 행정 평가 선거가 아니다. 선거 이론에서 보면, 이런 상황은 ‘의제 전환 효과’를 낳는다. 평소 지방선거는 지역 공약과 후보 역량이 중심이 되지만, 체제 논란이 커지면 유권자의 판단 기준이 달라진다. “이 후보가 우리 동네를 잘 이끌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권력 남용을 견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대체된다. 즉, 정책 평가 선거가 체제 방어 선거로 전환된다. 감정 정치도 급격히 작동한다. 헌정 질서 논란은 분노와 공포를 동시에 자극한다. 권력 사유화로 인식되면 분노가 확산되고, 제도 불안으로 해석되면 공포가 동원된다.

행정 통합, 선거 연대, 부동산 정책처럼 굵직한 이슈는 단순한 정책 선택을 넘어 유권자의 삶의 위치와 미래 기대를 건드린다. 이 세 가지는 각각 다른 층위에서 작동하지만, 결국 ‘인지→감정→정체성→투표 행동’이라는 동일한 경로를 따라 표심을 움직인다. 세 이슈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 유권자의 ‘나의 위치’와 ‘미래 가능성’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행정 통합은 공동체 소속감, 선거 연대는 정치적 신뢰, 부동산은 계층 이동 가능성을 건드린다. 이때 유권자는 단순한 정책 수혜자가 아니라 정체성을 가진 행위자로 반응한다. 감정이 먼저 형성되고, 그 감정이 정체성을 자극하며, 최종적으로 투표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당이 우위를 차지하느냐가 마지막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이번 지방선거 승패 기준은 서울시장 선거라는 것에 이의가 없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자신의 정치 생명이 달렸다”고 밝힐 정도다. SBS·입소스가 설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2월 11일~13일) 결과, 여야를 합친 서울시장 선호도에서 오세훈 23%, 정원오 19%, 나경원 9%, 조국 7%, 박주민 6%, 안철수 5%, 서영교 3%, 신동욱 2% 등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장 가상 양자 대결에서 여야 유력 후보인 민주당 정원오 구청장이 38%, 국민의힘 오세훈 시장이 36%로 두 사람의 지지율은 오차 범위 안에 있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선거에서 스윙보터 역할을 하고 있는 2030 세대의 표심이다. 20대 이하 연령층에서 오세훈이 42%로 정원오(22%)를 20%p 앞섰다. 30대에서는 오세훈이 39%로 정원오(36%)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한국갤럽 2월 1주 조사(3~5일)에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전체적으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 44%,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 32%로 그 격차가 12%p였다. 그런데 서울 지역에선 오히려 ‘야당 후보 다수 당선’이 42%로 ‘여당 후보 다수 당선’(40%)보다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이런 조사 결과들이 갖는 함의는 현재의 여론 지표상 국민의힘이 절대적으로 열세지만 인물 경쟁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전문성과 새로움을 갖춘 인물을 공천하면 선거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은 ‘어지민’(어차피 지방선거는 민주당)으로 자만하지 말고 명·청 갈등에서 조속히 벗어나야 한다. 국민의힘도 내분을 빨리 접고 이기는 선거를 위한 담대한 변화에 나서야 한다. 그 시작은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1심 선고 이후 국민의힘 당 지도부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조속히 정리하고 ‘반이재명 전선’을 꾸려 지방선거 대비 체제에 돌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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