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기준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1440.3원으로 집계됐지만, 앞서 24일에는 1500원 선을 위협하던 환율이 3년여 만에 최대 일일 하락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에는 단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으나,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생산원가와 국내 물가 전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다. 더욱이 연말 환율은 외환시장 지표를 넘어 정부 재정과 경제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 기준으로 작용한다. 정부가 보유한 외화자산과 부채, 외환보유액 등 주요 재정지표가 연말 환율을 기준으로 환산돼 결산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환율 급락이 외환시장의 수급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이 아니라, 정부와 한국은행의 강도 높은 구두 개입과 정책 신호에 크게 의존한 결과라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4일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신설해 해외주식을 매각하고 이를 원화로 환전해 1년간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겠다고 했다. 세제 혜택을 통해 달러 매도를 유도하고 원화 수요를 인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정책 의도가 분명하다.
환율은 궁극적으로 두 나라의 상대적 경제력를 반영하는 가격이다. 미국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정책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 상무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연율 4.3% 성장해 기존 전망치(3.2%)를 크게 웃돌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24일 발표된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전주보다 1만 건 줄어든 21만4000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 경제는 미국과 정반대의 흐름을 보인다. 인공지능(AI) 투자를 확대했지만, 국내외 민간 투자를 적극 유도할 만한 정책은 부족하다. 오히려 정부는 법인세 인상, 세칭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 등 기업 부담을 키울 수 있는 정책들을 전방위로 추진한다. 이러한 정책 환경은 고스란히 시장 심리에 반영된다. 주식시장 활황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전망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2.5포인트 하락한 109.9로,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의 낙폭을 보였다. 현재 경기 판단과 향후 경기 전망, 가계 수입 전망, 생활 형편 전망 등 주요 세부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
정부는 전방위적인 응급조치를 통해 급격한 환율 상승을 진정시키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환율 상승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해법이 아니다. 외환시장 불안의 책임을 개인 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에게 돌리기보다 경제구조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했듯이, 무분별한 재정 확대를 통한 국가부채 증가는 경계해야 한다. 기존 성장동력 산업의 구조조정과 함께 신성장동력 산업에 국내외 자본이 적극 유입되도록 시장과 기업에 우호적인 정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불필요하고 사전적인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정부 재정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민간 혁신이 촉진되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과 성장잠재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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