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저(低)성장·고(高)환율·고인플레이션의 만성질환을 앓게 됐으면서도 경제 체질을 개선하려 하기보다는 과도한 유동성과 재정이란 마취제를 뿌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부추겨 왔다. 게다가 정치와 노동 입법은 경제의 만성질환을 중병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정치는 표(票) 관리에만 급급하다. 삼성전자가 360조 원을 투자해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착공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이를 전북으로 옮기자고 하다가 청와대에 의해 제지당했다. 클러스터를 정치적으로 쪼개기 해서는 그 효율성이 형해화된다. 또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 전압과 주파수의 미세한 흔들림에도 민감한 나노 공정 장비를 작동하기에 부적합하다. 비과학적, 우물 안 개구리식 정치가 개탄스럽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에 100%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라고 압력을 가한다. 대만 TSMC의 파운드리(위탁생산)는 시장 상황에 맞춰 생산량 조절이 가능해 ‘관세 비탄력적’이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만들어 놓고 파는 범용 비중이 높아서 과잉 공급 시 가격이 폭락하는 ‘관세 탄력적’이다. 추가 협상에 따라서는 국내 생산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경쟁국은 자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수십조 원의 보조금과 전기·용수까지 국가가 책임진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은 기업 뒷덜미를 잡는 입법을 강행한다. 차세대 반도체 산업의 경쟁은 국가 대항 속도전인데도 반도체특별법에서 연구개발(R&D) 인력의 연속적인 고몰입도 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R&D 인력의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이 빠졌다. 일반 근로자 규제를 첨단산업 R&D직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한편, 경제의 뒷덜미를 잡는 노동 입법과 노동위원회 결정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3월에 시행되는 노란봉투법은 노동위를 통해 각종 심판·결정으로 규제 독트린을 만들어 가고, 정부는 이를 집행할 것이다. 선박의 선장과 항해사가 뒤바뀐 격이다. 올해 추진될 국정 과제를 보자.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법’(동가동임법)이 만들어질 것이다. 동가동임법은 집단법인 노란봉투법처럼, 하청업체 근로자도 원청의 차별 시정 대상에 포함하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초기업 단위 교섭 활성화 및 노조와의 단체협약의 효력 확장 관련 결정을, 당사자 신청에 따라 노동위에서 하도록 법을 설계할 가능성이 있다.
노란봉투법-동가동임법-단체협약 효력 확장의 3종 세트는 100년 전에 만들어진 유럽식 산업별 교섭을 2026년 우리 첨단산업에서 하기 위한 강성 노조의 법 기초 다지기로 판단된다. 한편, 정부는 올해 근로자 추정제도도 도입하려고 한다. 근로자 추정제도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아니라는 입증 책임을 지게 하는데, 노란봉투법·파견법과 결합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경영자를 ‘소송과 교섭’의 덫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인공지능(AI) 디지털 경제에서 하청을 없애고 노동법 비호 아래 있는 직접고용만 고집하면 그 경직성이 산업 경직성으로 확산돼 경제는 침체에 빠지게 된다.
대통령이 지난주 신년사에서 ‘성장을 위한 대전환’을 주제로 모두발언을 했다. 모든 정책이 성장을 위해 후속 정책 과제들이 설계돼 실천됐으면 한다. 지금 우리 경제의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개혁이다. 그간 현 정부의 지지 세력인 강성 노조 때문인지 친노동 정치와 입법에 몰입하고 성장을 위한 노동개혁은 추진은커녕 언급조차도 안 되는 분위기다.
노동개혁의 본질은 강자 노동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 공동선을 위해 사회적 배려를 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서는 강성 노조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경직적인 노동법은 개혁해 기술 변화에 맞춰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근로조건의 결정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이것이 성장과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강성 노조를 위한 정치와 노동 입법은 우리나라 경제를 더 큰 위기에 빠뜨린다. 경제 없이는 정치도 없고, 기업 없이는 일자리도 없음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
번호 |
제목 |
날짜 |
|---|---|---|
| 2671 | [문화일보] ‘성장’ 제1 과제는 노동 기득권 개혁![]() |
26-01-27 |
| 2670 | [매일신문] '용기 있는 절제'가 '이기는 변화'의 시작이다![]() |
26-01-26 |
| 2669 | [데일리안] 이재명 정부, 북핵의 현실성 인정에는 대비책 강화가 후속되어야 | 26-01-22 |
| 2668 | [문화일보] 21세기형 노동 도외시한 ‘일 기본법’ | 26-01-22 |
| 2667 | [문화일보] K-메모리 내우외환과 정치권 무책임 | 26-01-21 |
| 2666 | [매일경제] 노란봉투법, 고환율 스파크될 수 있다 | 26-01-21 |
| 2665 | [매일경제] 해설도 모호한 '노란봉투법' | 26-01-21 |
| 2664 | [문화일보] 野 대표 단식 부른 ‘양대 특검’ 당위성 | 26-01-19 |
| 2663 | [파이낸셜뉴스] 상속·증여세 낮춰 국부유출 막아야 | 26-01-16 |
| 2662 | [한국경제] 중국의 구조적 디플레이션…한국기업의 선택은 | 26-01-15 |
| 2661 | [아시아투데이] 통일정책이 사라진 통일부 | 26-01-09 |
| 2660 | [데일리안] 마두로 체포에서 드러난 군사적 유능함의 정치적 가치 | 26-01-08 |
| 2659 | [문화일보] 인위적 환율 조정, 성장 없으면 모래성 | 26-01-08 |
| 2658 | [매일신문] '승리의 한계'를 무시한 정부는 실패한다 | 26-01-06 |
| 2657 | [데일리안] 이재명 정부의 ‘감성적 수정주의’ 국방정책 우려 | 26-01-02 |
| 2656 | [월간조선] 대만 국민당의 ‘보수혁신’ ‘노인정당’에서 ‘가장 젊은 정당’ ‘호감도 1.. | 25-12-26 |
| 2655 | [조선일보] 두 가지 노벨상에 비춰본 제주 4·3 사건 | 25-12-22 |
| 2654 | [중앙일보] 유럽 따라하다 ‘규제 갈라파고스’에 갇힌 한국 | 25-12-19 |
| 2653 | [파이낸셜투데이] 이재명 정부의 정당성이 흔들린다 | 25-12-16 |
| 2652 | [한국경제] 대만 둘러싼 중·일 갈등…한국에 미칠 파장은 | 25-12-1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