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반도체의 수출 비중은 전체의 25%를 웃돌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시총 비중도 전체의 25%를 상회한다. 즉, 반도체 산업이 어려워지면 대한민국의 수출도, 코스피 주가도 어려워진다. 10일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대통령이 민관 합동 간담회인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를 열어 업계와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반도체 세계 2강(强)’을 외쳤다.
관심인 반도체특별법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처리만 남겨두고 있다. 일단 반도체특별회계를 두는 등 반도체 산업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법적 인프라는 갖추게 됐다. 그러나 핵심인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제 면제’ 조항이 빠졌다.
반도체 산업은 엔비디아처럼 주문한 기업이 요구하는 제품의 질적 기준을 통과해야 수출이 되는 구조다. 또한, 선도 기업이 시장 표준을 선점하는 특징이 있어, 신제품 출시 속도가 곧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게 된다. 따라서 글로벌 생산 사슬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R&D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대만 TSMC의 경우 노사 합의 시 하루 8∼12시간 연장 근로가 가능하고 연구개발팀은 24시간 주 7일 가동된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996(오전 9시∼오후 9시 주 6일) 근무제로 D램(DDR5)과 270단 3D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개발해 냈다. 대만이나 중국처럼 일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근로시간 제도가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연구개발직과 생산직은 다르다. 생산직은 단순 반복 작업에 따르는 신체적 피로 예방이 중요하지만,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연구개발직에선 비정형적 문제 해결 역량이 중요하고 숙련노동이 집중될수록 결과물의 가치가 급상승한다. 선행 실험에서 오류가 해결되지 않으면 후속 공정의 지연도 불가피하다.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직의 연구시간을 생산직 근로자의 근로시간과 똑같이 규제하는 것은 갈라파고스적 규제다. 다른 유연 근로 활용 역시 실효적이지 않다. 1개월 단위 선택적 근로제는 월 단위 정산으로 개발이 늦어지며, 3개월 단위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연속휴식제 의무로 활용하기 어렵다. 궁여지책으로 사용하는 특별연장근로제에선 기본적으로 초과연장근로가 안 되지만 한시적으로 예외(exception)가 허용된다. 이는 면제(exemption)와는 다르다. 지금은 6개월 단위로 정부 허가를 받아 연장근로를 예외로 허용하는 것이다.
이번 반도체특별법에서 주 52시간의 면제가 빠진 것은 반도체 산업보다 이념 노동법 지키기가 더 우선시된 탓이다. 정부는 주 52시간 면제 조항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다룰 수 있다고 하나, 국민은 이 조항을 다루지 않는 알리바이 정도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인공지능(AI) 주도 성장, 반도체 특별 지원, 잠재성장률 3% 달성 등 경제 목표를 제시했다. 그렇지만 노란봉투법, 주 52시간 근무제 면제가 빠진 반도체특별법처럼 경제를 지원하지 못하거나 도리어 부담을 주는 노동 관련 법들이 이미 입법됐거나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경제정책과 노동정책이 디커플링 돼서는 자동차의 가속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형국이 될 뿐이다. 저성장·저생산성의 위기에 빠진 경제를 지원하는 노동정책과 노동 입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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