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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통일정책이 사라진 통일부
 
2026-01-09 09:28:46
◆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이 기고한 칼럼입니다

북한이 4대 세습 체제를 조만간 구축하려고 한다는 이례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딸 주애와 관련한 새해 북한 보도가 예사롭지 않다. 2026년 신년 경축 행사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때 딸 주애를 정중앙에 위치시켰다.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이 모두 검열을 거쳐 공개된다는 점에서 이는 상당히 의도적인 노출이다.

김 위원장은 2023년을 끝으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지 않았다. 그런데 새해 벽두에 대대적으로 가족과 당 간부를 대동해 다시 이 궁전을 찾았다. 이번 연출에는 정치적 함의가 담긴 것 같다. 금수산태양궁전에는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곳이다. 이곳은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장소이자 수령의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이 깃든 장소다. 그래서 북한은 이 궁전을 성지 중의 성지로 여긴다.

2010년 9월 김정은이 대장 칭호를 받고 후계자가 된 후 10월 아버지 김정일과 같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처음 참배했다. 새해 첫날 김정은이 딸 주애와 함께 성역인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것은 조만간 있을 노동당 9차 당대회에서 주애에게 권력세습에 적합한 직책을 부여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북한의 4대 세습은 북한에만 국한되지 않고 한반도통일에도 큰 장애가 되는 문제다. 4대 세습은 북한에 착취적 제도(extractive institution)를 고착시켜 북한 주민의 삶을 더욱 피폐케 할 것이다. 착취적 제도는 집권층 소수의 탐욕과 권력 유지를 위한 차별적 제도로 반(反)민주, 반(反)자유, 반(反)인권, 반(反)문명적 속성을 가진다. 이에 반해 포용적 제도(inclusive institution)는 국민 다수의 복리와 권리에 충실하며, 민주, 자유, 인권, 문명적 속성이 있다. 대런 애스모글루 외 2명은 그들이 저술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에서 두 제도의 차별성을 부각시킨 공로로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가 이 책에 주목하는 것은 제도의 중요성 이외에 남북한의 발전상을 비중 있게 다루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남북이 동일한 민족, 언어, 문화, 지리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극단적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제도적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여기에서 제도는 정치 및 경제 제도다. 지금 통일부의 책무는 어떻게 포용적 제도를 북한에 정착·확산시킬 것인가다. 포용적 제도에 기반한 통일이 통일 이후 한반도에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통일부가 보인 행태는 실망스럽다. 통일은 사라졌고 오직 북한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대국민 업무보고에서 통일부는 '북한 인권센터' 백지화를 자랑했다. 오히려 '북한 인권센터'를 반북(反北) 대결의 상징으로 매도했다. 그리고 '북한 인권'이라는 용어 대신 '남북 인권 협력'을 들고나왔다. 물론 남북이 협력할 인권 분야는 장애인, 아동이다. 그러나 이 용어는 북한 인권의 수준이 한국과 비슷하다는 오해를 부르는 매우 잘못된 표현이다. 북한이 자행하는 공개총살, 정치범수용소, 연좌제, 인신매매 등 악의 일상화를 외면한 표현이다. 이런 용어의 사용은 통일부의 책무 포기를 뜻하는 게 아니겠는가.

통일부에서 통일정책이 사라졌다는 것은 통일부가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다. 또한 2023년 북한 김정은의 적대적 2국가론에 동조·협조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이 '적대적 2국가론'을 제기한 배경은 착취적 제도의 누적적 국가 실패로 북한 주도의 통일이 여의치 않다는 사실이 있고 적대적 2국가론은 그 고백인 셈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이번 신년 경축사에서도 핵무력 강화방침을 천명한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북한은 누적적 국가 실패에도 핵을 앞세운 북한 주도의 무력 적화통일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즉 김정은의 '적대적'이라는 용어에는 기회가 되면 언제라도 핵을 앞세울 가능성이 내포돼 있다. '적대적' 용어에는 남한을 점령·평정·영토 편입을 통해 영토완정(領土完整)의 완성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결국 핵을 앞세워 북한 주도로 한반도를 사회주의로 완전 정복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북한이 설마 같은 민족에게 핵을 쏠 리가 없다는 신화를 믿는 것 같다. 이는 매우 잘못된 믿음이다. 북핵 위기가 처음 불거졌을 때 우리 사회는 북한이 핵을 만들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믿었다.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면서 이 믿음은 무색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 저의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은 국가 존망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통일의 필요성이 점점 낮아지고 북한도 2국가론을 주장하고 있으니 남북이 서로 다른 나라로 살아도 된다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통일부는 통일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전략과 우리 주도의 통일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특히 우리 주도의 통일은 통일할 권리를 유지하고, 영토를 지키고, 우리 국민, 특히 북한 주민의 자긍심을 높여준다. 또한 우리가 북한의 2국가론에 동조하는 것은 취약한 북한이 주변국에 복속될 위험성을 우리가 방치하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의 통일정책 기조는 북한 지역에 포용적 제도가 착근·부활할 수 있는 방책(craft)이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비대칭 연성 방책 수단 중 하나는 북한 정보화다. 북한이 외부 정부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소위 '3대 악법'을 제정한 것을 보면, 정보화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미루어 헤아려볼 수 있다. 결국 북한정보화가 북한의 근원적 변화를 추동할 동력이다. 정부의 통일정책 기조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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