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31일, 워싱턴포스트는 ‘진보주의자들, 21세기 노동자에게 20세기 규칙을 강요하지 말라’ ‘수많은 규제로 긱(Gig) 노동은 죽어가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맨해튼연구소 법률정책연구원 C 자렛 디털레가 쓴 칼럼을 실었다. ‘긱 노동’이란 택배기사의 플랫폼 노동처럼 단기로 계약을 맺고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근로를 뜻한다.
칼럼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일부 진보 주(州)에서 최저임금 설정, 자유해고제 폐지, 노조 결성 및 부문별 교섭 허용 등 정규직에 적용되던 정책을 긱 노동에까지 확대해 긱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강제 재분류하는 것이 기업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긱 노동자에게도 해(害)가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하고, 노동관계법을 개정해 ‘노동자 추정제’를 추진한다고 한다. 이는 프리랜서·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 등 약 870만 명의 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초보적 수준에 머문 미국보다 훨씬 센 것은 물론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긱 노동의 정규직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노동자 추정제’는 기업이 직접 고용하지 않았더라도 5개 노동관계법(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퇴직급여법·파견법·기간제법)상 분쟁에서 노동자가 일정 요건에 해당하고, 사용자가 ‘그’가 근로자가 아님을 증명하지 못하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추정하는 제도다. 증명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근로자에 준해 차별금지, 안전·건강, 단결권, 공정계약, 사회보험 등 8대 기본권 보장을 사업자의 의무로 규정한다. 결국 노조법·산업안전법의 전면 적용, 계약해지 제한, 단체협의 보장, 차별 금지, 괴롭힘·직장 내 성희롱 책임, 퇴직급여·최저임금 보장 등에 따른 기업의 부담이 대폭 늘어난다.
이런 정책이 과연 긱 노동자를 보호할 것인가? 고정비와 법적 리스크가 급격히 늘면 기업은 틀림없이 고용을 줄일 것이다. 인공지능(AI)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와 사업장의 해외 이전 및 외주가 가속화돼 긱 일자리마저 증발하고 만다. 근로자에 대한 법적 보호가 당연히 중요하지만, 전체 일자리 감소는 이미 위기 수준이다. 정책 시행에 따른 비용은 배달비 인상 등으로 결국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전가(轉嫁)된다.
긱 노동자에게도 마냥 유리하지만은 않다. 현재는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어 주말·야간 부업으로 투잡을 뛸 수 있다. 택배 현장에는 지금도 자영업자 신분으로 성과에 따라 소득을 더 늘리려는 라이더와 추가 근로 수요가 있지만, 주 52시간 규제에 막혀 있다. 법 시행으로 근로자도 본인 부담 보험료나 시간 관리·통제 강화로 체감 소득이 줄어들 수 있고, 건당·선택형 근무라는 플랫폼 노동의 장점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21세기 산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20세기 직업 규범에 집착한다면 또 다른 ‘노란봉투법’을 낳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기업과 근로자, 자영업자와 소비자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데, 법 제·개정만으로 최대 870만 긱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통계는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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