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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맞춤형 재판부’ 강하게 금지한 이유
 
2025-12-05 18:54:27
◆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AI·미디어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다음 주 본회의 표결만 앞둔 소위 내란전담재판부설치와 법왜곡죄신설 문제가 논의된다. 8일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도 예고돼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여성변호사협회의 전 협회장들은 내란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은 법치주의를 위협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엊그제 조희대 대법원장도 논의되고 있는 사법제도 개편이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면서 사법권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조했다. 과거의 법란이 개별 사건을 두고 법원 내부에서만 발생했다면, 이번에는 온 국민이 두 법()의 위헌성을 지적한다.

 

우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내란특별법은 명백히 헌법 원칙 위배다. 재판부 구성에 외부 기관이 개입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전담재판부의 재판관 추천 과정에 판사회의·헌법재판소·법무부 등 대법원 외부의 기관들이 관여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사법부의 독립성과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둘째, 법관의 무작위 배당 원칙도 심각하게 훼손한다. 특정 사건만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법률로 설치하고, 재판관을 개별적으로 지정하는 것은 법관 배당의 무작위 원칙을 무시한 것이다. 이는 법관이 외부의 압력이나 영향 없이 독립적으로 재판할 권리인 재판의 독립을 근본적으로 침해한다.

 

셋째, 특정 사건에 대한 인위적인 재판부 교체도 절대 허용돼선 안 된다. 이 법안에는 궁극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내란재판부를 인위적으로 교체하려는 저의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재판 결과에 대한 법적 안정성과 사법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선진 법치국가들이 정치적 필요에 맞춰 맞춤형 재판부를 꾸리는 방식을 강하게 금지하고 법원의 인사와 재정권독립을 보장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과거 나치 독일의 인민법원’(Volksgerichtshof)이나 소련의 각종 특별재판소가 법정의 형식을 빌려 정치의 목적을 관철하는 도구로 전락했던 과거에 대한 반성적 규정이다. 특별재판소가 설치됐을 때 법은 권력의 시녀가 됐고, 재판은 설득이 아니라 복종을 강요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법관의 무작위 사건배당 원칙을 깨고 특정 사건을 위해 특정 법관이 외부에 의해 선정되는 순간 사법권 독립과 중립성은 형해화된다.

 

법왜곡죄를 규정한 형법 개정안도 위헌적이기는 매 한가지다. 이를 규정한 유일한 선진국 사례인 독일 형법 제339조에는 법관 등 수사·재판 관계인이 고의로법을 왜곡해 정의에 반하는 수사·판결을 할 때 처벌한다. 그러나 현재 실무에서 이 죄가 적용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이미 사실상 사문화(死文化)했다. 또한, 독일과 비교해 우리나라 형법에는 이미 직권남용죄 등 법관과 수사기관의 불법에 대응하는 다양한 규정이 있고, 현행 양국의 형사소송법 체계도 사뭇 달라 직접 적용이 어렵다.

 

나아가, 사건 당사자와 시민단체 등 제3자가 경찰·검사·법관을법왜곡죄로 마음껏 고소·고발할 수 있다면, 수사·재판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고소·고발이 일상화할 우려도 크다.

 

이렇게 비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입법시도는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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