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 지 6개월여 지나면서 이재명 정부의 국방에 관한 방향이 드러나고 있다.
첫째, 과거 모든 정부들과 달리 이재명 대통령과 현 정부는 북핵 문제의 해결이나 이로부터 남한 국민을 보호하는 문제를 언급하고 있지 않다. 취임 후 지금까지 대통령이나 정부 차원에서 북한의 비핵화 구현 방안, 북한 핵위협의 억제 및 대비 방향에 관한 입장이나 방향을 밝힌 바는 없다. 지난 12월 11일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가 개최되었지만, 회의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북핵 위협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나 북한 정권에 대한 경고성 문구는 없었다.
둘째,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의 남북한 긴장의 원인을 쌍방으로 진단하고 있다. 12월 19일 외교부/통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불필요하게 강(强) 대 강(强) 정책을 취하는 바람에 정말로 (남북이 서로 간에) 증오하게 된 것 같다”라고도 말했고, 북한의 남침 가능성은 남한 국민들이 주입교육의 결과일 뿐이라고도 발언했다.
특히 그는 “북한은 남한이 북침하지 않을까 걱정해서 3중 철책을 치고, 혹시 탱크라도 넘어오지 않을까 해서 평원 지역엔 방벽을 쌓고 다리 끊고 도로 끊고 그러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오히려 남한이 긴장 촉발의 주범인 것처럼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휴전선은 물론이고, 압록강 상에도 철책을 보완하고 있고, 그것은 북한 주민들의 탈출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10년 천안함 피격 이후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대북제재인 ‘5·24 조치’의 해제에도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고, 비전향 장기수를 북한에 보내주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셋째,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중지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일방적 유화책도 추가할 태세이다. 예를 들면, 그는 “북한 노동신문을 못 보게 막는 이유는 국민이 그 선전전에 넘어가서 ‘빨갱이’가 될까 봐 그러는 것 아니냐”면서 “이런 걸 무슨 국정과제로 하느냐. 그냥 풀어놓으면 되지”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신문은 북한 정부가 발행하는 북한의 선전·선동 매체로서, 이에 국민들이 무방비로 지속 노출될 경우 상당수 국민들이 북한의 기만작전에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넷째, 이 외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면밀한 검토없이 국방정책을 즉흥적으로 변화시키기도 했다. 그는 12월 18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해병대 1·2사단을 육군이 작전통제하는 것을 “이상하다”고 지적하였다. 특정 작전지역에서 어느 한 지휘관이 관련된 모든 부대들을 일사불란하게 작전통제하는 것은 “지휘일원화(unity of command)”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고, 이것은 전쟁 승리를 위한 원칙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중요한 사항이다. 자신의 작전지역 중 일부를 담당하는 해병사단을 육군인 수도군단장이 작전통제하는 것은 성공적 방어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인데, 대통령은 충분한 검토없이 해병대의 일방적 보고에 동의한 것이다. 보고 과정에서 작전지휘, 작전통제, 지휘 간의 차이에 대한 이해 부족도 노출되었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국방부는 상부의 명령을 이행한 군인들을 내란 가담이라는 명분으로 진급에서 누락시키거나 벌을 내리는 조치를 강구하였고,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여 당시 군인들의 행동을 더욱 면밀하게 조사하여 처벌함으로써 즉각적 및 절대적 명령 이행이 생명인 군대의 근본적 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제주도의 “4·3 진압” 명령을 수행했던 박진경 대령에 대해 충분한 조사도 없이 유공자 지정 취소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북한군이 비무장지대의 군사분계선을 넘어올 경우 경고사격을 자제하도록 하고, 군사분계선도 북한에 유리하게 책정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에서는 군인들이 정치지도자로 변신한 후 국가안보와 국방을 강조해옴에 따라서 이에 반발하여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은 ‘감상적 수정주의(sentimental revisionism)’에 쉽게 빠지는 경향을 보여왔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군사대비를 중요시하는 보수에 반대하여 진보주의자들은 북한과의 대화를 우선시하였고, 한미동맹보다는 자주를 강조하였으며, 국방에 덜 철저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의 발언에 근거할 경우 이 대통령과 현 정부의 감상적 수정주의도 상당히 우려되는 수준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 현 정부는 감상적 수정주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과거 정부들의 조치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인식 하에 기존의 체제와 관행을 일단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 정책 변화를 결정하기 이전에 보수 지식인이나 관리들의 의견을 더욱 많이 경청할 필요가 있다.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을 내부적으로 설정하여 반대되는 의견을 활발하게 개진하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임기 5년 동안에 국한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영속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국가안보와 국방문제를 처리하기를 간곡하게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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