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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조국 사면과 하인리히 법칙
 
2025-08-26 13:02:37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녀 입시 비리·청와대 특별감찰관 감찰 무마 사건 등으로 징역 2년 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던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조 전 대표를 사면한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통상 정치인 사면은 여론 악화와 국정 운영 부담 때문에 정권 초기에는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 정부 출범 2달 만에 사면을 단행한 것은 참으로 이례적이다.

여권에선 민주당 텃밭인 호남을 중심으로 지지를 받고 있는 조 전 대표가 예상보다 빨리 사면되어 현실 정치에 뛰어들면 여권 내 권력 구도가 복잡해지고, 흩어져 있던 친문 세력의 영향력이 강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왜 조국을 사면했나?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분석이 가능하다.

첫째, 선거연합과 통치연합의 일체화다. 선거 연합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서로 다른 정당이나 정치 세력들이 임시적으로 연대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통치 연합은 새 정부 출범 후 국정 운영을 위해 연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연합이 단기적인 승리만을 위한 연대가 아니라, 국정 운영까지 아우르는 장기적인 협력 관계의 시작점이 되어야 성공적인 정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다른 말로 선거 연합과 통치 연합의 괴리가 크면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심화되어 정부의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 대통령의 입장에선 대선 때 자신을 도와 선거연합에 동참한 조국혁신당에 빚을 갚는 동시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면 요청을 받아 들이는 부수 효과도 챙길 수 있었다.

진보 정권의 특징은 선거에서 도움을 주었던 세력을 끝까지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에는 대선 때 도움을 주었던 민노총, 전교조, 86 운동권 세력 등과 통치 연합을 형성했다.

둘째, ‘이재명-조국 동맹’을 통한 여권 내 권력 구도를 재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서 이 대통령이 암묵적으로 지지했던 박찬대 의원이 정청래 대표에게 완패당했다. 특히 권리당원 투표에서 정 대표(66.48%)가 박 의원(33.52%)에게 30%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승리한 것은 충격적이다. 정 대표가 이 대통령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정청래 당 대표 당선은 김어준과 이재명 대통령의 대결에서 김어준의 승리”라고 해석할 정도였다. 현재 여권의 담론 생태계는 ‘김어준-정청래 연합’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통령의 입장에선 이를 조기에 제어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조국의 컴백이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최적의 카드라고 믿는 것 같다.

셋째, 조국혁신당과 합당 또는 연대를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대구 시장과 경북 지사, 그리고 제주 도지사를 제외하고 모두 석권했다. 조국을 통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고, 전재수 장관 카드로 부산 시장 선거에서 승리해 ‘어게인 2018’을 이룩하겠다는 복안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이 대통령의 정치 구상은 단순히 내년 지방선거 승리에 있지 않다. 지방선거 압승을 통해 개헌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4년 중임제 개헌을 얘기하지만 이 대통령은 오히려 일본식 ‘1.5 정당 체제’를 만들어 장기 집권이 가능한 내각제 개헌을 선호할 수 있다. 이때 조국 전 대표의 지지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조 대표는 18일 “정치적 선택을 받고 싶다”며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 또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제1 야당 교체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모든 초점은 국민의힘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혁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을 두고는 “국민의힘을 소수로 주변화시키고, 빈 공간이 생기면 그 공간을 누가 어떻게 차지할 건지 그다음 단계”라고 했다.

하지만 조국 전 대표의 정치 활동 재개는 결국 ‘도덕 없는 정치’로 여권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당장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 지지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리얼미터 8월 2주 조사(11-14일) 결과, 조국 사면 후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51.1%로 2주 전과 비교해 12.2% 하락했다. 20대 지지율이 34.4%로 가장 낮았다. 반면, 부정 평가는 44.5%로 13.1%p 포인트 올랐다. 2주 전 조사에서 ‘더블 스코어’를 기록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격차도 민주당이 39.9%, 국민의힘이 36.7%로 오차범위 내로 줄어들었다. 정부 여당의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광복절 특별사면 논란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의 8월2주 조사(12-14일)에서 조국 사면에 대해 반대(48%)가 찬성(43%)보다 우세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공정과 정의에 민감한 30대에서 반대 비율이 62%로 찬성(28%)을 압도했다. 중도층에서도 반대(50%)가 찬성(43%)보다 많았다.

조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사면 결정 이후 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인것과 관련 (자신의 사면이 미친 영향은) ‘엔(n)분의 1 정도’라고 발언을 했다. 더구나 조 대표는 2030 세대의 비판적 여론에 대해 “몇 번의 사과를 한다고 해서 ‘2030이 마음을 열겠나”라고도 했다. 이런 오만하고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개혁을 운운하는 것이 넌센스다.

금태섭 전 의원은 조 전 대표가 출소 직후 자신의 복역을 ‘검찰권 오남용’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분노하고 기가 막혔다”며 “조 전 대표 혐의 가운데 ‘문서 위조’ 등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없는 범죄 사실”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에 출마한 안철수 의원은 18일 이재명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것을 두고 “땡큐 조국! 더욱 가열차게 활동해주십시오”라고 했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는 조국 사면이 크게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지지도가 40%를 넘었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이룩하지 못한 기록이다. 하지만 문 정부는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겼다. 그 핵심에 내로남불과 위선의 화신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리잡고 있었다. 단언컨대,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에서 빚진 사람에게 보은 인사를 하고, 조국을 이용해 정청래를 제압하고, 장기 집권 개헌을 구상하려는 유혹에 빠지는 순간 집권 초기부터 민심은 빠르게 이반 될 수 있다.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은 산업재해 예방 분야에서 나온 이론이다. 이 법칙의 핵심은 하나의 큰 사고는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전에 수많은 작은 실수와 징후가 반복적으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런데 하인리히 법칙은 정권의 실패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정치 분야에 이 법칙을 적용하면, 정권의 실패나 몰락 같은 대형 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에 앞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아차 사고가 이미 발생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국민 눈높이 맞지 않는 조국 사면으로 나타난 지지도 하락의 징후들을 무시하고 방치할수록 이 정부는 돌이킬 수 없는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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