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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자사주 의무소각, 경제적 자해 입법
 
2025-09-01 17:10:00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반기업적 법률의 연속 입법으로 경영계는 기업 생태계가 크게 교란됐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위한 제3차 상법 개정까지 공언했다. 관련 법안을 보면 자사주 취득 즉시 또는 최대 1년 이내 소각 의무화 기존 보유 자사주는 법 시행 6개월 또는 최대 5년 내 소각 의무화가 골자다.

 

자사주 취득은 기업이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제공하는 것이고, 그 소각은 주당순이익(EPS) 등 재무 지표를 개선해 주가를 부양하려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삼성전자가 202411월 자사주 10조원어치 매입 및 3조원어치 소각 결정, KT&G 12000억원어치, SK이노베이션 8000억원어치, 포스코 7500억원어치 자사주 매입·소각이 바로 그런 사례다.

 

자사주는 한국에서 단순한 주가 부양·주주환원 수단을 넘는 다양한 활용 가치가 있다. 특히 변변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이 나라에 자사주는 금융자본으로부터 국내 산업 경쟁력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2000년 스위스 다국적 기업 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공격, 2003년 소버린의 SK 공격, 2018년 엘리엇의 현대자동차 공격 등에서 자사주를 활용해 경영권을 방어한 전례가 있다.

 

올해 일련의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의 순이익 유출을 강화하고 경영권을 강제로 분산하는 초유의 규제까지 도입돼 외국 금융자본의 경영권 위협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최후의 경영권 방어 수단마저 박탈하면 결국 금융자본에 의해 산업 경쟁력은 사망 선고를 받는다. 기업은 단기 실적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고, 장기 혁신·경쟁력 투자에는 소홀해진다. 산업의 뿌리(기술, 생산, 혁신)와 독자 경쟁력은 약해지고, 외국 자본과 투자 동향에 좌우되는 구조가 된다.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장차 어떤 기업도 자본 감소 경우 외에는 자사주를 취득하지 않아 자사주 제도 폐지나 다름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현행 상법상 임직원 스톡옵션과 RSU(양도제한주식) 재원으로 활용, 이익배당 재원, 교환사채 교환, 상환사채 상환, 회사의 합병·분할 합병·주식교환 등 다양한 자사주 활용 방안도 모두 사라진다.

 

지금은 경영판단 원칙 도입 등 경영권 안정을 위한 특단의 조치로 기업을 달래도 시원치 않을 상황이다. 현금 및 자본 운용의 유연성, 미래 경영전략 대응 등 폭넓은 활용 가치를 지닌 자사주라는 유용한 경영 도구를 앗아가 버리려고 하는 것이 과연 경제 성장의 중심에는 기업이 있다고 선언한 이재명 정부가 할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지주회사제도 권장에 따라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고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조세특례제한법(38조의 2)에 따라 과세 이연의 혜택을 받은 경우 자사주 소각 시 과세 이연 혜택이 소멸되고, 막대한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사례도 생긴다. 이 경우에는 거액의 세금 납부로 기업 재무구조 악화까지 걱정해야 하는 재앙적 상황이 된다. 일관성 없는 정책에 정부 신뢰도가 추락한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가야 할까. 자사주를 무조건 소각할 게 아니라 자사주 소각을 활성화하는 방향 아래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완충 장치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자사주가 기업 경쟁력 제고에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최소한 신규 취득 자사주만 소각 의무화한다거나, 일정 한도(예컨대 독일은 10%) 이내 보유는 허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기업 자율성을 보호할 현실적 대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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