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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정청래식 초강성 정치의 위험성
 
2025-08-08 09:13:42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8·2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의원이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

정 대표는 61.74%를 얻어 박찬대 의원(38.26%)에 23.48%p 격차로 압승했다. 권리당원 투표(55%)에서 정 대표 66.48%, 박 의원 33.52%였다. 정 대표는 모든 권역에서 60% 이상을 득표했다. 정 대표는 국민선거인단 투표(30%)에서도 60.46%를 득표해 39.54%에 그친 박 의원을 약 20%p 앞섰다. 전국대의원 투표(15%)에선 박 의원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됐지만 큰 차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박 의원이 53.09%, 정 대표는 46.91%를 기록해 그 격차는 6.18%p에 불과했다. 박 의원은 대의원 1명이 권리당원 1명에 비해 17배의 표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 여론과 대의원 투표를 합산할 경우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참패’로 일단락 됐다. 정 대표의 높은 인지도와 강성 지지층의 지지, 박 의원의 늦은 출마 선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의 첫 여당 대표에 당선된 정 대표는 전임 당 대표인 이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아 내년 8월까지 대표직을 수행한다. 정청래 대표 체제의 출범은 다양한 정치적 함의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박찬대 의원을 암묵적으로 지지한 명심이 당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를 두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정청래 당 대표 당선은 김어준과 이재명 대통령의 대결에서 김어준의 승리”라고 해석했다.

여하튼 민주당이 당원 중심 정당으로 전환됐다. 정 대표는 당선 직후 “이재명 대통령도 정청래도 당의 주류가 아니었다”며 “이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민주당의 주류가 바뀌었다는 뜻이고, 민주당에서 내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하나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의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는 전당 대회였다”며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당의 주인인 당원 주권 선언을 오늘 했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이 없고, 당의 주인인 당원을 이기는 당권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내란 세력 척결을 내세웠다.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이 땅에서 윤석열의 비상계엄 내란 사태가 다시는 되풀이 돼선 안 된다”며 “아직도 반성을 모르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그 동조 세력을 철저하게 처벌하고 단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프랑스 공화국이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았듯이 대한민국도 내란범죄자들을 철저하게 처벌함으로써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당이 앞장서 내란 척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정 대표가 “내란 특검을 통해 윤석열 내란수괴 피의자 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의 내란 동조 세력들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 자연스럽게 위헌 정당 해산심판 청구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김어준 유튜브’에 출연해선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 해산 추진 문제와 관련해 “못할 것이 없다”며 국민의힘은 10번, 100번 정당 해산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는 전광석화 개혁도 공언했다.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 셋째도 개혁, 강력한 개혁 당 대표가 되겠다”고 했다. 그는 당선 직후 “검찰, 언론, 사법 개혁은 추석 전에 반드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쟁점 법안인 방송법을 강행 통과시켰다.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11명에서 15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방송사 임직원과 언론·방송학회 등에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방송법이 시행되면 이재명 정부는 구조적으로 친여 성향의 방송사 사장을 임명할 수 있다. 야당은 전두환식 언론 장악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강조했다. “더 강한, 더 유능한 정당으로 승리 정당을 만들겠다”면서 “승리를 위한 열쇠는 더 공정한 경선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억울한 컷오프를 없애겠다. 억울한 컷오프로 눈물을 흘리는 후보가 없도록 당대표인 제가 보장하겠다. 공정한 경선을 통해 패자가 승복하고 승자를 도울 수 있는 민주적 경선 시스템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가장 민주적인 절차로 뽑힌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가장 강력한 후보”라며 “내년 지방선거 후보자들을 가장 강력한 후보로 만드는 데 모든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당정대가 원팀으로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당 대표로서 필요한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당원과 당 대표는 민주당이 배출한 이재명 대통령과 운명공동체다. 이재명 정부가 성공해야 민주당도 성공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벌써부터 정 대표 체제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며, 여야 개념이 아니다.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지 않고서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 일환으로 정 대표는 신임 인사차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민석 국무총리, 진보 성향의 4개 군소 야당 대표를 만나면서도 국민의힘은 찾지 않고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협치 거부이자 정치 포기 선언이다.

정 대표의 초강성 정치는 이재명 대통령의 기조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소통과 대화를 복원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되살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정 대표의 언행은 이 대통령과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집권당 대표라면 이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강성 지지층만이 아닌 전체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일치를 이야기하지만 미래를 위한 권력의 묘한 균열을 이제 곧 볼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자칫 선명성 경쟁으로 국민에게 손해가 되거나 국민의 염장을 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하튼 정 대표가 민주당 강성 지지층만을 의식하면서 야당 말살을 위한 내란 전쟁에 몰입하면 이 대통령의 협치 선언도 신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정 대표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이 아닌 국정 동반자와 대화 상대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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