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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K-메모리 내우외환과 정치권 무책임
 
2026-01-21 16:02:13
◆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의장 겸 국가전략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메모리 반도체를 포함한 고부가가치 산업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관세정책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교역을 강화하려는 기존 경제안보접근을 넘어선다. 물론 1920년대의 관세 인상이나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한 달러 가치 절하로 무역수지 개선에 초점을 맞췄던 과거의 정책 기조를 분명히 뛰어넘는 행보다. 그 배경에는 미래 핵심기술과 산업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계산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과 대만은 기존 20%였던 상호관세율을 15%로 내리는 데 합의했다. 여기에다 정부와 기업은 각각 2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신용보증을 제공하기로 했고, 미국 내 생산능력을 새로 구축할 경우 예정된 생산능력의 2.5배까지, 시설 완공 이후에는 1.5배까지 관세를 면제받아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아직 협상이 남아 있는 한국 반도체 업계의 향후 투자 방향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지난 16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공장 기공식에서 메모리칩을 생산하는 기업에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마이크론과 함께 고부가가치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투자와 미국 투자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임을 의미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370억 달러 투자를,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7000만 달러 규모의 패키지 공장을 건설하고 있지만, 대만과의 합의 사례에 비춰 보면 똑같은 관세 혜택을 기대하기엔 투자 규모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 투자가 항상 성공으로 이어진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는 1997년 텍사스주 오스틴의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 SK하이닉스는 1998년 오리건주의 메모리 공장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처럼 미국에 투자하더라도 공장 건설에 따른 높은 비용과 전문인력 확보의 어려움이라는 구조적 제약이 따른다. 게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추가 공장 건설이 예정돼 있어, 향후 과잉 공급에 따른 가격 하락 가능성도 상존한다. 경기 변동에 특히 민감한 메모리 반도체의 특성은 이러한 우려를 더 키운다.

 

그렇다고 국내 투자 여건이 밝기만 한 것도 아니다. 반도체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된 반도체특별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력·용수·예비타당성조사·인허가 등을 패키지로 묶어 공장 증설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자는 취지의 획기적인 법안인데도 처리되지 않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반도체 공장을 호남으로 이전하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K-반도체산업은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40%를 차지하며, 최근 주식시장 활황을 이끌고 경제성장의 핵심축을 이루고 있다. 정부는 이들 기업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국익에 부합하는 대미 협상 전략을 마련하는 동시에, 국내 투자 환경을 조속히 개선해 K-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에 특정한 선택을 강요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도록 그 비용을 낮춰 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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