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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1세기형 노동 도외시한 ‘일 기본법’
 
2026-01-22 15:14:02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31, 워싱턴포스트는 진보주의자들, 21세기 노동자에게 20세기 규칙을 강요하지 말라’ ‘수많은 규제로 긱(Gig) 노동은 죽어가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맨해튼연구소 법률정책연구원 C 자렛 디털레가 쓴 칼럼을 실었다. ‘긱 노동이란 택배기사의 플랫폼 노동처럼 단기로 계약을 맺고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근로를 뜻한다.

 

칼럼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일부 진보 주()에서 최저임금 설정, 자유해고제 폐지, 노조 결성 및 부문별 교섭 허용 등 정규직에 적용되던 정책을 긱 노동에까지 확대해 긱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강제 재분류하는 것이 기업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긱 노동자에게도 해()가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하고, 노동관계법을 개정해 노동자 추정제를 추진한다고 한다. 이는 프리랜서·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 등 약 870만 명의 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초보적 수준에 머문 미국보다 훨씬 센 것은 물론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긱 노동의 정규직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노동자 추정제는 기업이 직접 고용하지 않았더라도 5개 노동관계법(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퇴직급여법·파견법·기간제법)상 분쟁에서 노동자가 일정 요건에 해당하고, 사용자가 가 근로자가 아님을 증명하지 못하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추정하는 제도다. 증명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근로자에 준해 차별금지, 안전·건강, 단결권, 공정계약, 사회보험 등 8대 기본권 보장을 사업자의 의무로 규정한다. 결국 노조법·산업안전법의 전면 적용, 계약해지 제한, 단체협의 보장, 차별 금지, 괴롭힘·직장 내 성희롱 책임, 퇴직급여·최저임금 보장 등에 따른 기업의 부담이 대폭 늘어난다.

 

이런 정책이 과연 긱 노동자를 보호할 것인가? 고정비와 법적 리스크가 급격히 늘면 기업은 틀림없이 고용을 줄일 것이다. 인공지능(AI)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와 사업장의 해외 이전 및 외주가 가속화돼 긱 일자리마저 증발하고 만다. 근로자에 대한 법적 보호가 당연히 중요하지만, 전체 일자리 감소는 이미 위기 수준이다. 정책 시행에 따른 비용은 배달비 인상 등으로 결국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전가(轉嫁)된다.

 

긱 노동자에게도 마냥 유리하지만은 않다. 현재는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어 주말·야간 부업으로 투잡을 뛸 수 있다. 택배 현장에는 지금도 자영업자 신분으로 성과에 따라 소득을 더 늘리려는 라이더와 추가 근로 수요가 있지만, 52시간 규제에 막혀 있다. 법 시행으로 근로자도 본인 부담 보험료나 시간 관리·통제 강화로 체감 소득이 줄어들 수 있고, 건당·선택형 근무라는 플랫폼 노동의 장점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21세기 산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20세기 직업 규범에 집착한다면 또 다른 노란봉투법을 낳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기업과 근로자, 자영업자와 소비자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데, 법 제·개정만으로 최대 870만 긱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통계는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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