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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해설도 모호한 '노란봉투법'
 
2026-01-21 14:25:35
◆ 이승길 전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고용노동정책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5년 6월 조기 대선을 통해 정권이 교체되면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노동계의 숙원 과제였던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3월 1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법 개정에 따른 현장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령과 해석지침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해석지침이 산업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적지 않다.

산업 현장의 문제의식은 법의 방향성보다 핵심 개념의 모호함에 있다. 사용자성에 대한 판단 기준인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노동쟁의 대상인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 등이 명확하지 않아 노사 모두가 패닉 상태에 있다. 결국 자율적 노사관계 영역이 분쟁과 소송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해석지침은 확실성을 제공하려는 고심의 산물이지만,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남아 노사 간 충돌의 불씨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법 틀 내에서 합리적 관계 형성을 위해 최소한 다음 사항은 명확히 정리될 필요가 있다

첫째, '안전보건 의무 이행'은 사용자성 판단 지표에서 제외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상 원청의 안전·보건 조치는 선택이 아닌 법적 의무다. 이를 사용자성 판단 지표로 해석할 경우 "산업 안전을 충실히 이행할수록 사용자 리스크가 커진다"는 그릇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법령상 의무 이행과 이를 넘어 하청 근로자를 직접 통제하는 경우는 구분해야 한다.

둘째, '배치 전환'은 단체교섭 제외 대상으로 명시해야 한다. 배치 전환은 근로자 지위를 박탈하는 조치가 아니라 기업 운영 과정에서 수반되는 사용자의 인사권 행사다. 생산공정 변경이나 조직개편 과정에서의 배치 전환까지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면, 사용자의 경영 판단과 인사권 재량이 제약된다.

셋째, '도급계약 해지'는 노동쟁의 제외 대상임을 명시해야 한다. 도급계약은 민사상 계약으로, 정당한 사유에 따른 계약 해지는 계약 자유의 원칙에 속한다. 도급계약 해지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으로 오독해서는 정상적인 거래 질서가 훼손될 수 있다.

넷째, '승진 기준'도 단체교섭 제외 대상으로 명시해야 한다. 해석지침은 교섭 예시로 승진제도의 공정성 기준을 들고 있으나 승진 기준은 사용자 인사권의 본질적 영역이다. 이를 단체교섭 대상으로 인정하면 인사제도가 사실상 노사 공동결정 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 다섯째, 단체교섭 개시 이후 교섭 의제 추가 확대는 제한해야 한다. 사용자성을 인정해 단체교섭을 개시한 뒤 의제가 무제한 확대되면, 단체교섭은 장기 교착상태에 빠지고 불확실성만 커질 수 있다. 단체교섭 의제 변경의 절차적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의 남은 과제는 법 시행이다. 해석지침은 법의 의미를 확장하는 문서가 아니라 노사 분쟁을 완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운영 기준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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