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시작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레이시아·일본·한국 방문 일정을 앞두고 한미 통상협상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앞으로 며칠이 한미관계의 중요한 분수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일본·한국을 거론하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공정한 대우다. 그것은 미국으로 수천억, 수조 달러가 흘러들어오는 것”이라고 했다. 대미 직접투자를 유도하고 산업구조 전반을 재편하려는 전략적 구상이다. 과거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1920년대의 관세 인상이나 1985년 플라자합의 차원을 넘는다. 나아가 미국이 일방적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제공하던 시대를 넘어, 상호주의 가치를 토대로 하는 신(新)경제질서를 구축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미국의 요구에 부응해 EU와 일본은 이미 관세협정을 체결했다. 자동차 등 대부분의 수출품에는 15%, 철강과 알루미늄에는 최대 5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EU는 7500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원유·핵에너지 등 에너지 제품을 구매키로 했으며, 600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 내 전략산업 투자도 약속했다. 일본 역시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함께 미국산 농산물 및 주요 수출품에 대한 시장 접근성을 확대키로 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구체적 이행 시점과 조건, 감독 체계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한국은 지난 7월 30일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최종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전액 현금 선불(up-front cash) 투자를 요구하는 한편, 반도체·배터리·핵심 광물·인공지능(AI)·조선 등 핵심 산업 분야의 투자 결정권을 자국이 행사하도록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는 202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8.4%에 이르는 막대한 수준으로, EU(3.9%)나 일본(12.8%)보다 훨씬 높다. 더구나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증액과 방위비 분담 강화, 중국의 수입 금지로 판로가 막힌 미국산 대두의 구매까지 요구한다는 뉴스도 있었다.
합의한 투자 규모를 바꾸기 어렵다면, 지킬 것과 양보할 것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한 외환시장 안전장치 마련 △직접적 현금 투자보다 대출·보증 등 다양한 금융 수단을 포함한 합리적 투자 구조 및 수익 배분 조정 △농산물 시장 개방 범위 조정 △투자 산업 결정에 대한 전략 공유 등이 협상 조건에 포함돼야 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2일 “한두 가지 입장이 아직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29일 예상)을 계기로 협상 타결 가능성에 기대를 나타냈다.
막판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자율성과 주권을 지켜낸다면 상호 호혜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일방적인 양보로 끝난다면, 단기적 외교 성과는 거둘 수 있겠지만 산업 경쟁력 약화와 국내 산업 공동화(空洞化)라는 위험이 뒤따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타결 자체가 아니라 지켜낸 원칙과 균형이다. 최소한 EU나 일본과 비교해서 불리한 수준은 안 된다. 물론 협상의 결과는 동맹의 가치를 유지하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를 함께 이끌 동반자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위에서 도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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