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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이재명 정부의 정당성이 흔들린다
 
2025-12-16 13:16:44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2·3 계엄이 선포된 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헌법 질서를 훼손한 계엄은 대한민국을 충격과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한국 민주주의의 복원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 이유로 헌법적 통제 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면서 제도적 견제가 성공했고,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반응하면서 민주적 시민사회의 힘을 보여주었으며, 탄핵이 헌법 절차에 따라 이뤄지면서 민주주의 자기 교정 능력을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계엄 사태를 거쳐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서 한국 민주주의는 제고되고 있는가? 민주당은 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 ‘민주주의 회복’을 내세웠다. 하지만 민주당이 집권 후 나타난 것은 ‘정치 퇴행’과 ‘민주주의 퇴보’였다. ‘정치 없는 민주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정치 없는 민주주의’란 민주주의의 형식적인 제도(선거, 복수 정당 등)는 갖추었으나, 그 내용을 채워야 할 ‘정치’의 본질적인 요소가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정치란 서로 다른 사회 집단의 이익과 가치를 대변하고, 이들을 제도적으로 조정하며, 책임 있는 정책 대안을 생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최근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바로 이 ‘정치’가 실종되었다. 민주당이 비상 계엄 1년 동안 보여준 것은 정치는 없고 내란 몰이에만 집중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월 2일 국무회의에서 “국가 권력으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데 대해서는 나치 전범을 처리하듯 영원히 살아있는 한 형사 처벌하고 상속 재산의 범위 내에서 상속인들까지 끝까지 책임지게 해야 한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1주년인 3일에는 “내란 사태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며 “(현재도) 진압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진압’에 대해선 “끝날 때까지 (하고) 끝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몸속 깊숙이 박힌 치명적인 암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친위 쿠데타 가담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중단 없는 내란 청산’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동조하듯이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신설 법안을 밀어붙였다.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 법안은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1·2심을 맡는 별도의 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 판사회의 추천 위원이 뽑은 판사에게 내란 사건 1·2심 재판과 영장 심사를 맡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법 왜곡죄는 판사·검사 등 사법 종사자가 고의로 법리·사실관계를 왜곡해 당사자에게 부당한 이익·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처벌하려는 형법 개정안이다.

이에 대해 사법부와 법조계, 학계, 야권 등이 전방위적으로 위헌적 발상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12월 3일 “87년 헌법 아래서 누렸던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2월 5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도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며 “향후 법안의 위헌성으로 인해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 8일 열린 전국 법관 회의에서도 “위헌성 논란이 크고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고려대 법대 차진아 교수는 “특별재판부는 헌법 제101조 제1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때 ‘사법권’에는 ‘재판권’뿐만 아니라 재판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필수 전제인 자율적인 ‘사법행정권’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법행정권에는 특히 어느 재판부 내지 어느 법관이 구체적인 사건을 담당할 것인지와 관련하여 사건배당 및 사무 분담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차 교수는 특별재판부는 1985년 11월 29일에 채택된 UN의 ‘사법부의 독립에 관한 기본 원칙’(Basic Principles on the Independence of the Judiciary) 제14조 “판사가 속한 법원 내에서의 사건 배당은 사법행정의 내부 사안이다”는 규정을 위배한다고 설명한다.

요약하면, 내란 특별재판부는 ‘재판의 공정성을 위한 무작위 배당 원칙을 깨고 재판부 구성을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의 독립과 중립성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는 것이다. 또한, 헌법에 근거 없이 특별법원을 설치하겠다는 것으로 명백한 위헌이라는 지적이 많다. 야당은 권력이 사법부를 장악해 자신들 성향에 맞는 법관을 골라 재판을 맡겨 재판 결과를 좌우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한다.

한편, 법조계는 법 왜곡죄가 신설되면 “재판에 정치권 등 외부의 영향이 개입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대법원은 “정치적 이슈가 되는 사안에서 법관의 소신 있는 재판에 대해 법 왜곡죄 혐의를 씌울 위험이 있고, 법관의 독립적인 사법권 행사를 저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판·검사에 대한 고소·고발이 폭증할 것”이라며 “수사와 재판 지연 문제가 더 심각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도 8일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원칙의 준수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 개혁안에 대해 “헌법상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원칙의 관점에서 우려를 표명하며 신중한 검토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은 “당과 대통령실 간에 내란전담재판부를 추진하는데 원칙적으로 생각을 같이하고, 다만 위헌 소지가 최소화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추진한다는 정도의 공감대는 형성돼 있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8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더 넓히고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보완하고 수정할 부분은 과감히 수정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또한 지극히 잘못된 사고다. ‘위헌의 최소화’라는 단어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 일단 위헌 여부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헌은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 여부가 핵심이다. 어떤 경우에도 위헌은 허용될 수 없다.

하지만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힘을 실었다. “국민 여론에 따라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입법부가 잘 행사할 것”이라며 “국민 주권 의지를 잘 받들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란전담재판부는 2심부터 하는 것이 “더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1심에서 하든 2심에서 하든 위헌 여부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향후 국정 운영에 치명적인 딜레마를 가져올 수 있다.

민주당의 사법 개혁안은 헌법의 핵심인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스스로 붕괴시켜 독재의 길로 간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계엄 당시 빛의 혁명으로 민주주의 지켰다는 정부 여당이 빛의 속도로 민주주의와 헌법을 파괴하는 순간 이재명 정부의 정당성(legitimacy)은 무너질 수 있다.

정부 정당성은 국가가 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당한 이유와 근거’이다. 그런데 정당성이 무너진 정부는 정책이 먹히지 않고, 국정이 마비되며, 갈등이 폭발하고, 경제가 흔들리고 결국 정권을 잃는다. 정당성이 무너진 정부는 선거 패배, 내부 분열, 외부 충격의 세 가지 방식 중 하나로 붕괴된다.

집권 세력은 정당성은 국가의 기반이자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유일한 토대이며, 정당성 없이 오래 버틴 정부는 역사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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