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8 18:18:34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북한에 강제 납북된 납북자 관련 발언들이 논란거리다. 지난 3일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에 억류 중인 우리 국민에 대해 '어떤 석방 노력을 할 것인가'라고 묻자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발언과 전임 정부의 대북전단에 대한 사과 가능성 언급 등이다. 이 발언들은 북한 정보와 강제 납북자 송환과 이들의 인권에 관한 얘기다. 물론 납북자, 인권, 정보 등은 북한이 민감하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할 것들이다. 하지만 이는 인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수적 수단이자 숭고한 가치다. 문제는 이런 발언들이 북한의 실상과 체제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 같아 올바른 대북정책 정립에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나라다운 나라의 첫 번째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재산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다. 현재 북한에는 최소 6명의 우리 국민이 억류돼 있다고 한다. 이들에 대한 생사를 알 수 없어 가족이 수십 년째 애를 태우고 있다. 납북자 가족들과 UN 등 국제사회가 북한 당국에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생사(生死)만이라도 확인해 달라고 울부짖고 있지만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우리 국민의 상황에 대해 함구(緘口)하면서 인권침해·유린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즉 이들은 변호권, 영사 접견권, 통신·서신 교환의 권리 등 국제법이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수십 년 동안 구금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 체제의 속성을 감안할 때 북한 당국이 이들에게 인권침해 유린 행위를 자행했을 것이다.
사실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은 6명보다 훨씬 더 많다. 지난 70여 년간 최소 5만여 명의 국군포로들이 방치됐다. 세 명의 대통령이 북한을 찾았지만 '국군포로'란 단어는 늘 금기어였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지도자는 끊임없이 납북자 석방을 요구·촉구해 자국민 송환을 이루어냈다. 반면 우리는 무관심, 방치, 의도적 외면 등 송환 노력을 게을리하는 습속이 누적되면서 납북자에 대한 관심은 더 멀어졌다. 이런 누적된 습속의 한 단면이 바로 이재명 대통령의 '처음 듣는 얘기'라는 발언 같다. 이는 우리 정부가 강제 납북자 문제를 그동안 얼마나 소홀히 다루어왔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논란의 발언 다음 날 납북 사실을 인정해 준 건 그나마 다행(?)이다. 또한 납북자 문제가 지금까지 어떤 위상에서 다뤄졌는지를 확인하는 계기도 됐다.
납북자들에 대한 적극적 송환 노력은 고사하고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외신의 눈에 가감 없이 투영되면서 나라의 품위(國格)는 추락했다. 스스로 나라의 진정한 모습을 포기한 결과가 빚어낸 사태다. 소위 진보정부는 남북관계 경색을 우려해 납북자 문제 제기를 금기시했고, 정부도 경색된 남북관계의 실낱같은 창(窓)을 열기 위해 납북자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해 왔다. 이는 국민의 생사와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나라의 존재 이유를 무시한 결과다. 그러나 우리는 남북관계 회복에만 관심을 두었지, 납북자 문제는 늘 걸림돌로 치부하면서 외면하고 방치했다. 특히 진보 진영은 남북관계가 회복되면 납북자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는 단 한 차례도 제기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전혀 설득력이 없다.
물론 납북자 문제는 현 정부만의 책임이 결코 아니다. 이전 정부에서 발생된 문제지만 정부의 이념 성향과 무관하게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였던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2023년 8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서 '억류자 및 미송환 국군 포로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위한 3국 공조'가 명시됐고 우리 정부는 '납북자대책팀'을 꾸려 문제 해결에 노력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정권이 교체되자 '납북자대책팀'을 해체하면서 해결 의지를 포기했고 오히려 북한 인권 지우기에 앞장섰다. 참으로 부끄러운 나라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북한에 사과할 뜻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납북자의 강제 억류, 인권 유린과 침해에 대해 항의할 것 같지 않다. 일방적 유화정책으로 남북대화의 물꼬를 틔워야 하는 절실함(?)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대통령은 대북방송·단파방송 중단이나 오해될 수 있는 군사적 행동 최소화 등의 대북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화 통로를 찾는 것보다 먼저 나라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물론 유화적 대북정책을 통해 남북이 긴장 완화를 이룰 수만 있다면 대화 통로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지난 40여 년간의 남북대화 교류 협력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한반도 긴장 완화 가능성은 매우 낮다. 2019년 2월 미북 간 하노이 노딜(Hanoi No Deal) 이후 개성공단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서 보는 것처럼 북한은 언제라도 돌변할 수 있다. 따라서 과거 실패의 전철을 막무가내로 이어갈 것이 아니라 대북·통일정책의 기조전환을 통해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추동하는 편이 낫다. 이것이 나라의 자존을 최우선으로 지켜내면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공존의 틀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다.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유일한 수단은 북한 정보화다. 북한 정보화는 북한 주민에게 자유 민주 시장 평등의 정신적 가치를 지원(spiritual assistance)하는 자산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 자산을 확산시킬 방책을 마련해 납북자 문제 해결, 북한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공존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다운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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