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은 토지 매입, 인허가, 시공, 분양의 순서로 진행된다. 토지 매입과 인허가가 끝나면 80%쯤 사업이 진척된 것이다. 그런데 대장동 사건에서는 토지 매입은 수용 방식으로 아주 간단히 끝냈고, 인허가는 성남개발공사가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날림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시공할 때는 대부분의 주변 정리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성남시가 세금으로 거의 다 대신해줬고, 성남시는 최소한의 지분만 차지함으로써 여기에서 남은 천문학적 이익은 고스란히 대장동 일당의 몫이 됐다는 것이다.
최근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으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수감생활 일당(日當)이 1억∼2억 원이라고 하니 억장이 무너진다. 그런데도 검찰이 항소를 접었다는 소식은 사건 본질을 규명하려는 의지를 스스로 꺼뜨린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 앞에 떳떳하려면, 책임 있는 설명과 재항소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특검도 하고 국정조사도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항소 포기를 되돌릴 수 없다. 항소해서 끝까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불법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그 해법의 하나로 나경원 의원이 지난 17일 제안한 ‘대장동 불법이익환수 특별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핵심은, 국민 관심이 크고 국가 이익이 걸린 사건의 자동항소를 의무화하고 소급 적용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친일반민족 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사건에서 법 소급으로 발생하는 국가의 이익과 정의 회복의 필요성이 당사자의 피해보다 아주 큰 경우, 소급입법도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또, 자동항소 소급조항은 이번처럼 책임 회피나 압력에 의해 항소의 길이 막히는 일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점에서, 사법 신뢰 회복에 실질적 효과가 있다. 아울러 특별법에는 ‘7800억 원’의 부정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조항들이 촘촘히 포함돼야 한다. 부정한 개발이익 환수와 불법·부당 이득의 몰수·추징을 강화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특히, 대장동 사건은 자동항소 조항을 소급 적용해야 한다. 이미 내려진 항소 포기 결정도 공익의 관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특별법 제정은 무너진 절차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 이 논의는 결코 ‘정치적 공방’으로 축소돼선 안 된다. 합리적 개발사업 구조의 설계, 공공의 위험과 비용 분담, 민간의 이익 환수 강화, SPC 운영의 공개성 확대 등을 통해 다시는 이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 장치’도 함께 둬야 한다.
도시개발법에 의해 대규모 개발공사의 인허가권이 지방자치를 이유로 광역 시·도에서 기초자치단체로 이관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언제, 어디서든 유사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 힘빼기’에만 몰두하다 국민 몫이 대장동 일당 같은 사기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것을 맥없이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서둘러 ‘환수 특별법’을 제정하고 자동항소 소급적용 조항도 추가해서 다시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검찰이나 법원에만 제 역할을 하라고 할 게 아니라, 이번에야말로 국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신속하고 단호한 법 제정을 통해 국회 스스로 존재 가치를 국민에게 증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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